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July 21, 2025)
목회자의 가난은 미덕일까?
내가 주일학교에 다닐 때 목회를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나이 드신 권사님들이, “그 고난의 길을 어찌 자처하느냐?”하며 노파심을 표현하시던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옛 선비들이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듯이, 목회자가 물욕의 탁류에 휩쓸리지 않고, 가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고상한,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면, 금전만능의 속세에서 해탈한 종교인의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카톨릭의 수사들이나 불교의 스님들은 “자발적 가난”을 서약하거나 “무소유”를 추구함으로 물욕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고상한 삶을 택한다. 그 분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지만, 종교 공동체안에서 서로 돕고 살기 때문에 돈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이 있는 목사는 가족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헌금이 많이 나오는 큰 교회의 목사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작은 교회의 목사들은 적은 사례금으로 생활이 어렵고 노후대책도 난감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예수님이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되, 더욱 풍성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왔다” (요 10:10)라고 하셨는데, 목사가 자발적 가난이 아닌, 원치 않는 가난을 강요당하며, 굴욕적이고 비참하게 사는 것은 미덕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가난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보다 평균 수명이 7-8년 줄어든다고 한다. 돈이 없어 음식을 제대로 못 먹거나, 아파도 병원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삶의 질은 물론 생명 마저 위태로울 수 있으니, 목회자에게도 돈이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은 종교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다 보니,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 들고, 교인들이 내는 적은 헌금에 의존해 생활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고 있다. 자연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 남는 동물은 가장 빠르거나 가장 강한 동물이 아니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교인들이 줄어든 현실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주어진 현실을 부인하거나 망각하기 보다, 현실을 받아 들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현실을 타개해 나갈 적극성을 발휘하는 것일 것이다.
돈이 없으면, “오히려 좋아~”라고 외치며, 검소하고 절약하는 습관을 기르고, 작은 것에서 자족하며 감사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면, 가난이 주는 의외의 축복에 눈뜨게 될 수 있다고 본다.
가난이 불편하게만 느껴진다면, 작은 교회에는 비교적 시간이 많게 되니, 목회자가 남는 시간을 활용해 일을 해서 생활비에 보태는 것을 허용하는 성숙한 교회 문화가 뿌리 내렸으면 한다.
“하나님은 모든 새에게 먹을 벌레를 주시지만, 벌레를 둥지안에 던져 주시지는 않는다”는 스웨된 속담이 있다고 한다. 새들이 부지런히 움직여 벌레를 잡아 먹고 살듯이, 목회자도 교인들이 내는 헌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 돈을 버는 것을 죄악시 하지 말고, 노동이 설교나 기도 못지 않게 신성한 일임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사가 여가 시간에 골프를 치거나 낚시를 하거나 산보를 하는 것은 흉이 안되나, 목사가 교회밖의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좋지 않게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해방되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무슨 일이라도 해서, 생활비를 버는 것은, 목회자에게도 좋고, 교회에도 좋은, “마당쓸고 돈 줍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꿩먹고 알먹는,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한 웨슬레 선생은, 감리교인들에게, “할 수 있는 한, 많이 벌라. 할 수 있는 한, 많이 저축하라. 할 수 있는 한 많이 나눠 주어라.”는 말을 남겼다. (Earn as much as you can; Save as much as you can. Give as much as you can.)
바울 사도는 교인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텐트 만드는 일을 하며 목회와 선교사역을 감당했다고 하며, 유명한 복서인 George Foreman은 복싱 뿐만 아니라 George Foreman Grill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며 목회를 병행했으며, 유니테리안 교회의 Robert Fulghum목사는 수필집을 쓰는 작가일을 하여 돈을 벌었고, Al Green은 가수 일을 하면서 목회를 했다. 요즘은 목회자가 교수, 채플린 뿐만 아니라, 스쿨 버스 운전, 택배일, 우버 택시일, 목수일등을 하며 목회를 병행하는 목사들도 있으니, 다양한 일을 하며 경제자립을 성취하는 목회자가 변화하는 현실에서 살아남는, 슬기로운 목회자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