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출신 헌제소장
검찰 출신 소장 ‘헌법 현실’과 상충
정치 중립 생명인데 검찰 출신 곤란
공안적 시각과 헌재 역할은 모순
박 후보자 기존 결정 봐도 부적절
헌법재판의 본질은 정치다. 다양한 이념과 가치, 이해관계가 마지막 일합을 겨루는 정치투쟁의 공간이 헌법재판이다. 세간의 정치가 다수결에 의한 힘겨루기라면, 헌법재판은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헌법 해석 투쟁일 따름이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함은 이 때문이다. 헌재의 판단 기준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주권적 의지가 결집된 헌법이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장으로 공안검사 출신의 박한철 재판관이 지명됐을 때 많은 이들이 직관적으로 당혹감을 느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을 모토로 하는 헌재 수장이라는 지위와 정치적 편향성으로 지탄을 받아온 공안검사라는 경력이 권위주의 통치의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의 헌법 현실에서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주지하듯 공안검찰의 역할은 국가보안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중심으로 해 시민사회의 이념적·사상적 다양성을 통제하고 시민들의 입과 귀를 막는 데 집중돼 있다. 혹은 집시법 집행 또는 선거사범 단속의 명분으로 시민사회가 정치에 참여하는 통로를 막아왔다. 노동 사건을 체제 문제로 변형시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형해화시킨 것 역시 그들의 몫이었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가 시민사회를 옥죄려고 행사한 정치 폭력을 법의 이름으로 포장해 은폐·엄폐하는 중심 기구가 공안검찰이었고, 정치권력의 편애를 받아 항시 중용됐던 것도 바로 공안검사였다.
그래서 개인적 자질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공안검사 출신의 헌재 소장이라는 조합은 형용모순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헌법의 의지를 거부하면서 정치 검찰을 자임해 온 공안검찰의 이미지와 헌법 정치를 통해 인권 보장과 정치 민주화를 도모해야 하는 헌재의 헌법적 역할은 양립 불가능의 대척점에 자리잡는 것이다.
물론 공안검사 출신도 헌법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입헌주의가 요구하는 헌재의 위상과 아직도 현실을 옥죄고 있는 과거사를 고려한다면 헌법재판관은 몰라도 헌재의 수장만큼은 달리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투쟁의 꼭짓점에서 투철한 헌법 의지 하나만으로 움직여 나가야 할 헌재는 무한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가 유일한 존재 기반이 된다. 그런 만큼 공안검사 출신 소장이 이끄는 헌재가 국민적 신뢰의 대상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스럽다.
박한철 재판관이 그동안 내놓은 결정들도 우려를 부추긴다. 그는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의 서울광장 통행 저지, 공무원의 정치 행위 금지, 단체협약 시정명령 위반행위 처벌 등 공안검찰의 소관 사항과 연관된 법률에 대해 일관되게 그 효력을 유지시키고자 했다. 구시대적 국가주의에 따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이나 노동권을 억압하는 공안적 시각이 여전히 목도되는 것이다.
더러 ‘87년 체제’의 최대 성과로 헌법재판 제도를 들긴 하지만, 그동안 보수화 국면에서 헌재가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격하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 심지어 최근 그 수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바람에 박 재판관의 소장 임명 여부는 헌재와 우리 헌법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사가 됐다. 그가 공안검사의 틀을 벗고 헌재를 제자리에 세울 수 있을 것인지를 진중히 질문해 보는 것은 청문에 임하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주어진 막중한 헌법적 의무로 다가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치 중립 생명인데 검찰 출신 곤란
공안적 시각과 헌재 역할은 모순
박 후보자 기존 결정 봐도 부적절
헌법재판의 본질은 정치다. 다양한 이념과 가치, 이해관계가 마지막 일합을 겨루는 정치투쟁의 공간이 헌법재판이다. 세간의 정치가 다수결에 의한 힘겨루기라면, 헌법재판은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헌법 해석 투쟁일 따름이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함은 이 때문이다. 헌재의 판단 기준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주권적 의지가 결집된 헌법이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장으로 공안검사 출신의 박한철 재판관이 지명됐을 때 많은 이들이 직관적으로 당혹감을 느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을 모토로 하는 헌재 수장이라는 지위와 정치적 편향성으로 지탄을 받아온 공안검사라는 경력이 권위주의 통치의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의 헌법 현실에서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주지하듯 공안검찰의 역할은 국가보안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중심으로 해 시민사회의 이념적·사상적 다양성을 통제하고 시민들의 입과 귀를 막는 데 집중돼 있다. 혹은 집시법 집행 또는 선거사범 단속의 명분으로 시민사회가 정치에 참여하는 통로를 막아왔다. 노동 사건을 체제 문제로 변형시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형해화시킨 것 역시 그들의 몫이었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가 시민사회를 옥죄려고 행사한 정치 폭력을 법의 이름으로 포장해 은폐·엄폐하는 중심 기구가 공안검찰이었고, 정치권력의 편애를 받아 항시 중용됐던 것도 바로 공안검사였다.
그래서 개인적 자질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공안검사 출신의 헌재 소장이라는 조합은 형용모순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헌법의 의지를 거부하면서 정치 검찰을 자임해 온 공안검찰의 이미지와 헌법 정치를 통해 인권 보장과 정치 민주화를 도모해야 하는 헌재의 헌법적 역할은 양립 불가능의 대척점에 자리잡는 것이다.
물론 공안검사 출신도 헌법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입헌주의가 요구하는 헌재의 위상과 아직도 현실을 옥죄고 있는 과거사를 고려한다면 헌법재판관은 몰라도 헌재의 수장만큼은 달리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투쟁의 꼭짓점에서 투철한 헌법 의지 하나만으로 움직여 나가야 할 헌재는 무한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가 유일한 존재 기반이 된다. 그런 만큼 공안검사 출신 소장이 이끄는 헌재가 국민적 신뢰의 대상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스럽다.
박한철 재판관이 그동안 내놓은 결정들도 우려를 부추긴다. 그는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의 서울광장 통행 저지, 공무원의 정치 행위 금지, 단체협약 시정명령 위반행위 처벌 등 공안검찰의 소관 사항과 연관된 법률에 대해 일관되게 그 효력을 유지시키고자 했다. 구시대적 국가주의에 따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이나 노동권을 억압하는 공안적 시각이 여전히 목도되는 것이다.
더러 ‘87년 체제’의 최대 성과로 헌법재판 제도를 들긴 하지만, 그동안 보수화 국면에서 헌재가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격하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 심지어 최근 그 수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바람에 박 재판관의 소장 임명 여부는 헌재와 우리 헌법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사가 됐다. 그가 공안검사의 틀을 벗고 헌재를 제자리에 세울 수 있을 것인지를 진중히 질문해 보는 것은 청문에 임하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주어진 막중한 헌법적 의무로 다가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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