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이반'과 '바보' 푸틴
개막식이 있기 전부터 동성애자 탄압, 테러 위협, 부패, 시설공사 지연등 각종 문제점으로 끊임없이 세계언론들의 구설에 올랐던 소치동계올림픽이 우려와는 달리 그럭저럭 무난하게 치러지는가 했더니, 마침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피겨스케이팅에서 결정적인 편파판정으로 큰 오점을 남기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소치는 러시아의 남부 준열대성 지대에 속하는 흑해연안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 도시는 과거 러시아가 침공했던 그루지아의 남오세티야와 바로 이웃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체첸과도 가깝다. 그러니까 소치는 기후적으로도 겨울 스포츠에 적합한 장소가 아닐 뿐 아니라, 지역적으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과 반러시아 세력들이 준동하는 지역에 가까운 도시이므로, 여러모로 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는 부적절한 도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게 된 배경에는 옛 러시아제국의 영광을 다시 한번 되찾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푸틴의 정치적 야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소치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이 시점에서 결산을 해 볼 때 과연 푸틴의 야심찬 계획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문득 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바보 이반’을 떠올렸다.
옛날 러시아의 한 농부가 자식을 넷 두었는데, 장남은 군인 세묜, 둘째 아들은 장사꾼 따라스, 셋째는 농사꾼 이반, 그리고 막내는 벙어리 딸 말라니아였다. 이반의 두 형들은 각각 자기 몫을 챙겨서 도시로 나갔으나 이반은 계속 시골에 남아 묵묵히 농사를 지었다. 이반의 두 형들은 아주 심술궂고 욕심이 많았지만, 이 들 4남매는 항상 사이 좋게 지냈다. 이를 시기한 악마는 이들 형제간의 화목을 깨기 위해 작은 악마 셋을 보내 농간을 부렸다.
악마들의 농간에 의해 결국 망해서 돌아온 두 형의 식구들과 이반은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는데, 이반은 두 형과 그 식구들이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싫은 내색이 없이 다 받아 주었고, 항상 묵묵히 일만 열심히 했으므로, 두 형들은 이반을 바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집안은 늘 화목하였다.
이를 지켜본 악마는 화목의 원인이 이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이반을 집중 공격하였지만, 이반은 정말 바보처럼 꾸역꾸역 일만 하며 두 형님네 식구들과 화목하게 살았다. 이 과정에서 결국 악마들의 음모는 성실한 이반에게 발각이 되고, 악마들은 목숨을 구걸하는 대가로 이반에게 세가지 비법을 전해 주었는데, 이반은 그 비법으로 다시 두 형들을 도와주어 각각 한 나라의 왕이 되게 해주었고, 자기도 왕이 되었다.
왕이 된 이반과 그 백성들은 이 전과 다름없이 한결같이 농사일에만 열중하였으나, 두 형들은 끝내 욕심을 버리지 못하여 결국 망하게 되어 다시 이반의 나라로 와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다.
악마는 금력과 권력으로 이반을 유혹하여 망하게 하려고 온갖 수작을 부렸지만, 이반은 자기를 바보라고 하건 말건 군대도 만들지 않고 금은보화에도 전혀 괸심을 보이지 않고 변함없이 들판에 나가 일을 하고, 필요한 물건은 서로 바꿔서 쓰면서 살았다. 이반의 나라에서 금화는 그저 장난감 노리개로 쓰일 뿐이었다. 이반의 나라에서 누구나 지켜야 하는 유일한 법은 ‘손에 못이 박히지 않은 사람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을 하지 않는 자는 남이 먹고 남긴 음식을 식탁이 아닌 곳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한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문명화된 선진국가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기준에 맞는 체제를 갖추고, 국민 개개인의 의식수준도 그 수준에 올라 있어야 한다. 이런 체제와 의식수준을 갖춘 국민들이라면 굳이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거창한 스포츠 행사를 요란하게 벌이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평판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마련이다.
동성애자탄압 문제로 대회 전부터 거의 1년여에 걸쳐 온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변기 두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기상천외한 화장실을 세계만방에 선전하여 야만성을 뽐내고, 대회가 시작된 후에도 공사가 완공되지 않아 찾아온 손님들이 잘 곳이 없고, 수도꼭지에서는 시뻘건 물이 쏟아지고, 이 모든 시설들을 건설하기 위해 550억불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투자하면서, 그 중 3분의1이상을 관리들이 착복하여 일찌감치 ‘부패금메달’을 확보하고, 대회기간중 세계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인기가수그룹 ‘푸시 캣’을 경찰이 채찍으로 후려갈기며 체포하는 야만적인 길거리퍼포먼스를 만방에 과시하고,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터무니없는 편파 판정으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면서 결정적인 클라이막스를 찍고, ‘수치(羞恥)올림픽’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을 주최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그 엄청난 액수의 돈을 투자하고,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아직 이런 수준밖에 안되는 야만적인 국가입니다”라고 광고를 한 꼴이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메달순위에서 1위만 하면 세계일류국가로 인정받는 걸로 착각하는 수준의 국가에서 올림픽정신을 운운하는 건 애초에 무리겠지만, 찬란한 문화를 가진 나라, 톨스토이같은 위대한 문호를 배출한 나라의 지도자가 ‘바보 이반’의 소박한 철학도 이해를 못하는 ‘진짜 바보’인 듯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http://blog.naver.com/damianrah
소치는 러시아의 남부 준열대성 지대에 속하는 흑해연안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 도시는 과거 러시아가 침공했던 그루지아의 남오세티야와 바로 이웃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체첸과도 가깝다. 그러니까 소치는 기후적으로도 겨울 스포츠에 적합한 장소가 아닐 뿐 아니라, 지역적으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과 반러시아 세력들이 준동하는 지역에 가까운 도시이므로, 여러모로 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는 부적절한 도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게 된 배경에는 옛 러시아제국의 영광을 다시 한번 되찾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푸틴의 정치적 야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소치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이 시점에서 결산을 해 볼 때 과연 푸틴의 야심찬 계획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문득 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바보 이반’을 떠올렸다.
옛날 러시아의 한 농부가 자식을 넷 두었는데, 장남은 군인 세묜, 둘째 아들은 장사꾼 따라스, 셋째는 농사꾼 이반, 그리고 막내는 벙어리 딸 말라니아였다. 이반의 두 형들은 각각 자기 몫을 챙겨서 도시로 나갔으나 이반은 계속 시골에 남아 묵묵히 농사를 지었다. 이반의 두 형들은 아주 심술궂고 욕심이 많았지만, 이 들 4남매는 항상 사이 좋게 지냈다. 이를 시기한 악마는 이들 형제간의 화목을 깨기 위해 작은 악마 셋을 보내 농간을 부렸다.
악마들의 농간에 의해 결국 망해서 돌아온 두 형의 식구들과 이반은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는데, 이반은 두 형과 그 식구들이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싫은 내색이 없이 다 받아 주었고, 항상 묵묵히 일만 열심히 했으므로, 두 형들은 이반을 바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집안은 늘 화목하였다.
이를 지켜본 악마는 화목의 원인이 이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이반을 집중 공격하였지만, 이반은 정말 바보처럼 꾸역꾸역 일만 하며 두 형님네 식구들과 화목하게 살았다. 이 과정에서 결국 악마들의 음모는 성실한 이반에게 발각이 되고, 악마들은 목숨을 구걸하는 대가로 이반에게 세가지 비법을 전해 주었는데, 이반은 그 비법으로 다시 두 형들을 도와주어 각각 한 나라의 왕이 되게 해주었고, 자기도 왕이 되었다.
왕이 된 이반과 그 백성들은 이 전과 다름없이 한결같이 농사일에만 열중하였으나, 두 형들은 끝내 욕심을 버리지 못하여 결국 망하게 되어 다시 이반의 나라로 와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다.
악마는 금력과 권력으로 이반을 유혹하여 망하게 하려고 온갖 수작을 부렸지만, 이반은 자기를 바보라고 하건 말건 군대도 만들지 않고 금은보화에도 전혀 괸심을 보이지 않고 변함없이 들판에 나가 일을 하고, 필요한 물건은 서로 바꿔서 쓰면서 살았다. 이반의 나라에서 금화는 그저 장난감 노리개로 쓰일 뿐이었다. 이반의 나라에서 누구나 지켜야 하는 유일한 법은 ‘손에 못이 박히지 않은 사람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을 하지 않는 자는 남이 먹고 남긴 음식을 식탁이 아닌 곳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한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문명화된 선진국가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기준에 맞는 체제를 갖추고, 국민 개개인의 의식수준도 그 수준에 올라 있어야 한다. 이런 체제와 의식수준을 갖춘 국민들이라면 굳이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거창한 스포츠 행사를 요란하게 벌이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평판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마련이다.
동성애자탄압 문제로 대회 전부터 거의 1년여에 걸쳐 온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변기 두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기상천외한 화장실을 세계만방에 선전하여 야만성을 뽐내고, 대회가 시작된 후에도 공사가 완공되지 않아 찾아온 손님들이 잘 곳이 없고, 수도꼭지에서는 시뻘건 물이 쏟아지고, 이 모든 시설들을 건설하기 위해 550억불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투자하면서, 그 중 3분의1이상을 관리들이 착복하여 일찌감치 ‘부패금메달’을 확보하고, 대회기간중 세계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인기가수그룹 ‘푸시 캣’을 경찰이 채찍으로 후려갈기며 체포하는 야만적인 길거리퍼포먼스를 만방에 과시하고,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터무니없는 편파 판정으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면서 결정적인 클라이막스를 찍고, ‘수치(羞恥)올림픽’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을 주최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그 엄청난 액수의 돈을 투자하고,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아직 이런 수준밖에 안되는 야만적인 국가입니다”라고 광고를 한 꼴이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메달순위에서 1위만 하면 세계일류국가로 인정받는 걸로 착각하는 수준의 국가에서 올림픽정신을 운운하는 건 애초에 무리겠지만, 찬란한 문화를 가진 나라, 톨스토이같은 위대한 문호를 배출한 나라의 지도자가 ‘바보 이반’의 소박한 철학도 이해를 못하는 ‘진짜 바보’인 듯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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