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마음의 隨筆] 봄

2021.03.06

[내마음의 隨筆]



지난 주말에는 봄비가 내렸다.  날씨가 며칠간 계속 춥더니 오랜만에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날마다 조금씩 점점 올라간다.


어제가 경칩이었는데 화단의 꽃들은 조금씩 봄소식을 알리고 있다.  개나리는 한송이씩 고개를 내밀고, 수선화는 파릇파릇하게 힘차게 싹을 무리지어 내밀고 올라온다.  봄이 옴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크로커스는 개나리 밑에서 아주 조금씩 날마다 자라는데 아직 꽃이 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단의 라벤더와 로스마리 같은 향초는 곧 코끝에 향기가 느껴질 듯하고, 작년에 약 40 송이 정도의 샛노란 꽃을 아름답게 눈부시도록 피워냈던 선인장도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그 이파리들이 검푸른 색깔에서 녹색으로 변해간다.   


뒷뜰의 단풍나무는 빨간 싹이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몇년 전에 정성들여 심은 고귀한 자목련은 보숭숭한 싹이 따스한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앞뜰에 심어져 있는 버지니아의 주화(州花)인 독우드(dogwood)와 무궁화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있다.  집 옆에 있는 거대한 참나무는 싹이 나오기까지 아직 꽤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각종 새들이 지난해에 자기들이 지었던 둥지들을 보러 집에 오는지 잠깐씩 들렀다 가는데, 그 이름들을 다 알 수가 없고 가끔 아주 샛빨간 어여쁜 새가 높은 나뭇가지 위나 지붕 꼭대기에 앉아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내가 사진을 촬영하고자 조심히 쳐다보면 황급히 어디론가로 급히 날아간다.  제비는 아직도 보이지는 않고…


잔디의 색은 아직도 누르스름하고 점차 푸르른 빛이 날마다 조금씩 짙어져 간다.  길 건너의 드넓은 목장에는 소들이 무리지어 따스한 봄볕을 쬐면서 가끔 음메하는 소리를 내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꼬리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고 풀을 뜯고 있다.  전형적인 미국 시골농장의 아주 느리고도 한가한 목가적 풍경이다.  


COVID-19 때문에 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전보다는 많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자연에 대해 더욱 가까이 관찰하고 또 깊게 들여다 보게 되었다.  전에는 내가 당연시 여겼거나 느꼈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고 또 내 나름대로 그러한 변화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움츠렸던 겨울이 점차로 물러가고 어쨋든 하루가 다르게 따스함이 조금씩 밀려오니 무언가 마음속에도 긍정적인 힘이 올라옴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모든 일은 잘 해결 될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에 대한 확신을 가져본다.


기나긴 어두움의 동굴인 겨울을 떠나 생명의 빛으로 가득찬 봄으로 들어가는 요즈음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 환희의 송가 - 를 들으며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따스한 봄의 아름답고 보드라운 햇살을 바라본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2021년 3월 6일


崇善齋에서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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