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隨筆]
글로 남긴 나의 작은 도시락들
나는 어느 유난히 뜨거웠던 한여름날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늘 도전과 적응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때로는 낯설고 고단했지만, 때로는 감사와 기쁨으로 그 길이 채워지기도 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내가 붙잡은 하나의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글을 쓰는 일입니다. 글은 나를 위로하는 신실한 친구였고, 삶의 파편들을 정리해 주는 꽤 정확한 나침반이었습니다. 때로는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다잡아 주었고, 때로는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쌓여온 글들이 여섯 권의 수필집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13개의 도시락》, 《겨울바다 이야기》, 《버지니아의 봄》, 《버지니아의 여름》, 《버지니아에서 온 편지》, 그리고 《겨울 속의 봄》까지. 각각의 책은 계절처럼 내 인생의 한 단면을 오롯이 담고 있으며, 기쁨과 슬픔, 감사와 성찰이 교차하는 나만의 진솔한 기록입니다.
이 책들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민자의 길 위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길은 외롭고 힘들 때가 많습니다. 언어의 장벽, 문화의 차이,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이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배우고, 다시 성장하며, 다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책 《13개의 도시락》은 유학생활과 미국 정착의 세월을 돌아보며 쓴 기록입니다. 대학 연구실과 도서관, 그리고 가족의 식탁 위에서 나는 삶의 도시락을 하나씩 열어 보았습니다. 때로는 고단한 이민자의 도시락이었고, 때로는 배움과 성취의 기쁨이 담긴 도시락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스승과 멘토의 가르침, 가족의 헌신, 그리고 내가 넘어야 했던 수많은 고비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두 번째 책 《겨울바다 이야기》는 고요한 파도에서 얻은 영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는 이방인의 고독, 고국에 대한 그리움, 존경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세 번째 《버지니아의 봄》은 낯설지만 점차 나의 뿌리가 되어간 미국 땅에서의 경험을 담았습니다. 봄 햇살처럼 따뜻하고 아련한 기억들이 글 속에 피어났습니다.
네 번째 《버지니아의 여름》은 자연의 장엄함과 인간에 대한 성찰, 그리고 가족과 신앙의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여름의 활기 속에서 나는 삶의 풍요로움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다섯 번째 책 《버지니아에서 온 편지》는 마음속에 오래 울려 퍼진 사색의 메아리를 기록한 것입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낯선 풍경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여섯 번째 《겨울 속의 봄》에서는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인생의 겨울을 지나며, 다시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이 책들은 모두 나의 ‘생각의 분신’들이었습니다. 내가 보고 느낀 것,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품었던 기쁨과 슬픔, 가족과 부모님에 대한 기억, 제자와 동료 그리고 선후배들에 대한 감사가 작은 글들로 남아 있었습니다.
나는 바랍니다. 이 글들이 미국에 사는 한인 독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이민 생활은 고단하고 외롭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과 성찰은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지난 추억을 돌아보게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시간을 견뎌낼 용기를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앞으로도 글을 쓸 것입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건네는 작은 도시락이 되어, 하루의 고단함 속에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주는 한 끼가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며 나는 깨달았습니다.
저의 수필집 속에는 특별한 이론이나 화려한 성공담은 없습니다. 오히려 실패의 경험이 더 많습니다. 다만 한인으로서, 학자로서, 아버지이자 아들로서 살아온 일상의 기록과 성찰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이 소박한 이야기들 속에서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경험과 마음을 비추어 보게 될 것이라고.
혹독한 삶의 겨울이 찾아오더라도, 그 속에는 반드시 따스한 봄의 씨앗이 숨어 있습니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그것은 다시 일어서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우리의 여정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저의 이 작은 글들이 여러분의 고단한 삶에 위로와 용기, 그리고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 또 다른 어느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되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
2025년 10월 1일
{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