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에서 생활하다 보니 도시생활보다는 조금 다른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특히, 별다르게 한인 인구가 많지도 않고 각자들 일상에 바쁜 관계로 함께 모여 어울리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조용하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여 틈나는대로 독서, 서예, 그리고 투각을 즐기는 편이다. 관심이 있는 소설이 있으면 주문하거나 집에 오랜동안 책장에 묻혀 잇었던 보물같은 책들을 읽어 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는 귀절이나 문장들을 골라 먹을 갈고 재활용한 용지에 붓글씨로 여러번 마음에 들 때까지 수없이 써본다. 그러다 조금은 마음에 드는 글씨가 나오면 낙관을 찍고 전화기로 사진을 촬영하여 파일을 만들어 정리한다.
다음 단계는 이 파일을 마을에 있는 기념품제작 가게에 마음에 드는 나무 조각과 함께 가지고 간다. 나무 조각들은 5-6년 전부터 필자가 호기심에 들락거렸던 집에서 30분거리에 있는 유명한 목공소에서 얻은 자투리 나무 조각들이다.
그간 이 목공소의 나무를 많이 가공하여 기념품을 만들어 왔던 가게를 통해 필자는 꽤 많은 투각작품들을 레이저 프린터를 이용하여 만들어 왔고, 이들을 사이버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해 보았다. 즉, 독서 -> 서예 -> 공예 -> 디지털 아트를 아우르는 나름대로 조그만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한적한 전원생활의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 작품제작을 의뢰하러 그 가게에 들렀더니 멀리서 불은 꺼져있고 가게는 문을 완전히 닫았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몇해 동안 나로서는 많은 기쁨과 보람을 주던 매우 매력적인 가게였는데 갑자기 예고없이 문을 닫게되니 매우 서운하고 상실감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
요즘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는 필자는 개인적으로 취미생활을 즐길 때 만이라도 나만의 조그만 평안함과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무언가 마음 속에 생각하는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직접 창의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나로서는 참으로 흥미롭다.
인생에서 우리가 애정을 쏟던 공간이나 사물들이 갑작스레 사라질 때 느끼는 상실감은 예상치 못한 만큼 더 뼈아프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삶의 무상함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멀리서 불이 꺼진 가게를 바라보며, 필자는 잠시 멈춰 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그 가게에서 만들어낸 꽤 많은 추억이 서리고 이야기가 담긴 작은 작품들과 제작 과정 속에서 느꼈던 기쁨은 이제 물리적 공간으로는 사라졌지만, 따뜻한 마음속 기억과 손끝의 미세한 경험으로 여전히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필자는 옛 취미의 흔적을 마음에 새기며, 새로운 창의적 경험을 탐색할 준비가 되어 있다. 독서와 서예, 그리고 공예를 통해 얻었던 몰입과 평안의 기쁨은, 더 이상 한 장소나 특정한 도구에 국한되지 않고, 삶 전체의 작은 순간 속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음을 깨닫는다.
결국, 모든 경험은 지나가지만 그 속에서 배운 기쁨과 성취, 그리고 창의적 에너지는 마음 안에서 지속되고, 우리는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작은 손길 하나하나로 삶의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빚어가는 법을 스스로 배워 나간다. 폐점이라는 끝맺음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조용한 신호이며, 그것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여정의 일부임을 조용히 받아들여야겠다.
헤르만 헤세가 말했듯, “어떤 길이 닫히면, 다른 길이 열리는 법이다”라는 진리는, 상실을 나로하여금 단순한 끝으로 보는 대신 새로운 시작의 신호로 받아들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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