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隨筆]
<한 문장 속의 우주: John Steinbeck의 작품에서 건져 올린 열 개의 빛나는 문장>
어떤 작가는 긴 줄거리로 기억되지만, 어떤 작가는 단 한 문장으로도 마음에 남는다. 존 스타인벡은 후자에 속한다. 그는 흙냄새 나는 인생을 쓰면서도, 문장 하나에 인간 존재의 떨림을 담아냈다. 그의 대표작 열 편에서 한 문장씩 골라, 그 뜻을 우리 삶의 언어로 풀어보고자 한다.
1. The Grapes of Wrath
“In the souls of the people the grapes of wrath are filling and growing heavy, growing heavy for the vintage.”
직역하면 “사람들의 영혼 속에 분노의 포도가 무르익고 있다”는 뜻이다. 억눌린 분노가 점점 차오르고 있다는 말이다. 이 문장은 가난한 농민들의 침묵 속 분노를 상징한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부당함이 쌓이면 결국 터져 나온다.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무르익음’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2. Of Mice and Men
“Guys like us, that work on ranches, are the loneliest guys in the world.”
“우리 같은 사람들,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단순하지만 쓸쓸한 고백이다. 함께 일해도 마음을 나눌 사람은 없다는 현실. 현대 도시의 직장인도 다르지 않다. 이 문장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관계를 갈망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3. East of Eden
“Timshel!”
히브리어로 “너는 할 수 있다(Thou mayest)”라는 뜻이다. 인간은 선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선언이다. 스타인벡은 인간을 운명의 꼭두각시로 보지 않았다. 우리는 넘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희망을 준다.
4. Cannery Row
“Cannery Row in Monterey in California is a poem, a stink, a grating noise…”
통조림 공장이 늘어선 거리도 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냄새 나고 시끄러운 공간조차 아름다움이 있다는 시선. 스타인벡은 고급스러운 장소가 아니라 평범한 거리에서 시를 발견했다. 우리 동네 골목도 누군가에겐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
5. The Pearl
“For it is given to no man to know what he lacks.”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결핍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 거대한 진주를 얻은 순간, 주인공은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욕망은 또 다른 결핍을 낳는다. 우리는 늘 ‘이것만 있으면’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6. Travels with Charley
“A journey is like marriage. The certain way to be wrong is to think you control it.”
“여행은 결혼과 같다.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틀린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계획은 세우되, 예기치 않은 사건을 받아들일 여유가 필요하다. 통제보다 수용이 지혜임을 일깨운다.
7. The Winter of Our Discontent
“When there is a dark place in the soul, it is like a cold winter.”
마음속 어두운 곳은 겨울처럼 차갑다. 이 문장은 도덕적 타락과 양심의 갈등을 겨울에 비유한다. 그러나 겨울은 영원하지 않다. 어둠을 인식하는 순간, 봄의 가능성도 열린다.
8. In Dubious Battle
“It is easy to find out who is a leader.”
진짜 리더는 위기 속에서 드러난다는 뜻이다. 혼란과 갈등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누가 앞장설지를 본다. 스타인벡은 지도자를 권력이 아니라 책임으로 정의했다.
9. Tortilla Flat
“There are no separate stories.”
“따로 떨어진 이야기는 없다.” 사람들의 삶은 서로 얽혀 있다. 나의 선택이 누군가의 운명과 연결된다. 이 문장은 공동체의 본질을 담고 있다.
10. The Red Pony
“The little horse was red and the sun made it flame.”
붉은 망아지가 햇빛에 불꽃처럼 빛난다. 단순한 묘사 같지만, 이는 소년의 성장과 순수의 순간을 상징한다. 어린 시절의 빛나는 한 장면은 평생의 기억이 된다.
스타인벡의 문장들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삶의 숨결에서 나왔다. 흙, 땀, 외로움, 희망, 선택, 겨울, 여행… 그의 단어들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인간 존재의 깊은 울림이 담겨 있다. 한 문장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받고, 질문받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위대한 문학은 긴 설명이 아니라, 오래 남는 한 문장으로 우리를 흔든다는 것을. ***
2026년 2월 17일
{솔티}
English Translation: https://www.ktown1st.com/blog/VALover/348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