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隨筆]
<봄안개 속에서 배우는 길>
아스라이 새벽빛이 번질 무렵, 나는 조용히 窓(창) 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본다. 희미한 봄안개가 世上(세상)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다. 어제까지 앙상하던 나뭇가지가 어느새 연한 숨결을 품은 듯하고, 차가웠던 空氣(공기) 속에도 微妙(미묘)한 溫氣(온기)가 스며 있다. 봄은 큰 소리로 오지 않는다. 그저 안개처럼 조용히, 그러나 分明(분명)하게, 우리 곁에 서 있다.
봄안개는 事物(사물)을 또렷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모든 境界(경계)를 흐리게 하여 世上(세상)을 한 폭의 水墨畵(수묵화)처럼 만들어 놓는다. 분명히 存在(존재)하지만 또렷이 잡히지 않는 風景(풍경)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깊은 實在(실재)를 느낀다. 明確(명확)함이 사라질 때 비로소 本質(본질)이 떠오르는 것일까. 안개는 숨김이 아니라 省察(성찰)의 時間(시간)을 許諾(허락)하는 帳幕(장막)처럼 느껴진다.
混亂(혼란)한 世上(세상)은 날마다 요란한 소리를 낸다. 옳고 그름이 뒤섞이고, 빠름이 곧 正義(정의)인 듯 여겨지는 時代(시대) 속에서 우리는 자주 方向(방향)을 잃는다. 어제의 基準(기준)은 오늘 무너지고, 오늘의 確信(확신)은 내일이면 흔들린다. 그러나 自然(자연)은 그 소란에 動搖(동요)하지 않는다. 제 길을 묵묵히 따르며 季節(계절)을 이어 간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必然(필연)히 온다. 눈은 녹고, 얼음은 풀리고, 굳어 있던 흙은 다시 숨을 쉰다. 이 單純(단순)한 秩序(질서)는 人間(인간)의 計算(계산)과 無關(무관)하게 持續(지속)된다. 그 秩序(질서) 앞에 서면 우리는 謙虛(겸허)해진다. 巨大(거대)한 波濤(파도)처럼 보이던 事件(사건)들도 自然(자연)의 呼吸(호흡) 앞에서는 한낱 작은 물결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봄은 우리에게 膳物(선물)을 준다. 그것은 華麗(화려)한 꽃만이 아니다. 다시 始作(시작)할 수 있다는 可能性(가능성), 굳어 있던 마음이 풀릴 수 있다는 믿음, 어둠이 永遠(영원)하지 않다는 約束(약속)이다. 연둣빛 잎 하나가 돋아나는 모습 속에 삶의 回復力(회복력)이 담겨 있다. 自然(자연)은 말없이 가르친다. 지금은 겨울 같아도 生命(생명)은 멈추지 않는다고.
이 봄안개 속에서 나는 感謝(감사)의 마음을 배운다. 當然(당연)하게 여기던 햇빛 한 줄기, 바람 한 점, 흙냄새 하나가 얼마나 所重(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우리가 붙들고 다투던 數多(수다)한 問題(문제)들보다 이렇게 숨 쉬고 있다는 事實(사실)이 더 큰 奇蹟(기적)임을 느낀다. 感謝(감사)는 거창한 決心(결심)이 아니라, 存在(존재) 自體(자체)를 받아들이는 고요한 態度(태도)일지도 모른다.
험난(險難)하고 거꾸로 돌아가는 世上(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自然(자연)에서 길을 배워야 한다. 나무는 억지로 꽃을 피우지 않는다. 때가 되면 피고, 때가 지나면 떨어진다. 그 順理(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우리 또한 焦急(조급)함을 내려놓고, 옳은 길이 무엇인지 묵묵히 묻고 또 물어야 하지 않을까.
希望(희망)의 봄이 오면 모든 일이 눈 녹듯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눈이 녹는 데에도 햇살과 時間(시간)이 必要(필요)하다. 따뜻함이 쌓이고 또 쌓여야 단단한 얼음도 스스로 물이 된다. 社會(사회)의 葛藤(갈등)과 個人(개인)의 傷處(상처)도 그러할 것이다. 合理(합리)와 理性(이성)이 빛처럼 스며들 때 極端(극단)은 조금씩 누그러질 것이다.
나는 꿈꾼다.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世上(세상)을. 感情(감정)의 波濤(파도)가 일더라도 그 위에 理性(이성)의 다리를 놓는 社會(사회)를. 옳은 길을 따라 걷는 일이 느리고 더디더라도 결국 그 길이 가장 멀리 간다는 事實(사실)을 믿는 共同體(공동체)를. 봄은 우리에게 速度(속도)를 强要(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方向(방향)을 일깨운다.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아침 햇살이 大地(대지)를 비춘다. 이제 風景(풍경)은 또렷해지고 하루의 일이 始作(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에는 여전히 봄안개의 고요가 남아 있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다짐한다. 世上(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自然(자연)의 秩序(질서)처럼 묵묵(默默)히, 謙虛(겸허)하게, 感謝(감사)하며 살아가리라고. 그리고 따뜻한 봄날처럼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작은 溫氣(온기)가 되기를 所望(소망)한다. ***
2026. 2. 27.
崇善齋에서
{솔티}
English Translation: https://www.ktown1st.com/blog/VALover/348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