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 隨筆] KOREA AT WAR를 읽고

2026.02.26

[내 마음의 隨筆]


KOREA AT WAR를 읽고


역사는 때때로 조용히 우리 곁에 놓여 있다. 이미 끝난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은 여전히 현재를 움직이는 힘으로 살아 있는 경우가 있다. 한국전쟁이 그렇다. 우리는 그것을 1950년대의 비극으로 기억하지만, 오늘날 동아시아의 긴장과 국제정치의 역학,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 현실 속에서 그 흔적을 매일 마주한다. 그런 점에서 한 권의 역사서는 과거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서 있는 현재의 좌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Korea at War: Conflicts That Shaped the World는 바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Michael J. Seth는 버지니아에 위치한 James Madison University에서 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원로 역사학자로, 미국 학계에서 한국사를 체계적으로 소개해 온 대표적인 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필자는 그를 몇번 만난적이 있다. 그는 정치·외교사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문화적 맥락까지 아우르며 한국 근현대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왔다. 특히 한국전쟁을 단지 한반도의 내전이나 이념 대립의 산물로 보지 않고, 국제 질서의 구조 속에서 해석함으로써 전쟁의 세계사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데 독창적인 기여를 해왔다.


Korea at War』에서 Seth는 전투의 세부 묘사나 장군들의 전략에 집중하기보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전쟁은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많은 한국전쟁 연구가 전선의 이동과 외교문서 분석에 치중해 왔다면, 이 책은 총성이 멈춘 뒤 세계가 어떻게 재편되었는지에 주목한다. 왜 한반도의 전쟁이 미국의 군사 전략을 강화하고, 일본의 경제 회복을 촉진하며,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전쟁을 지역적 충돌이 아니라 냉전 질서를 굳힌 결정적 전환점으로 위치시킨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균형감이다. 남과 북, 미국과 중국 각각의 계산과 두려움을 차분히 비교하며, 특정 이념이나 국가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는다. 지도자들의 선택을 도덕적 단죄의 관점이 아니라 국제정치 구조 속에서 이해하려는 태도는 독자로 하여금 감정보다 통찰에 이르도록 돕는다. 한국전쟁은 선과 악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냉전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형성된 복합적 충돌이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학문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일반 독자가 읽기 어렵지 않도록 서술되어 있다. 복잡한 군사 용어나 외교적 세부사항에 매몰되지 않고, 사건의 인과관계와 구조적 의미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그 결과 독자는 전쟁의 전술적 세부를 모두 알지 못해도, 왜 이 전쟁이 이후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이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Seth의 고유한 연구 성과는 한국전쟁을 ‘냉전의 실험실’로 바라본 시각에 있다. 이 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직접 충돌한 최초의 대규모 군사 대결이었고,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될 냉전의 패턴을 예고했다. 군비 확장, 동맹 체제 강화, 그리고 분단의 제도화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귀결이었다는 분석은 이 책의 중심 통찰이다. 전쟁은 정전으로 멈추었지만, 그 전쟁이 만든 국제 질서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The farther backward you can look, the farther forward you are likely to see.”


처칠의 이 말은 단순히 과거를 많이 알라는 권고가 아니다. 그는 역사를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 곧 미래를 통찰하는 힘이 된다고 보았다. 과거의 사건을 단편적인 연표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작동했던 구조와 선택, 그리고 그 결과를 읽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현재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을 1950년대의 비극으로만 기억한다면 우리는 오늘의 미·중 갈등, 동아시아 안보 구조, 그리고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전쟁이 어떻게 냉전 질서를 굳혔고, 어떤 국제정치적 패턴을 만들어냈는지를 깊이 들여다본다면, 우리는 지금의 세계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결국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회상하는 행위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지적 훈련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Korea at War』는 단순한 전쟁사가 아니라, 오늘의 세계를 읽는 통찰의 창이 된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언제쯤이나 이루어 질지… ***


2026. 2. 24. 


崇善齋에서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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