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24회] 남로당 군사책, 체포돼 무기징역 선고 받아

2019.01.14

5ㆍ16쿠데타 이후 ‘정치인’ 박정희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일본군 혈서지원’과 ‘남로당 군사책임자’라는 족쇄일 것이다. 그의 집권기에는 이같은 치명타가 금기시되거나 관련 자료가 삭제ㆍ왜곡되었다. 박정희는 1948년 11월 11일 체포되었다. 남로당(남조선노동당)의 비밀당원으로서 군사책임자라는 혐의였다. 


1963년 10월 13일자 <동아일보> 호외. 박정희씨 무기언도를 받았다는 제목이 선명하다. ⓒ네이버라이브러리(동아일보)


남로당은 1946년 12월 23일 서울에서 결성된 공산주의 정당이다. 조선공산당ㆍ남조선신민당ㆍ인민당 3당의 합당으로 결성되었다. 8월 28일 북한에서 북조선 노동당(북로당)이 결성된 이후 남한에서 공산주의세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조직된 정당으로 위원장 허헌, 부위원장 박헌영과 이기석이 선출되었으며 강력한 민주주의 자주독립 조선국가 건설을 과업으로 삼고 토지개혁 등을 내걸었다. 


박정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남로당에 입당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김종필은 1986년 한 잡지와 회견에서 강창선(조선경비사관학교 시절 박정희가 제1중대장일 때 2중대장)에 의해 포섭된 것처럼 발언하였다. 그러나 조갑제의 주장은 다르다. 만주군관학교의 전신인 봉천육군훈련처 출신으로서 간도특설대의 신병교육대 부대장 최남근(崔楠根)을 통해서였다는 것이다. 


먼저 박정희 본인의 자술서부터 살펴보자. 남로당 사건의 숙군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김안일 특무과장은 조사 과정에서 ‘박정희 소령의 자술서’를 직접 읽어 본 사람이다. 


김안일의 증언이다.


박 소령은 김창룡에게 붙들리자마자 “이럴 때가 올 줄 알았다”면서 순순히 자술서를 줄줄 써내려 갔다고 합니다. 육사 재학시절 형 박상희가 대구 10.1사건에 연루돼 구미에서 경찰의 총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내려가 보니 형 친구인 이재복이 유족들을 잘 보살펴주고 있더랍니다. 이재복은 박정희에게 '공산당 선언' 등 불온책자를 건네주면서 남로당 가입을 권유했고, 또 형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부추기더랍니다.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의 기록이다.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장이던 기간 중 박정희는 남로당 조직책 이중업(李中業)의 지령을 받은 군부연락책 이재복(李在福)에 의해 남로당 군사부장으로 임명되어 국방군내에 남로당의 세포조직을 통괄하는 군부조직책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박정희가 어떠한 경로로 이중업ㆍ이재복과 접선됐는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문제의 황태성이 이 접선을 주선하였으리라고 추측되고 있다.  방대한 자료를 모아 박정희 전기를 쓴 조갑제의 기록이다.


몸도 마음도 통이 큰 최남근은 해방된 뒤 일찍 군사영어학교에 들어간 덕분에 박정희가 육사 중대장일 때는 대구에 주둔한 6연대장이었다. 박정희는 이 때 남로당 군사부책(軍事部責) 이재복, 최남근과 자주 접촉하고 있었고 많은 목격자를 남겼다. 박정희는 강창선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남로당 대군(對軍) 공작부서의 지휘부와 연결되어 있었다. 


박정희의 좌익 전력에 관해서는 <실록 박정희>가 충실한 보도를 하고 있다. 박정희와 8연대에서 함께 근무한 3기생 염정태(육군대령 예편)의 증언.


사관학교에 다닐 때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성을 들었습니다. 수재에다 인품도 훌륭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죠. 그래서 나는 첫 부임지가 8연대란 얘기를 듣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가 보니 당시 8연대는 빨갱이 소굴이었습니다. 연대 내 좌익 총책이자 부연대장인 이상진(李尙鎭, 신경 2기, 당시 소령) 등이 주동자였는데, 이들은 대개 만군 출신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도 이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포섭됐다고 봅니다. 


박정희의 ‘장교자력표’에는 춘천시절의 기록이 누군가에 의해 삭제되었다. 또 남로당사건 관련 기사는 5ㆍ16 이후 신문보관철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누군가 절취하여 공간으로 남아있다. 기적적으로 한 신문에 재판 결과가 남아 있을 뿐이다. 


건전한 국군을 건설하고서 국방부에서는 10월 반란사건 이래 장교를 비롯하여 병사에 이르기까지 1천여 명을 검거하여 취조중에 있던 중, 조사가 끝난 자들은 지난 8일부터 군법회의에 회부중이었는데, 지난 13일까지 판결언도를 받은 자는 73명에 달하고 있는 바, 그중 전 마산 15연대장 최남근은 총살언도를 받았으며 그외 김학체, 조병건, 박정희ㆍ배명종 등은 무기징역 언도를 받고, 기타는 15년부터 5년까지 징역판결이 있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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