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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賊反荷杖(적반하장)

2020.01.06




           賊反荷杖(적반하장)



 적반하장 이란 말이 있다. 이는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든다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순오지(旬五志)에 실린 말로 ‘도리에 어긋난 자가 도리어 스스로 성내고 상대를 업수이 여긴다는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어느 날 도둑이 남의 집에 물건을 훔치려고 어떤 집에 들어가게 됐는데 주인에게 들키게 되었다. 주인이 도둑이라고 소리를 지르자 사람들이 몰려오게 되었다. 이때 이 엉큼한 도둑놈이 자신이 도둑이 아닌 척 하려고 몽둥이를 집어 들고 “도둑놈 잡아라!”라고 소리 친 것에서 이 말이 연유 되었다 한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자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정사장님이 찾아와 무거운 표정으로 자신의 운수를 보아달라 하신다. 정사장 내외분은 그 전해 연말에 큰 재미를 보았다. 새로 들여온 스타일의 물건마다 히트를 쳐서였다. 신이 나서 연일 싱글벙글 하는 정사장님을 보면서 필자도 덩달아 흐뭇했었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철저히 본 셈이고 주말까지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도와준 아내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연말 장사가 끝나자 봄이 될 때까지는 비수기여서 아내에 대한 보상으로 그동안 그토록 가보고 싶어 했던 한국에 나가 맛있는 것도 실컷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며 푹 쉬고 오라고 인심을 썼다. 평소 구두쇠여서 아내를 너무 옥죄었던 것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아내는 ‘이 구두쇠가 웬일?’ 하면서도 무척이나 좋아했고 한국으로 나갔다.

 그런데 한국에 다녀온 뒤 아내의 태도가 좀 바뀐 듯 했다. 두 달이나 한국에 나갔다와서 그런지 매일같이 평소 안하던 낮잠을 자는가 하면 저녁 늦게까지 잠을 안자는 날이 잦았다. 왜 그런고 물은 즉 시차적응이 안되서 그렇다고 이유를 댔다. 그런데 며칠 동안 잠결에 들으니 새벽 1시가 넘어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 했는데 이런 일이 거의 하루도 빠짐이 없었다.

 어느 날인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는척 하고 있다가 몰래 아내가 통화를 하는 문틈으로 소리를 엿듣다가 기절초풍을 할 뻔했다. 아내가 코맹맹이 소리로 “자기야! 나 한국 있을 때 자기랑 너무 행복했어. 어쩌면 자기는 그렇게 힘도 좋고 기술도 좋아? 나 할 때마다 숨넘어가서 죽는 줄 알았어! 아~ 빨리 다시 한국에 나가서 자기하고 자고싶다. 어쩌구~~저쩌구~~” 눈알이 튀어 나올 정도로 놀랐고 이어지는 년놈의 음담패설을 듣다보니 아내에 대한 짙은 분노감에 아내를 죽이고 싶은 살의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한다. 

 방으로 뛰어 들어가 아내의 전화기를 뺏어들고 “너 이놈! 너 누구야? 내가 너희 년놈을 그냥 둘 것 같으냐? 내가 쫓아가서 죽여버릴꺼야! 너 꼼짝말고 기다리고 있어! 이 새끼야!” 말이 나오는 대로 소리소리 지르다 보니 전화는 이미 끊겨 있었다.

 부인은 모든 것이 완전히 들통나자 덜컥 겁이 났으며 남편이 자기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공포심에 몸을 떨다가 남편이 전화를 끊고 자기에게 다가오자 뒷걸음을 치며 “나한테 오지마! 다가오지마!” 라고 소리치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신발 신을 겨를도 없이 맨발로 뛰쳐나가며 “헬프 미! 헬프 미! 세이브 마이 라이프!” 하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이를 본 몇몇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아내도 지나가던 사람이 무슨 일이냐며 묻자 전화기를 빌려 경찰에 신고를 했다. 영어가 짧아 자세한 말은 못했고 무작정 “남편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나를 쫓아오고 있다.“ 등등 횡설수설 했다. 

 사실 남편인 정사장님은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아내를 폭행하거나 살해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지레 겁먹은 부인이 남편의 눈에서 나는 광채를 보고 살해당할 수도 있다고 겁을 먹은 거였다. 채 일분도 되기 전에 경찰차 수십 대가 그 동네일대로 진입하였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본 것이다. 부인을 발견한 경찰이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영어가 안되는 부인은 그저 “마이 허즈벤 킬 미. 히트 미. 헬프 미!” 만 반복했다.

 완전무장한 경찰이 총을 겨눈 채 집을 에워싸고 경찰 특공대까지 나서서 남편인 정사장님을 체포했다. 이리하여 정사장님은 부인에게 폭행은커녕 욕 한마디 못해보고 경찰에 끌려갔다. 아내 폭행 혐의와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정사장님은 이날부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전화는 물론 어떤 방법으로도 부인에게 접근할 수 없다는 ‘고발인에게 접근금지 임시명령’(temporary order of protection)이 내려져 집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속이 상해 필자와 상담을 하러 온 것이었다. 이예 필자가 정사장님의 운을 짚으니 ‘귀매지진’의 괘(卦)가 짚혔다. 

 이는 ‘가까운 자가 음해한다. 사람의 배신으로 고통당한다. 작은 일이 크게 번져 갑자기 놀랄 일이 있다.’는 운 이였다. 

 필자가 보기에 이들 부부는 이별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일이 더 이상 크게 확대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그리 설명을 해드렸다. 정사장님이 접근 금지 명령을 위반 할 경우 일이 커져서 즉시 체포 되는 것은 물론 법정 모독죄가 되기에 경거망동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함은 물론 이었다. 

 결론은 이렇다. 검사가 기소를 하려면 고발인으로부터 고발에 따른 진술을 받아야 하는데 부인은 검사의 연락에 일체 답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다. 사실 남편이 자기에게 위해를 가한일이 없는데 자신이 허위로 신고한 죄로 처벌 받을까봐 겁이 났던 거였다.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검사는 공판 날짜를 번번이 연기하게 되었다. 재판은 계속 연기 되었고 정사장님 역시 계속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집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전화조차 할 수 없으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부인은 남편이 집에 없으니 이제 누구 눈치 안보고 애인과 몇시간이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폰섹스까지 즐기게 되었다. 애인과 의논하기를 남편과 이혼하고 재산을 챙겨서 한국으로 달려가 꿈같은 생활을 즐길 계획을 세워 나갔다.


 결국 정사장님 내외는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후 역시 필자의 고객인 정사장님 부인 여동생을 통해 이혼 후 부인의 근황을 들으니 ‘역시나!’ 였다. 정사장님 부인과 바람이 난 남자 역시 유부남이었는데 막상 정사장님 부인이 가정을 때려치우고 한국에 용감(?)하게 나오자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자신의 애들이 아직 어리니 몇 년만 참고 그냥 지내자고 설득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돈만 빌려가곤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사장님 부인 아니 前부인은 남자에 눈이 뒤집혀 자기 신세를 망친 셈이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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