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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독한 여자만나면 국물도 없다!

2020.01.17

 


             독한 여자만나면 국물도 없다!   

     

 K씨는 오렌지 카운티에서 개업 중인 의사 분이시다. 몇 년 전 부터 필자와 가끔 상담을 해오고 있다. 다행히도 실력을 인정받아 병원은 항상 만원 이어서 수입은 충분하고 정숙한 부인은 살림꾼이고 영리한 두 딸도 별 말썽 없이 잘 자라주고 있어 누가 보아도 부러운 행복한 가정이다. 이러한 환경의 K씨의 유일한 고민은 내연의 관계에 있는 R이라는 이혼녀 때문이다. 우연히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만난 R씨는 당시 일식당의 웨이츄레스 였는데 성격이 화통하고 손님들과도 곧잘 농담을 주고받는 등 끼가 있어 보여 여러 남자 손님들이 집적 거리는 중이었다. 원래 R씨는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인데 결혼과 동시에 그만 두었다가 이혼을 하고 난 뒤에는 감각이 떨어져 서인지 제대로 일을 못했고 결국 디자인 일을 그만두고 일식당 웨이츄레스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K씨는 사람이 점잖고 키도 크고 인물도 영화배우 처럼 잘 생긴 데다가 직업도 좋으니 여자들의 관심을 끌만했다. 허나 위인이 워낙 성실하고 부인과의 사이도 원만하여 다른 여자는 쳐다 보지도 않았는데 그날은 눈에 뭐가 씌였는지 R과 생전 안하던 야한 농담도 주고받고 은밀한 눈길도 나누었다. 아마도 술기운 때문 이었으리라. 아무튼 그 뒤 K씨는 혼자서도 종종 그 일식당을 찾았고 결국 R씨와 동침을 하게 된다. 


순진했던 K씨는 숱한 경험이 많은 R씨의 기교에 그만 솜처럼 풀어져 버리고 말았다한다. K씨의 말을 빌리자면 “선생님 앞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 뭣하지만 섹스라는것이 이런거였구나! 하는 느낌 이었습니다. 집사람 하고야 그저 조금 흥분해서 관계하고 마는 밋밋한 생활 이었고 원래 다 그런것인가 보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R을 만나고 나서 그런 쾌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였다. 아무튼 점잖고 성실했던 K씨는 이때부터 미쳤다. R과의 사랑 놀음에 시간가는 줄 몰랐고 병원일도 등한시 한 채 R과 놀기 바빴다. 그동안 워낙 성실했고 벌어놓은 돈으로 부인이 재테크도 잘해서 먹고 사는 것은 문제없다 해도 K씨의 처사는 과했다. 이래서 옛부터 ‘늦바람이 무섭다’라고 했나보다. 결국 부인이 알게 되었고 난리가 났다. 


K씨는 부인에게 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고 즉시 R과의 관계를 정리 하겠다고 맹세한 뒤 용서를 받았다. 부인 역시 평생 성실했던 남편을 잠깐의 실수로 포기할 수는 없기에 관대히 용서 할 수 밖에 없었다. K씨는 R씨에게 이별을 통보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누구 맘대로?’ 였다. 이어서 들은 이야기는 ‘니 맘대로 왔지만 니 맘대로는 못 간다.’ 이다. K씨는 사정사정 하면서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가정을 깰 수 없으니 이 정도에서 끝내자. 경제적인 보상도 해 주겠다’는 말과 함께! 이것이 실수였다. 


R씨가 제시한 조건은 매달 충분한 생활비였다. 헤어지는 사람에게 매달 생활비를 대 달라는 미친 여자가 어디 있으며 이에 응하는 머저리가 어디 있는가? 허나 미친 여자와 머저리 였다. K씨는 가정을 깰 수 없으니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았다. 헤어지는 척하고 연결 고리를 남겨두자는 속셈 이었고 R씨 입장 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조건이었다. 이때부터 K씨는 돈을 대 주면서도 R씨에게 시달리게 된다. “니 마누라 년은 그렇게 돈을 많이 갖다 주면서 왜 나에게는 이 정도밖에 안주냐?” 였다. 미친년도 보통 미친년이 아닌 것이었다. R씨는 독해도 보통 독한 여자가 아니었다. 


몰래 숨어서 쉬 쉬 하는 것이 아니라 K씨 부인에게 툭하면 쫓아갔다. 한마디로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상스럽고 무식한 대다가 깡으로 똘똘 뭉친 R을 뼈대 있는 집안에서 엄한 가정교육 받으며 자라온 현숙한 K씨 부인이 당할 수가 없었다. 친정에서 오빠들이 응원군으로 왔는데 R은 두 남자를 다 잡아 뜯어 놓고도 오히려 지가 맞았다고 경찰에 신고해서 오빠들을 잡혀가게 했다. 다행히 즉시 풀려나기는 했지만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K씨는 처남들 에게 완전히 ‘똥’이 된 셈이다.


R의 행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병원에 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려 K씨를 망신주었다. 그런데 한심한 것은 이런 풍파를 겪으면서도 K씨가 R하고의 육체관계는 계속 되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K씨에게 물은 말인 즉 “그렇게 당하고도 그 여자와 잠자리가 가능 하던가요? 정네미가 떨어져서 그렇게 못할것 같은데요?” 돌아온 대답은 “정말 제가 생각해도 제가 미친놈 입니다. 정말 R이 지긋지긋해서 진절머리가 나다가도 R의 육체만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둘이 만나서 쌍욕을 주고받으며 싸우다가도 R이 조금만 교태를 부리면 즉시 싸움을 중지하고 성 관계를 갖게 됩니다. 제가 뭐가 씌운게 맞지요?” 였다. 몇 년전부터 계속 “이 여자 정리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결국 패가망신 하게 되어 있습니다.” 라는 말을 입이 부르트도록 강조했건만 그러겠노라는 대답만 넙죽넙죽 할 뿐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K씨. 이래서 ‘독한 여자 만나면 국물도 없다’라는 말이 있는 듯하다. 


이후에도 R의 행패는 계속되어서 K씨 역시 폭행죄로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되었고 (폭행은 R이 하는데도 미국법이 이상 스러워 서인지 왜 맞은 남자들만 잡아가는지 모르겠다. 미국 법에 여자에게 얻어 맞으면 죄가 되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여러 사연을 만들어 낸다. 생활비가 적다고 행패, 본부인 하고 여행 갔다 왔다고 행패, 집에 일찍 들어 간다고 행패, 부인하고 자기가 있는데서 전화 통화 했다고 행패, 기분 나쁘다고 행패, 기분 좋아서 행패, 심심해서 행패,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미친 여자의 행태였다. K씨에게 시달려서인지 육체관계가 격해서인지 K씨는 점점 말라갔다. 몇 년 전 처음 K씨를 보았을 때 보다 최근에는 K씨는 놀라울 정도로 여위어 있었다. 필자의 감정도 처음에는 안 된 마음이 었다가 점차 K씨가 쓸개도 없는 한심한 사람으로 보이고 R과 다를 바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K씨 제발 정신 차리소!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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