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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물이 원수인 팔자

2020.06.10




            물이 원수인 팔자


 무술년 여름경 한 초로의 여성분이 필자를 방문한 일이 있다. 연세가 70이 넘은 노인분 인데도 매우 깔끔하게 자신을 치장하였고 몸가짐이 단아 하신 것이 교육정도가 높으신 지식인임을 느끼게 하였다. 


생년월일시를 물으니 1947년 음력 12월5일 생으로 자시에 출생 하셨다고 한다. 사주기둥을 세워보니 정해년 계축월 기해일 갑자시로 나왔고, 운은 순행하여 갑인, 을묘, 병진, 정사, 무오, 기미, 경신으로 흐르고 있다. 기해일주가 축월에 태어나 득령하였고 시간에 갑목이 일간 기토와 갑기합화토하여 신강사주가 된 듯하나 사주내에 년지해수 월간계수 일지해수 시지자수등 수가 범람하고 있고, 지지에 해자축 방합하니 신약사주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홍수에 뚝이 무너지는 격으로 홍수속에 떠내려가는 듯한 사주격국이 펼쳐진다. 수가 흉신이 되어 가뜩이나 축축한 기토를 더욱 습기지게 하니 늪과 같이 질퍽질퍽한 토로 바뀌어 일생이 순탄치 못하고 많은 시련과 고난속에 노출되는 명이다. 이런 사주의 경우 실제로 일평생 물을 조심해야 하는 명이다. 


필자 왈, "이 사주는 평생 물을 조심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허나 일평생 물에 노출되어 있어 물로 인해 풍파가 잦을 것이니 그게 문제군요."하니, "세상에 참 그런 것이 다 사주에 나옵니까?  정말 물이라면 지긋지긋 합니다."라고 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이분은 강원도 춘천이 고향이다. 물과 관련된 악연은 이분의 나이 네살 때부터 시작된다. 춘천에서 유명한 호숫가에 부모님과 물놀이를 갔다가 부모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 물에 빠져서 겨우 죽기 일보 직전에 근처를 지나가던 휴가 나온 군인 아저씨가 구해주는 바람에 겨우 목숨을 건지는 일이 있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술을 좋아하시던 이분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귀가하다 논두렁에서 미끄러져서 겨우 한뼘정도 깊이밖에 안 되는 논수로에 코를 박고 익사한 시체로 발견된 것은 이분이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던 때였다. 재가한 엄마를 따라 충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당시 군청에 근무하시던 새 아빠는 매우 다정하게 자신을 대해주어 죽은 친 아빠보다 오히려 더 따르게 된다. 허나 전부인 소생인 형제가 몇살 위였는데, 이 오빠 둘이 이분을 무척이나 미워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의 아빠가 친자식인 자신들보다 새로 집에 들어온 계집 아이만 감싸고 도니 심술이 났던 것이다. 당시 집 마당에는 큰 우물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이 우물속을 들여다보다 옆에 있던 오빠가 건드리는 바람에 우물 속에 빠지게 된다. 고의였는지 실수 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으니 어쨌든 우물 속에 빠져서 죽을 뻔했던 악몽은 네 살때의 기억보다 더욱더 뚜렷하게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때 이후 물을 두려워하는 버릇이 생겨 절대로 개울가에 수영하러 나가지도 않았고, 조금 커서 냇가에 빨래하러 갈 나이가 됐을 때도 죽어라고 그 일만은 거부했다고 한다. 그 후 특별한 사건이 없었고 점차 물에 대한 두려움도 지워져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기계 기술자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서울로 이사 와서 신접 살림을 차렸고, 성실한 남편 덕에 조금씩 살림을 늘려나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잔잔히 행복한 시간이 흐른다. 그 사이 아들 딸 남매도 태어났고 조그만 집도 장만하였다. 직장 생활만 해서는 욕심이 차지 않자 남편은 지금까지 모아 두었던 돈에다가 친지들 에게 돈을 융통해서 집 근처에 작은 공장을 차린다. 어엿한 사장님이 된 것이다. 처음 집장만 했을 때도 두 부부가 감격 스러웠는데 이제는 제법 규모가 있는 사업체 까지 가지게 되어 사장님 사모님 소리를 듣게 되자 너무 감격 스러워 눈물을 흘리며 부부가 그 날 밤을 꼬박 샜다고 한다. 특히 부인보다 남편의 감격이 더 컸다. 남편이 말을 하지 않았어도 직장생활 속에서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었는지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한다. 하지만 그 지긋지긋한 물이라는 놈이 인생에 또 끼어든다. 서울 에서도 그 지역이 저지 대였는데 몇 십년만에 온 큰 홍수로 공장 시작한지 몇달만에 집이고 공장이고 다 물에 잠겨 쓸려 내려가서 완전히 알거지가 되고 만 것이다! 자신들의 돈만 날렸으면 그나마 다행일 터인데 친지들 에게 빌려온 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으니 두분은 눈앞이 깜깜 했다고 한다. 성실 하기만 하고 정직한 남편은 주위의 빚 독촉에 매우 괴로워 했고 그렇게 몇 달을 괴로워 하다 약을 먹고 자살을 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동네 인근에 있던 산 속 계곡 에서였다. 이분도 남편 따라 죽고 싶었으나 어린 남매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거친 삶을 살아 왔고, 어떤 인연으로 미국에 이민 오게된다. 다행히 두 자식이 다 잘되서 아들은 박사가 되어 동부에 있는 세계적 으로 유명한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고, 딸은 LA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상담 말미에 이 분, "물이라면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데 제가 어린 남매 키우느라고 미국에 건너와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해본 일이 무언지 아십니까? 스파하고 술장사 였어요.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 입니까?" 라고 한 뒤 인생을 달관한 듯한 쓸쓸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필자가 보기에 이분은 스파와 술장사를 하면서도 엄청나게 많은 스트레스 와 풍파를 겪었을 것이다. 이분에게 물은 평생 증오 하면서도 악연으로 항상 이분곁에 늘 있어 왔던 듯하다. 일생을 풍파속에 시달려온 초로의 여인분 사연 이였다. 이글을 통해 늘 건강 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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