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奔獐顧 放獲兎(분장고 방획토)

2021.04.29




                    奔獐顧 放獲兎 (분장고 방획토)


 ‘분장고 방획토’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달아나는 노루를 보고 얻은 토끼를 놓아 준다’는 말로 허황된 욕심에 다 잡아 놓은 작은 행운마저 놓친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사연을 소개한다. 


플러턴 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계신 선 사장님은 매우 부지런한 양반이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1시간가량 ‘천수경’을 읽은 뒤 아침 운동에 나선 뒤 5시면 집에 돌아와 마당 청소며 나뭇가지치기 등 부산을 떨어 집안 식구들을 깨운다. 이런 아버지 덕에 자녀들도 모두 부지런해 질 수밖에 없었다. 어려서 어려운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선 사장님은 스스로 부지런해 질 수밖에 없었고 부지런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기에 그의 부지런함은 선택이 아닌 숙명이라 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근면함으로 작은 성공을 이룰 수 있었고 주위에 아쉬운 소리 않고 6남매를 키우고 교육시킬 수 있었다. 자식을 많이 낳은 이유는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피를 나눈 형제가 최고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형제가 웬수’인 사람들도 있지만 선 선생님의 경우 동생들 뒷바라지를 힘껏 해 왔고 덕분에 형제들 간에 우애도 깊어 서로 힘이 되니 ‘형제는 많아야 한다’는 선 선생님의 신념에 확신을 더하게 했다. 


어려서 부터 부모님께 효도하고 어려운 집안 형편에 굴하지 않고 형제들을 위해 일찍부터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한 훌륭한 이 양반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돈에 대해 너무 인색하다는 것이었다. 어려서 부터 가난에 시달려서 인지 재물에 대한 욕심과 집념은 대단했다. 부모 형제 자식에게는 아낌없이 다 퍼주고 자신을 희생하지만 그건 혈육일 경우이고 남에게는 어찌나 짠지 주위 사람들 에게는 ‘염화나트륨 선’ 이라 불렸다. 10년, 20년을 사귄 이에게도 평생 밥 한 끼 사는 법이 없었고 커피 한 잔 대접하는 일이 없었지만 얻어먹는 것은 몸서리치도록 좋아해서 ‘공짜라면 자다가도 벌 떡 일어나 양잿물이라도 마실 기세’였다. 이러니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선 사장님을 상대하려 들지 않았다. 짠 것도 어느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니 그리 될 만 했다. 이러니 주위의 어떤 돈 되는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사람 관계라는 것이 이런 저런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이런 저런 정보도 듣고 돈벌이 계기도 생기는 것인데 이런 루트가 꽉 막혔으니 오로지 자신이 일해서 버는 돈에만 의지 할 수밖에 없었다. 주유소 비즈니스야 30년 가까이 해 온 일이니 뭐 특별히 신경 쓸게 없었는데 어느 날 이런 고원무원 처지의 선 사장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주유소 인근지역에서 독립된 건물로 미국의 유명 체인 레스토랑을 20년 운영하던 이웃이 갑자기 병이 나서 이런저런 병원비 납부도 어렵고 몸도 일을 하기 에는 힘이 부쳐 급하게 처분하려고 하니 혹시 선 사장님에게 의향이 있는가를 물어온 것이다. 식당 운영은 무척이나 안정적 이여서 수입은 늘 꾸준한 식당이었다. 시세는 100만 불 이상 이지만 요즈음 불경기인 점을 감안하고 주인의 사정이 급하니 70만 불 정도를 제시했다. 선 사장님이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주변에 알아보니 꽤 알짜배기 사업이었고 주인의 사정이 많이 급한 듯 했다. 이때 문득 선 사장님의 과한 욕심이 발동을 했다. 


주인의 건강과 돈 사정이 급박하니 좀 더 급박하게 만들어 주면 (?) 그냥 거져 먹을 수도 있겠다는 교활한 생각이었다. 남은 죽음을 앞두고 절박한데 이를 이용해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유와 물건의 하자(?)를 찾아내어 길고 긴 협상 끝에 일단 60만 불에 계약을 하는데 성공을 했다. 그리고 에스크로 를 오픈한 뒤 이런 문제 저런 문제를 일부러 만들어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식당 주인의 몸은 점점 죽어가고, 경제문제는 급박하게 몰아치는데 상대방은 교묘하게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끌면서 가격 재협상을 하자고 하니 계약을 파기할 수도 진행할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였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이라는 못 돼 먹은 심보였다. 이즈음 선 사장님이 필자를 찾아왔다. 레스토랑 주인의 생일을 알아 왔다고 하며 이이가 얼마나 살 것인지, 자기의 목적대로 가게를 거의 거져 먹을수 있을런지 등에 대해 묻기 위함이었다. 


필자 왈 “아니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습니까? 천벌을 받지요!” 라고 하니 이 양반 인상을 쓰며 “아니 어따 대구 말을 함부로 해? 묻는 거만 말해주면 될 것이지 당신이 도덕 선생이야!” 라고 하며 거칠게 필자를 꾸짖는다. 결국 가게 주인은 거래의 종결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가게는 선 사장이 아닌 가게 주인의 사돈 되는 분이 정상가격에 인수하게 되었다. 선 사장님의 욕심이 너무 과해 찾아온 행운을 스스로 버린 격이었다. 선 사장님은 지금도 주변의 왕따 속에 홀로 건재한다. 


사람인 이상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선 사장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부모님께 효도했고 형제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형제 우애가 매우 깊어서 동생들에게 존경받는 형님이요, 집에서는 부인과 자식들에게 늘 헌신해서 존경받는 남편, 아빠이시다. 위인이 매우 부지런해서 한시도 몸을 가만두지 않고 바삐 움직인다. 한마디로 근면, 성실한 분인 것이다. 허나 어려서 겪은 지긋지긋한 가난이 이분에게 깊은 trauma (정신적 후유증)를 남긴 듯하다. 내 혈육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을 해서라도 내 가족을 위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어서 돈과 관계된 타인과의 문제에 있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또한 혈육만 있으면 됐지, 남이야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쓰겠다는 정도가 지나친 가족주의자가 되었다. 즉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안 쓰고 오로지 내 부모, 형제, 처자식 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왕따 당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 현재의 씩씩한(?)모습이 필자의 눈에는 왠지 무척이나 안쓰러워 보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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