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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늙은 제비족의 참회?

2021.04.27


    

         늙은 제비족의 참회?   


 한인 타운의 한 하숙집에 거주하는 석 선생님은 평생을 무위도식 하며 하찮은 인생을 살아온 늙은 제비족이시다. 60대 중반에 거의 다다른 현재까지 직업다운 직업을 평생 지녀 본 바 없다. 처와 자식들이 한국에 있으나 연 떨어진지 오래다. 


석 선생은 부산이 고향이다. 부산의 영도다리 인근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 머리가 총명하여 부산의 명문 중.고교를 졸업한 뒤 수산대학에 진학하여 마도로스 석씨가 되었다. 한번 배를 타면 외국을 떠돌다 짧아야 6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외로운 생활이 싫어 시작한 지 2년 만에 때려치우고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잠시 쉬려던 것이 평생을 쉬게 되었다. 석 선생은 어려서부터 인물이 좋았다. 그래서 자랄 때 인근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여서 필요하면 언제든 여자를 사귈 수 있었는데 여기서 불행의 씨앗이 잉태되었다. 


“어떤 여자든 5분 안에 꼬실수 있다”는 것이 석 선생의 평생의 자랑이자 장기였다. 독자여서 군대도 면제받고 무위도식 하던 중 친구의 권유로 사교춤을 배웠다. 워낙 운동 신경이 좋아서 인지 몇 달 지나자 사교춤의 도사라 칭송받던 친구보다도 더 나았다. 물 찬 제비 같은 용모에 날개를 단 셈이다. 처음에는 재미로 카바레를 들랑거렸다. 그런데 여자들과 춤을 몇 번 추어주면 돈이 생겼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 큰 누나나 엄마뻘 되는 여자들이 귀엽다 며 밥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잠도 재워(?)줬다. 가끔 쓰라며 쥐어주는 용돈도 두둑했다. 그 재미에 빠져 청춘을 허송했다. 그런 생활을 몇 년 하다 보니 그 계통에서 노는 선배들과 교우하게 되고 그 속에서 죄 의식 없이 제비족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이 독 하지 못해 다른 놈들처럼 유부녀 농락한 뒤 협박하는 짓은 하지 못했고 여자들이 알아서(?) 쥐어주는 돈에 만족 할 수밖에 없었다. 주는 용돈이 적으면 “에이 **누님 해도 너무하네!” 라고 한 뒤 토라지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무튼 이런 세월 속에서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갔고 한번은 건달 마누라를 잘못 건드려서 건달 놈들에게 잡혀가 2박 3일 동안 ‘똥물을 겨워낼 정도’로 뒤지게 맞고 겨우 빌고 빌어서 살아났다. 그 후유증으로 6개월 꼼짝 못하고 병원 신세를 지냈다 하니 맞아도 정말 엄청 뒤지게 맞은 것이다. 이때 잠깐 정신을 차려 고향에 내려가 착실히 살아 보려했다. 주변의 소개로 참한 아가씨도 소개받아 결혼도 했다. 아내는 처음 석 선생을 본 순간 석 선생에게 홀딱 빠져 신세를 홀딱 망치게 되었다. 중학교 선생이던 아내는 석 선생의 학력과 외모 그리고 말솜씨에 정신이 깜빡 했는데 이때부터 인생도 깜빡 하게 되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신혼생활 몇 달 지나지 않아 또 옛 버릇이 나왔다. 먹고 살려고 뼈 빠지게 일하는 사람들이 참 못나 보였다. 돈도 몇 푼 벌지도 못하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죽어라 일하는 불쌍한(?) 인생들을 보면 참 한심했다. 오전 10-11시까지는 늘어지게 자고 느긋하게 식당에 가서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고 사우나에 가서 땀을 쭈~욱 빼면서 숙취를 푼 뒤 이발소에서 머리 드라이 하고 반짝 거리는 구두를 신고 호텔 커피숍 에서 선,후배 들을 만나 커피한잔 한 뒤 간단히 저녁을 사 먹은 뒤 카바레에 가서 앉아 있으면 춤 신청이 들어온다. 마지못한 듯 플로어에 나가 여자들 손을 한 번 잡아주면 답례로 술대접한다, 밥 대접 한다 난리를 친다. 잘생긴 외모와 현란한 말솜씨로 여자들을 현혹한 뒤 누군가와 함께 자빠져 자러 가면 하루일과 끝이다. 그리고는 돈이 생긴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안 아픈 곳이 없어 노상 보약을 달고 살아야했고 약값 때문에 돈도 모으지 못했다 한다. 이런 쓰레기 같은 생활을 하면서 가장의 역할도 하지 못했다. 아내는 두 아이 키우랴 직장생활 해 내느라 밤 낮 허덕여야 했다. 남편에게 반한 죄로 평생 팔자를 망친 것이다. 이래서 남자나 여자나 배우자를 맞이하는 것은 평생의 팔자를 건 모험이다. 신중하고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팔자를 망치지 않으려면! 


이런 석 선생이 미국에 오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같은 계통에 있던 제비족 선배가 미국에 유흥업소를 하나 개설했는데 와서 좀 도와달라고 해서 잠깐 있다 가려고 건너온 것이 벌써 15년째다. 미국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도 집구석 이라고 전화를 했더니 드디어 아내가 정신을 차렸는지 집에 오지 말란다. 그래서 그냥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시민권 여자 하나 꼬셔서 데리고 살려고 어떤 여자와 라스베가스 가서 결혼하고 신분 문제를 물었더니 사실은 시민권도 없고 그냥 불법체류자 라고 고백하더란다. 자기도 그렇다고 고백했더니 “우리는 어쩌면 똑같이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군요” 라고 한 뒤 허탈하게 웃더란다. 그 다음날로 서로 헤어졌다. 서로가 서로를 시민권자로 오해한 것이다. 서로 거짓말 했으니 원망할 것도 없었다. 석 선생은 이곳에 와서도 지금 현재까지 춤으로 먹고 살고 있다. 여자들 돈 후려내서 먹고 사는 것이 이분의 숙명인 듯싶어 숙연(?) 해지기 조차한다. 


필자가 이분을 만난 것은 꽤 오래전 인데 그 때 자신의 쓸모없는 인생을 돌아보며 회한에 잠겨 눈물까지 비쳤었다. 늘그막에 돌아갈 곳 없이 이역만리 외국 땅 에서 속절없어 늙어가는 자신의 신세가 가여워서 였다. 허나 어쩌랴! 다 자업자득인 것을 ...... 그런데 그 이후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필자가 모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 식당 옆에서 당시에 있었던 모 캬바레 (지금은 없어 졌음) 앞에서 석 선생과 제비족으로 보이는 늙은 제비가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들었다. 석 선생 왈 “ 아~ 어제 그년은 꽤 있는 척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택도 없더라. 아 서라 아서!” 한번 생겨먹은 것은 죽어도 변하지 않는가 보다. 불쌍한 인생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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