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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마약 같은 중독성

2021.07.15





                             마약 같은 중독성


 서울 강남과 한인 타운에서 미용실을 30여년 운영해 오신 올드 타이머 도 여사님은 이른바 돌싱 이시다. 20대 초반 철없던 시절 대학졸업 하자마자 당시 연극 배우였던 청년을 만나 부모의 결사반대 에도 불구하고 감행한 결혼이었다. 지금은 다소 사정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당시 한국의 연극계 사정은 열악하여 연극배우는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부잣집 막내딸을 그런 ‘거지 깡갱이’ (도 여사님의 표현이었음. 연극하시는 분들 양해바람) 같은 광대 놈에게 줄 수 없다고 결사반대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둘이서 친구들 몇 만 불러서 단촐 하게 치룬 결혼식은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결혼 후 호구지책이 문제였다. 남편은 말 속에서 은근히 “다른 연극 친구들은 부잣집 딸내미 만나 편하게 연극에 매진하고 그런다는데 나는 참 그런 복도 없는 놈 인가봐!” 라고 하며 도 여사를 은근히 원망하며 압박하기 시작 하더니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집에서 뭐라도 좀 가져와봐?” 라면서 구박 하였다.


허나 그토록 입에 거품을 무시면서 그토록 눈물로 호소하던 부모님께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 꺼예요! 아버지께서 저하고 인연 끊으신다고 하셨죠? 까짓것 뭐 그러죠” 라고 하며 가슴에 못을 박고 나온 처지라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해서 궁리 끝에 미용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부모님 몰래 큰언니에게 졸라 몇 푼 마련한 돈이 밑천이 되었다. 다행히 어려서부터 미술적 감각이 있어 대학졸업도 서양미술 학과를 졸업한지라 감각이 있어 배우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고 당시 사업을 하시던 큰 형부가 적극 추천하여 일본과 유럽에도 단기간 이지만 미용학교를 수강할 수 있었다. 그 후 취업이 되어 명동에 있는 헤어샵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미용기구는 손에 대보지도 못하고 선생님들 뒤에 서서 보조하며 미용감각을 익혔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미용실 바닥청소에서 벗어나 손님 머리감기는 일로 승진(?)되었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기까지 그 방면에서는 초고속 승진을 하였다 한다. 


당시 미용 계 에서 보기 드문 대학졸업에 일본 유럽 연수까지 다녀온 인테리 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고 영어회화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어 외국대사관이나 영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부인들을 주로 접대할 수 있는 재원이여서 더욱 그러했다. 미용실 근무로 수입이 어느 정도 되자 생계 걱정은 덜었으나 ‘능력 없는 놈이 꼴값을 떤 다고’ (도 여사님 표현) 바람까지 피우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헤어지게 된다. 다행히 둘 사이에 자식은 없어 큰 부담도 없었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큰언니와 동행한 엄마가 들이닥쳐 “아이고 이년아~ 내가 뭐랬어? 아이고 애미 말 안 듣더니 꼴좋다. 아이고 이 나쁜 놈의 자식 우리 딸을 이렇게 만들어 놔?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놈” 한탄을 하며 서로 붙들고 통곡을 하며 어머니와 화해했고 엄마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가니 노발대발 하실 줄 알았던 아버지께서는 시선을 피한 채 험! 험! 헛기침만 하며 딸을 용서하고 받아 들였다 한다. 이래서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는가보다. 


그 후 도 여사는 지금껏 남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사셨다 한다. 첫사랑이 남긴 상처가 너무도 커서 또다시 그런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서 이기도 했고 자기 분야에 너무 깊이 빠져있어 남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내셨다 한다.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헤어 전문가로 인정받았고 ‘강남 압구정동의 도 원장’하면 부유한 부인들 사이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사였다고 한다. 손님들 층도 모두 고급 손님들 이여서 모모한 고위층 사모님들은 물론 유명 연예인들까지 모르는 이가 없는듯했다. 유명연예인 누구누구의 이야기가 나오면 “OO요, 개는 참 애가 착하고 유순해서 톱스타 같지가 않아요. 애가 참 털털하고 겸손해서 아들이 있다면 며느리 삼고 싶은 애예요” 라고 평하는가 하면 반면에 “OO요? 그건 아주 저질 이예요! 청순한 겉모습과는 완전 달라요! 오죽하면 별명이 걸레겠어요?” 라고 평하는 등 모르는 이가 없었고 실제 그의 미용실에는 유명스타나 유명 인사들과 함께한 사진이 수없이 붙어있었다. 


미스코리아 심사위원 으로도 활동했고 자신이 직접 관리하며 미스코리아도 여러명 배출했다고 한다. 도 여사님은 재산증식 능력도 뛰어나 강남에 빌딩도 몇 채 있고 이곳저곳에 땅도 꽤 있는 듯 했는데 이렇게 모은 재물을 물 쓰듯이 펑펑 써댔다. 낭비로 돈을 펑펑 써댄 것이 아니라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였다. 장학재단을 만들어 ‘결손가정 어린이 후원의 밤’을 매년 개최하여 십 여 년 이상 수많은 불우 어린이 장학 사업을 해왔으며 자신의 건물 몇 채를 팔아 서울에 꽤 규모가 큰 ‘희망의집’ 을 만들어 오갈 곳 없는 어린이나 노인들을 결연시켜 ‘새로운 가정 꾸미기’ 사업도 꾸준히 해오고 계시다. 이곳 미국에 와서도 ‘내가 유명인사 OO입네’ 하며 폼 잡는게 아니라 이곳에 살면서도 정부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서류 미비자분 들이나 그분들의 자녀들을 돕는 운동과 기금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고 동포 분 들 중 어려운 분이 계시다는 소식을 듣기만하면 만사 제치고 달려가 돕는 열성을 보여주고 있는바 이것이 일회성이 아닌 몸에 밴 습관처럼 일상화 되어 있다는 점이 칭찬할만 했다. 


이런 도 여사님에게 친구 분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도 여사! 국회의원 나갈려고 준비하는 것 아냐?” 라고 하면 “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경멸 하는 게 정치야! 그런 소리 농담이래도 절대 내 앞에서 하 지마!” 라고 하며 정색 하신다. 언젠가 도 여사님이 필자와 상담을 하면서 고백하기를 “선생님! 선행 이라는 게 무슨 마약 같아요!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처럼 사람을 끌어들이는 깊은 맛이 있어요. 누구를 도왔을 때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것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대하곤 했는데 다른 사람 칭찬은 이제 관심도 없어요. 선행 후에 내 자신 스스로 가슴속에 쫘~안 하고 퍼지는 그 황홀한 성취감은 맛본 사람만 알거예요. 이게 완전 마약이라니깐요!” 그렇다. 선행은 마약이다. 선업을 쌓는다는 것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마약인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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