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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연변출신 독서광 때밀이 강씨

2021.07.17

 



                   연변출신 독서광 때밀이 강씨


 연변출신 때밀이 강 씨를 필자가 처음 만난 것은 7-8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이때부터 1년에 한두 번 꼭 필자를 찾아 운세를 상담해왔다. 강씨는 연변에서 20대 초반 어린나이에 결혼은 한터이라 아들, 딸이 벌써 시집 장가를 가서 손자 손녀까지 두었지만 이제 겨우 40대 후반에 불과하다. 아들, 딸도 자신처럼 일찍 출가를 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미국에 건너 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되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선한 인상을 지닌 강씨는 언제나 웃는 얼굴에 모든 것이 낙천적 이었다. 진한 연변 사투리로 필자를 볼 때마다 ‘안녕하시오 선생님’ 하며 인사를 건네는데 그 말투가 억세면서도 정겹다. 


강씨는 유복자로 태어났다 한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노름쟁이 였던 애비가 놀음판 싸움에 끼어 들었다가 가슴에 칼을 맞고 죽은 뒤 어머니 혼자 강씨를 낳아서 키우다 개가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새아버지 역시 지독한 술주정꾼에 노름으로 지내는 남정네여서 어머니는 노상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느라 남의집살이로 힘겹게 지냈다한다. 새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사이에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은 새아버지 자식이니 당연히 아버지의 성을 따 김가였는데 강씨를 끝내 호적에 올려주지 않아 형제 중 강씨만 성이 달랐다. 새아버지는 그래도 자기 새끼들은 귀한 줄 알아 돈이 생겨 가끔 집에 들를 때면 동생들 과자나 옷 등을 사들고 왔지만 강씨만 노상 열외였다. 새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부싸움을 할 때면 새아버지는 꼭 강씨를 불러놓고 어머니 앞에서 때렸다. 방망이건 가죽혁대이건 무조건 눈에 띄는 대로 집어서 인정사정없이 휘둘렀다. 


어머니가 “죄 없는 애는 왜 때려 이놈아?” 하고 악을 쓰면 새 아비 왈 “니새끼 아파하는 꼴 좀 보고 니년도 아프라고 때린다! 왜?” 라고 하며 때리다가 어머니가 달려들어 말리면 둘을 함께 때렸다. 이런 난리굿을 치면 씨 다른 동생 남매가 울며불며 지아비 다리에 하나씩 매달려 말려야 겨우 진정됐다. 이런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도 강씨는 공부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런 한편 가족에 대한 사랑도 깊었다. 자신을 그렇게도 구박하는 새아버지를 생각하는 것도 남달랐고 어머니와 두 동생에게도 정이 깊었다. 원체 심성이 착한 강씨였기 때문이다. 새아버지가 증풍으로 갑자기 쓰러져 몸져 누웠을 때 천리를 마다않고 달려가 병에 좋다는 약을 구해다 드리곤 했다. 몸져누운 새아버지에 어린 동생 두 남매 뒷바라지에 강씨와 강씨 어머니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밤낮없이 일했으나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밖에 되지 못하였다. 이러던 중 어찌어찌하다 보니 나이가 들었고 20대 초 어린나이에 한 여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다. 


곧이어 아들, 딸이 태어났고 강씨 집안의 가난은 대를 이어 더욱 깊고 깊어진다. 이때 이웃에 사촌 형님이 와서 이렇게 촌구석에 박혀 썩지말고 이왕 할 고생이면 외국에 나가 몇 년 작정하고 고생하면 큰돈을 벌수 있을 것이니 그리한 번 해보라 권유했다. 해서 맘을 굳게 먹고 알아보니 미국에 오기위해 비자를 만드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고 비용도 어마어마해서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사촌형님과 가족들이 의논을 해서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사정해서 겨우겨우 그 비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미국에 와서 이런저런 일 가리지 않고 해냈다. 발 지압소 에서 발 지압사로 일하기도 했고, 고향 사람이 운영하는 공장에 가서 막노동도 해보고 마켓에서 스탁 맨으로도 일해보고 결국 자리를 잡은 곳이 사우나였다. 이 자리도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었는데 강씨의 성실성을 눈여겨본 지인의 소개로 겨우 얻어진 자리였다.


손님 몸의 때를 벗겨 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수입이 전보다 좋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책을 좋아하는 강씨가 독서를 하기에 좋았다. 예전 7-8년 전 쯤 필자가 어떤 지역에 오픈하는 손님가게 터를 보아주러 갔다가 일정이 어긋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 찾아든 사우나에서 처음 강씨를 보게 되었는데 어떤 이가 사우나 구석에 앉아 책을 열심히 읽고 있어 호기심에 어깨너머로 책을 바라본 것이 인연이 되어 몇 마디 나누게 되었고 독서를 주제로 이야기 하다 보니 강씨도 필자 못지않은 독서광 이여서 동변상련의 감정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었다. 


이후 우연히 강씨가 필자에게 상담 요청을 했고 상담실에서 뜻하지 않은 재회가 이루어졌다. 처음 강씨는 10년을 기한으로 객지 생활을 하고난 뒤 고향 연변으로 돌아가 편히 살아 보려했으나 갑자기 부인이 고질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져 20년 가까운 세월 객지생활이 이어지게 되었다. 이런 오랜 시간 홀로 지내는 객지생활 속에서도 강씨는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유쾌하게 지내는 낙천성을 보였고 어찌나 근면하고 검소한지 주변 사람들의 모범이 되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자기의 희생으로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면 자기는 너무 행복하다는 강씨를 보며 필자 또한 비슷한 감정에 가슴이 짠해왔었다. 강씨와 술이라도 한 잔 하며 인생에 대해 대화도 해보고 싶지만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하는 강씨인지라 이점이 아쉽다. 모쪼록 계속 건강하시고 고향에 돌아가시는 날이 속히 오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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