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원 칼럼과 기막힌 사연들
오래전에 이 글을 쓰는 당일 오전에 어느 젊은 여성분이 오셔서 하시는 말이 “몇 년 동안 선생님 쓰시는 글을 신문을 통해 읽어 왔습니다.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계속이요!” 라고 하신다. 이에 대해 필자 왈 “감사합니다. 변변치 못한 글을 그토록 열심히 읽어 주셨다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무슨 신문을 보시나요?” 라고 물은 즉 돌아온 답이 “중앙일보, 한국일보 두 신문 다 봅니다. 처음에서 한 신문만 보다가 우연히 다른 신문에도 선생님 글이 실린 것을 보고 일부러 구독 신청을 했어요. 한국일보 매거진에도 선생님 글이 나오고 교차로 신문에서도 선생님 글을 보고 그래서 전부다 빼놓지 않고 보고 있어요. 재미있어서 스크랩까지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많을 글을 선생님이 직접 다 쓰시나요?” 라고 하며 묻는다.
필자가 오른쪽 손등을 보여주며 “글을 하도 많이 쓰다 보니 이렇게 손등에 뼈가 튕겨져 나온 것처럼 큰 혹까지 생겼습니다. 손이 아파서 글을 쓸 때 애로점이 많아 졌습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라고 답해 주었다.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이분 하시는 말이 “제가 처음 선생님 글을 보았을 때 나오는 내용들이 하두 드라마틱해서 다 지어서 꾸며낸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언젠가 제가 아는 분의 사연이 실렸기에 다 실화(實話) 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내용들이 다 사실인가요?” 였다. 필자가 십 수 년의 세월동안 아침부터 저녁가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상담을 하다 보니 실로 수없이 많은 교포 분들의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사람하나하나 그 모두가 실로 삼국지 같은 사연을 지니고 있고 특별히 눈에 띄는 여러 사연들도 흔하게 접하게 되었다.
필자를 도와주고 있는 secertary 여러 분들이 예나 지금이나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선생님 여기 있다보니 참 별의 별 분들을 다 보게 되네요. 어쩌면 그렇게 드라마 같은 사연을 지닌 분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라고들 말을 한결같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아주 민감하고 예민한 내용일 경우 슬쩍 성씨 하나를 바꾸거나 하시는 업종 자체를 약간 변형시켜 글을 쓰는 경우는 있지만 근본적인 내용자체는 모두가 필자가 접한 분들의 사연 그대로다. 즉 相談實話(상담실화)인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설마 그 정도로 극적인 인생이 어디 있겠어?” 라고 하며 꾸며낸 이야기로 생각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너무도 드라마틱한 내용이 많아 생기는 오해 이다. 이런 극적인 사연을 지닌 분들을 많이 만나다보면 필자 스스로 기(氣)가 상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필자의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남의 운명을 상담하는 이일은 말이다, 자기의 명줄을 깎아 먹는 일이나 다름없다! 운명 상담가를 찾는 사람들은 좋은 일이거나 나쁜 일이거나를 떠나 어떤 큰 운명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그 길을 찾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좀 특별한 상황에 있거나 할 때에 찾는 이가 거의 대다수라서 그들의 긴장된 기(氣)를 우리도 같이 먹지 않을 수가 없단 말이여! 아무래도 상담하러 오는 이들이 좋은 기보다는 나쁜 기를 묻혀오는 경우가 많은~께 그게 문제여! 혀서 상담자는 동기감응을 절대로 피혀야 헌다. 상대의 마음 상태에 상담자의 마음이 같이 동화되어 같이 슬프고 같이 기쁘면 그 명(命)줄이 오래 갈 수 없단 말이다. 이 말 명심혀야 쓴다!”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셨다. 목숨과 관련된 중대차한 말씀이다.
허나 필자같이 마음이 강하지 못하고 약한 중생은 아무리 마음을 毒(독)하게 먹고 피상담자와의 감정을 일정거리 떨어트려 놓으려 해도 그게 잘 안 된다. 앞에 앉아 있는 피상담자가 가슴이 아파 고통의 눈물을 흘리면 필자도 즉시 코끝이 찡해오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너무도 안 된 처지를 보면 가슴이 아파 같이 안절부절 못한다. 이런 면에서 그토록 오랜 공부를 했어도 필자는 영원히 프로가 되기는 틀린 듯하다. 필자가 쓰는 글과 관련하여 어떤 이는 찾아와 필자를 막 야단치기도 한다. “상담내용을 글로 써서 발표하면 그 사람 입장은 어찌 되겠는가?” 하는 지극히도 당연한 말씀이다. 허나 필자의 경우 피상담자에게 피해가 예상되는 글을 동의 없이 함부로 막 쓰지는 않는다. 또한 그이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갈 내용이면 그이가 멀리 타 지역으로 떠났거나 이제는 시간이 지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 경우에 쓰는 것이 필자의 글쓰기 원칙이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교민사회에 피해만 끼치는 사기꾼이나 도덕적으로 아주 못되 처먹은 년 놈들의 치부는 까발려서 피해를 막거나 개망신을 주어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하려는 경우 예외적으로 그들의 동의 없이, 그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는 것에 관계없이 (I don't care!)무식하고 용감하게 글을 쓴다. 이러다보니 그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고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욕먹는 것 I don't care 다. 옛날부터 하두 이런 년 놈 들에게 욕을 많이 먹어봐서 아무리 욕먹어도 배부르지도 않다. 죽이네 살리네 협박을 해도 I don't care다! 필자가 뭐하는 사람인가? 사람들의 운명을 봐주는 사람 아닌가? 내 팔자 내가 알기에 죽는 것 별로 두렵지 않다. 내 죽을 자리 죽을 시기 정도는 내 자신이 알기 때문이다. 허나 글을 쓰다보면 피할 수 없는 귀찮은 부작용도 있다.
예전에 필자가 쓴 글 중에 ‘돈은 무척이나 많은데 남자 복이 없어 외로운 여자’ 에 대한 글이 있는데 이 글을 보고 LA제비 界(계)에 난리가 났다. 필자의 사무실 전화에 불이 났다. 늙은 제비, 젊은 제비 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놈저놈이 전화를 걸어와 “내가 그 여자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으니 그 여자를 좀 소개해 달라. 소개해주기 싫으면 전화번호라도 알려 달라. 소개를 시켜주면 좋겠지만 그게 꺼려지면 전화번호만 있어도 다 어떻게(?)하는 방법이 있으니 전화번호만 알려 달라. 잘되면 크게 한 턱 시원하게 쏘겠다!” 당시 secertary 아가씨 이놈들 전화 떼어 내느라 많이 욕봤다. 한번은 ‘불치병에 걸린 꼬마아가씨’ 사연을 내보냈더니 자칭 죽는 이도 살릴 수 있는 신통방통한 신비한 의술을 지녔다는 사람들이 “그 아이 엄마 전화번호 좀 알려 달라!” 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그 글 내용 속에 아기엄마 에게 경제적인 여유가 좀 있는 것으로 써놓았더니 그 지랄 들이였다. 아무튼 글을 쓰다 보니 울고 웃는 일 참 많이 생긴다. 쓰다 보니 또 횡설수설 했다. 이제~~~ 끝~~·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