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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크게 한턱낸다면 겁부터 난다.

2021.11.04




            크게 한턱낸다면 겁부터 난다.


  

     (이글은 사법고시가 패지 되기 이전인 오래전에 쓴 글이다)


  요즈음은 사법고시가 옛날처럼 희귀한 소수만이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고 합격자가 점차 늘어 300명 시대를 거쳐 1000여명이 넘는 시대에 이르렀고 미국처럼 법과 대학원(로스쿨)제도가 생겨 변호사를 다수 배출, 이제는 변호사 실업자가 양상 되는 지경에까지 왔다.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 없다. 필자의 법대 재학시절에는 사법고시 합격자수가 적을 때는 20명 정도, 많을 때도 40명 정도를 넘지 않았다. 그야말로 조선시대 과거합격자 수만큼이나 희귀성이 있었다. 이처럼 소수의 인원만을 선발하다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많이 발생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考試浪人(고시낭인)을 많이 배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대체적으로 어릴 때부터 천재, 수재소리를 듣던 이들이 많이 사법고시에 응시 하는 바 도대체 실패를 모르던 이들이 이 시험에서 몇 차례 고비를 마시고 자존심이 상해 어떡해서든 이 관문을 뚫어야겠다는 결심 하에 계속 도전하지만 계속 실패해 폐인이 되어가는 부작용이 많았다. 사법시험에 실패했지만 그들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두뇌와 학력과 능력을 지녔음에도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사회적으로 活用(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일이 많았다. 일정기간 내에 고시에 합격하지 못하면 취업연령제한에 걸려 다른 길을 모색할 수도 없기에 죽으나 사나 사법고시 공부에 선택의 여지없이 몰입하여야 하는 사람들을 考試浪人(고시낭인)이라 불렀다. 


철따라 산사 이곳저곳 고시원 이곳저곳을 찾아 떠돌 기에 이런 별명이 붙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考試界(고시계)라는 고시생 전용잡지가 있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논문도 몇 편 싣고 예상문제에 대한 분석도 게재 하였지만 그 중 고시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합격 수기였다. 어떤어떤 고생을 거쳐 어떤어떤 공부 방법으로 합격을 했다는 고시합격자들의 합격 수기는 많은 고시수험생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 이런저런 수많은 사연을 만들어낸 고시세계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신들의 運을 알고자 하는 미래욕 인 바 고시생들과 역학계 인사들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는 면이다. 


일전에 한국에서 남동생이 다니러 왔다고 하며 K여사님께서 30대 청년을 대동하고 필자를 찾은 일이 있다. 한국 명문대 출신인 동생은 어려서부터 수재소리를 들으며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쳐 본적이 없으며 무조건 수석합격, 수석졸업 이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와 대학 모두! 이런 동생이 이상하게도 사법시험에는 계속 실패하여 나이가 30이 넘었는데 어찌했으면 좋을지 너무 답답해서 필자를 찾은 것이라 한다. 동생보다도 공부를 못했던 이들도 척척 잘도 합격하여 가족들에게 기쁨을 주는데 평생 수석자리를 놓치지 않던 동생이 사법시험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하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어 모든 식구들이 답답해한다고 했다. 식구들 모두 이런 지경이니 당사자인 동생분은 어떨까? 싶었다. 


아무튼 K여사님 남동생의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기둥을 세워놓고 운로를 뽑아 주의 깊게 살핀 뒤 주역상 쾌를 뽑아보니 다음과 같은 쾌가 잡혔다. ‘명이육이 재사유득 대괴지희(明隶六二 在士有得 大魁之熹) 태구이 재사진취성명(泰九二 在士進取成名)’이를 풀어보면 ‘선비가 과거에 응시할 경우 크게 우두머리로 합격될 기쁨이 있으니 선비가 과거에 나가 시험에 응할 경우 그 이름이 이루어지리라!’ 는 말로 해석되니 내년 운세가 상반기 하반기 모두 좋아 1차 시험(객관식 시험)은 물론 2차 시험(논술식)까지도 문제없이 합격하는 것은 물론 수석합격의 영광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필자 왈 “동생분의 운을 보니 어려서부터 무척이나 영특하고 운이 좋아 승승장구하는 운입니다. 


허나 한국나이 24세가 되는 해부터 기신(忌神)운이 시작되니 이때부터 만사불성(萬事不成)의 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운이 올해까지도 지속되니 올해까지는 어떤 일도 성사되지 않고 꼬여있게 됩니다. 즉 ‘노력과 능력은 있으나 써보지도 못하고 좌절하는 쾌상’입니다. 허나 내년 운세부터는 이제 다시 운이 호운(好運)으로 바뀌니 ‘용생두각 연후등천’의 운입니다. 즉 ‘용이 대가리에 뿔을 달고 승천하는 기상’입니다. 이제야 자신의 능력이 한껏 발휘되는 시기라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합격은 물론 동생분의 특기인 ‘수석합격’을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하니 K여사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옆에 앉아 있던 동생 손을 덥석 잡고서 자신의 뺨에 부비며 기뻐 어쩔 줄 몰라 한다. 한동안 이런 자세를 풀지 않더니 진정한 뒤 “선생님! 혹시 우리 기분 좋으라고 이런 소리 하시는 것은 아니죠? 틀림없으신 거죠?” 라고 하며 다짐을 놓는다. 


이에 대해 필자가 “언제 제가 립 써비스 하는 것 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늘 쾌가 짚히는 대로만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융통성 없는 덕분에 욕도 그만큼 많이 얻어먹지만 그걸로 유명 한 게 바로 접니다!” 라고 하니 이분이 선심 쓰듯 크게 이야기한다. “선생님 말씀대로만 되면 제가 농담이 아니라 선생님이 깜짝 놀랄 정도로 보답을 하겠습니다.” 이에 필자가 손을 내저으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황급히 대답하였다. 이유는 이렇게 큰소리 쳐놓고 자신이 한소리 때문에 필자 앞에 다시 나타나지 못하는 많은 분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기분에 척하니 약속을 해놓고 막상 실행하려니 아까워서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에게 무언가 해주겠다는 분들에게 필자의 반응은 한결같다.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먹은 걸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저는 상담료 외에 다른 것은 별도로 받지 않습니다. 예, 받은 거나 진배없습니다.” 이다. 차를 사주겠다는 분도 있었고 큰돈으로 사례하겠다는 분도 있었고 아무튼 손 큰 약속을 한 분들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필자는 한 번도 받아 본적이 없다. 그리고 받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필자의 진심(眞心)이다. 다행히도 K여사님 동생분은 다음해에 필자가 예상한대로 수석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K여사님에게서 전화로 감사인사도 받았다. 하지만 이후 한 번도 안 오신다. (바라는 것 진짜 없으니 마음 편하게 한 번 들려주시길 바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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