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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오진이 사람 잡을 뻔했다.

2021.11.05

 




                        오진이 사람 잡을 뻔했다. 


 오래전 이야기다. 필자와 오랜 세월 상담을 하시던 표선생은 50대 초반의 남성분으로 LA카운티의 고위직 경찰 공무원이시다. 사람이 성품이 온순한데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고 근면 성실한 분이여서 주변의 평가가 아주 좋아 많은 이들이 그를 칭찬했다. 어려서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 왔지만 ‘한국 사람은 반드시 한국말을 똑바로 할 줄 알아야한다’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방금 미국에 이민 온 사람마냥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했고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지 속담이나 사자성어까지 사용할 줄 알아 필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부인은 일본계 미국인이었는데 이민 3세였지만 가풍(家風)의 영향인지 일본 여자분들 특유의 남편에 대한 공손함을 지녔고 손님에 대한 예의가 지나칠 정도로 밝았다. 


두 분 사이에 자녀는 2남 1녀로서 모두 총명하고 예의가 바른 아이들이여서 두 분은 아무 걱정이 없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표선생께서 잔뜩 부어터진 모습으로 필자를 찾았다. 무슨 영문인지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필자와 마주 앉아서도 예전과 다르게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외로 꼬고 앉았다. 필자가 표선생의 눈치를 살피며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으십니까? 표정이 안좋아 보이네요?” 라고 물은 즉 잠시 묵묵부답이더니 불쑥 “선생님을 믿고 수 년 동안 선생님과 상담을 해왔는데 선생님께서 저는 수명이 최소(at least) 80세 이상은 되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라고 한 뒤 필자를 불만에 찬 눈으로 째려본다. 사연은 이랬다. 


언제부터인가 속이 답답하고 식사를 하고나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세가 지속되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아 병원에 가서 진단을 해 보았더니 처음에는 신경성 위염이라고 하여 처방 받은 약을 몇 달 꾸준히 복용해 보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한다. 해서 다른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보니 생뚱맞게도 소화기 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폐암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거였다. 좀 더 세밀한 정밀검사가 필요하지만 아주 심각한 상태라는 의사의 말에 순간 눈앞이 깜깜했다 한다. 결혼을 늦게 하는 바람에 아직도 자녀들이 어린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했다. “왜? 하필이면 나야? 내가 뭐 잘못했다고? 나쁜 짓 안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세상에는 나쁜 놈들도 많은데 왜 나쁜 짓 한 번 한 적이 없는 하필이면 나야?” 그리고는 순간 필자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한다. 


자기보고 수명이 최소한 80세 이상을 산다고 했는데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나? 하는 마음에 필자를 찾아와 확인하고 싶었다 한다. 순간 필자는 매우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급히 표선생의 운을 짚어보니 이런 쾌가 나왔다. ‘진래혁혁 후소언아아길(震來赫赫 後笑言亞亞吉) 재서속 다유허경 후혹진희(在庶俗 多有虛警 後或進喜)’ 즉 이를 풀어보면 ‘우레가 옴에 놀라고 두려워해야 뒤에 웃는 소리가 깔깔거릴 것이니 길하리라!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마침내 헛되이 놀란 뒤에 혹 기쁨이 나아감이 있도다’라고 해석 될 수 있다. 쉽게 풀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지나치게 놀라고 난 뒤 후에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알고 자신의 놀란 모습에 자신과 주변 사람이 깔깔거리며 웃으니 기쁨이 있으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쾌를 보고서야 필자는 긴장되고 놀란 마음이 안정될 수 있었다. 필자 왈 “마음을 진정하시고 우선 차분히 정밀검사를 받아 보십시요! 제가 보기에 아마도 오진 일 것 같습니다. 제 말을 믿고 너무 단정적으로 미리 놀라지 마십시오. 표선생님의 사주팔자로 보거나 지금 현재의 주역상 쾌를 짚어보아도 단명, 흉사할 운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라고 하며 이분을 진정시키니 한참 후 하는 말이 놀랍다. “저는 만약 제가 불치의 암이라면 그냥 스스로 죽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어차피 죽을꺼 오래 살아 남아서 큰 고통을 받는 것도 두렵고 어린자식들과 아내에게 고통을 주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금전적으로 남은 식구들을 어렵게 해놓고 죽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였어요. 그래서 그냥 혼자 조용히 멀리 떠나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죽으려고 마음먹고 선생님을 한 번 만나보고 싶어 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선생님 말씀을 믿어도 됩니까? 정말이지요?” 얼굴이 흑빛으로 다 죽어갈 듯했던 양반이 갑자기 생기가 생기며 눈이 희망의 빛으로 반짝인다. 필자 왈 “아마도 틀림없을 겁니다. 다시 가셔서 잘 확인해 보십시오. 예전에도 제가 여러 번 표선생님의 팔자를 진단했지만 표선생님은 사주구성상 木이 지나치게 강하고 戊土(무토)일주가 丑月(축월)에 태어났기에 사주구성상 소화기(위) 계통이 냉하고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표선생님의 그동안의 증세는 처음 표선생님이 진단받은 신경성 위염이 좀 심하게 발병한 정도라고 보여집니다. 폐암이라는 진단이 나온 것은 폐에 좋지 않은 징후가 보여 그런 판단을 한 것 같은데 아무튼 다시 한 번 자세히 정밀 검진을 받아 보십시오.” 라고 권한 뒤 상담을 마치었다. 


필자역시 바쁜 일과 중에도 표선생님이 무척 걱정이 되었는데 그 후로 소식이 없어 차츰 그 일을 잊어가던 중 표선생이 예약을 하고 필자를 찾았다. 첫마디가 어떤 말이 나올지 필자가 조금 긴장을 하던중 와서 하는 말이 “하하하! 선생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예후를 가지고 의사 선생께서 잘못 오진한 것 맞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휴!~ 그때 선생님께 제가 감정적으로 심한 말을 했다면 어떡할 뻔했나? 아찔합니다. 그랬으면 선생님 얼굴 다시는 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수 십 차례 이상 반복하는 표선생이였으나 진짜 감사한 것은 필자였다.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예전에 앞이 깜깜한 말기암 환자분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거짓으로 살 수 있다고 희망을 준 일은 있었지만 표선생 같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여서 무척이나 긴장하고 걱정된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쪼록 계속 건강하시길!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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