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 녀의 순정
오래전 이야기이다. LA 다운타운에서 원단공장을 운영 중이신 강여사님은 3년 전 이혼하고 지금 혼자이신분이다. 착하디착한 강여사님이 이혼하게 된 동기는 남편이 이혼하자고 하두 졸라서였다. 강여사님이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벌어다 준 돈이 어느 정도 쌓였고, 당시에 경기가 침체에 빠져 벌어다 주는 돈이 한동안 적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여사님은 죽어라 일을 해서 매달 의무적(?)으로 2만불씩을 벌어다 바쳐야 했고, 미꾸라지 새끼마냥 뺀질뺀질한 강여사님 남편은 집에서 살림한답시고 골프치러 다니고 싸우나 에서 지압받는게 낙인 백수였다. 어쨌든 돈 관리는 남편이 했고 강여사님은 돈이 얼마나 모였는지도 모르는 채 좌우지간 매달 2만 불을 의무적으로 갖다 바쳐야 했다. 제대로 입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이런저런 방법으로 강여사님을 압박하며 괴롭혔다.
그러면서 늘 하는 말이 “매달 2만 불씩 꼭 채워야 하는게 뭐 나만 좋으라고 하는 일이냐? OO하고(아들이름) 우리 세 식구 다 잘 살아보려고 하는 짓 아냐! 내가 집에서 OO키우면서 알뜰살뜰 생활한 덕에 이나마 번듯하게 사는 거 아냐! 모아 논 돈으로 한국에다가 빌딩사서 나중에 세받아 먹으며 편하게 살려고 내가 이 지랄이지 나 혼자 좋 자고 이러냐구? 응? 아~ 성질나! 다 때려치우고 혼자 한국에 확 나가 버릴까보다!” 였다. 그러면 착하디착하기만 한 강여사님 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빌면서 “여보 미안해! 이번 달엔 수금이 제대로 잘 안됐고 OO(거래처 회사이름)에 납품한 물건에 하자가 있어 반품 당하는 바람에 그랬어! 이번만 한 번 봐 줘!” 라고 하며 사정하곤 했다. 언제인가 강여사님이 남편 모르게 사채(私債)까지 빌려다 남편에게 모자라는 돈을 채워 넣는 것을 보고 필자 왈 “아니? 세상에! 미쳤습니까? 남편에게 갖다 주려고 사채까지 쓰게! 허~참 별일이네!” 라고 하니 강여사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러면 어떡해요? 난리 난리를 치면서 밤새 눈 한번 못 부치게 잔소리로 그날 밤을 꼬박 새는데...” 라고 답한 일도 있었다.
이런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강여사님은 언제나 낙천적으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런 긍정적인 성격 탓인지 강여사님은 매우 뚱뚱했다. 이런 낙천적인 강여사님이 필자를 찾아와 울고불고하며 하소연을 한 일이 있었다. 이혼하기 직전인 3년 전 이른 봄날 언제쯤이었다. “남편이 이혼해 달라고 세달 째 저를 들볶아요! 자기를 사랑하면 그냥 놓아 달래요. 전 재산과 함께요! 나는 돈 버는 기술(?)이 있으니까 어떡하든 살 거 아니냐고 하면서요. 자기는 평생 돈 안 벌어 봤으니 그 돈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며 억지를 부려요! 어떡하면 좋아요? 법사님! 엉엉엉” 기가 막힌 일이였다. 그 미꾸라지 같은 놈이 어느 정도 돈이 모이고 최근 들어 강여사님 돈벌이가 신통치 않아 제대로 돈을 갖다 바치지 못하니 슬슬 딴 생각이 난듯했다. 그동안 갖다 준 돈을 물으니 이백만불이 훨씬 넘는 돈이었다.
이에 대해 필자 왈 “우선 먼저 그동안 갖다 준 돈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고 절대로 합의이혼 해주지 마세요. 집이나 기타 재산 중 어떤 것도 절대 준다는 소리 마세요. 마음 약해지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 했건만 결국은 놈이 바라는 대로 다 주어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들으니 “그래도 애 아빤데 저하고 헤어지더라도 잘 살아야죠! 부부로 함께 산 세월이 있는데 헤어지는 마당에 돈 갖고 추접하게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그 사람 말대로 저는 공장에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어떡하든 살아지겠죠!” 라고 했다. 정말 착한 뚱녀다. 강여사님 남편 놈은 이렇게 강여사님 곁을 떠났다. 충격이 컸던지 한동안 강여사님은 필자도 찾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필자를 찾았는데 세상에나! 이뻐져도 너무 이뻐져 있었다. 이혼의 충격에 상심이 컸던지 여러 고민을 하며 제대로 잠 못 이룬 밤이 강여사님을 이토록 이뻐지게 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 것이다. 필자가 “아니? 딴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저하고는 정반대로군요! 어떤 분들은 제가 너무 살이 쪄서 잘 몰라보던데 여사님은 거꾸로 너무 날씬해지고 이뻐져서 딴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라고 하니 부끄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힌다. 어느 정도 충격에서 벗어났고 다시 열심히 일에 열중하고 있다하여 안도감을 느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여사님에게도 좋은 일이 생겼다. 날씬하고 이뻐지고 난 후 이런저런 남자들이 대쉬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뚱녀일 때는 없던 현상이었다.
그러다가 한 남자를 만났는데 다행스럽게도 매우 성실한 남자였고 더군다나 총각 이었다. 나이 먹은 늙은 총각이기는 해도 어쨌든 총각 에다가 재산도 어느 정도 있는 이였다. 사랑에 빠진 강여사님은 점점 더 이뻐지기 시작했고 지금 현재 목하연애 중이시다. 전남편 미꾸라지는 어찌 되었을까? 강여사님 말을 듣자니 이러했다. 한국에 가서(가기 전 부터였는지도 모른다) 한 젊은 여자를 만났고 여자에게 커피숍을 차려주고 동업 한답시고 같이 붙어 살다시피 하다가 싱글인줄 알았던 젊은 여자에게 남편이란 작자가 갑자기 나타나 미꾸라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난리치는 바람에 이런저런 난리 끝에 커피숍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의 합의를 하고 말았다 한다. 아마도 팀을 이룬 전문 꽃뱀 일당에게 당한 듯싶다. 착하기만 한 뚱녀 하고 살다가 여우같이 교활하고 애교를 떠는 여자를 만났으니 아이스크림 녹듯이 슬슬 녹았을 것이다.
이런 전문성을 가진 꽃뱀 조직에게 LA 라는 촌 동네 에서 건너온 재미교포 촌뜨기는 너무도 상대하기 쉬운 상대였을 것이다. 커피숍 차리느라 큰돈을 썼지만 그래도 강 여사님에게서 뜯어낸 돈이 꽤나 남았던지 무슨 특허품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어보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폼이 영~ 불안하다 하며 전남편인 미꾸라지를 걱정해주는 강여사님을 보며 제 복을 제 발로 찬 미꾸라지가 불쌍해 보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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