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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 옆에 있으면 같이 똥개된다.

2018.12.24



똥개 옆에 있으면 같이 똥개 된다.  


  황성배씨는 장돌뱅이다. 한국도 아니고 이국만리 천리타향에서 장돌뱅이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건만 어쨌든 미국 장돌뱅이가 되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그래도 돈이 꽤 있었다. 집 판돈 3억과 마누라가 꿍쳐 논 돈이 1억 정도해서 총 4억 대략 40여 만 불의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 토끼 같은 남매와 여우같은 마누라 데리고 LA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온 것은 20여년 만에 만나는 사촌형 필립이었다. 어려서 꽤나 가깝게 지낸 사촌형이건만 그동안 전화통화 한 번 없다가 20년 만에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사촌형 필립은 어려서 꽤나 총명하고 유머감각이 있어 공부도 잘해 좋은 대학을 졸업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인기가 있었다. 물론 이빨(말발)이 세니 이쁜 여자들도 잘 꼬셔서 데리고 다녔다. 이에 비해 황성배씨는 노력은 무지무지 많이 하는데 머리가 둔해 성적이 잘나오지 않았고 말재주도 없어 과묵한지라 요새로 치면 왕따를 당하기 일쑤였다. 나쁜 돌머리지만 워낙 코피 터져가며 노력한 덕에 지방 촌구석에 박혀있는 4년제 대학을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 필립형은 미국에 와서 처음 모피장사를 했다고 한다. 이 더운 LA 사막지대에 모피가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 사업을 시작했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는 습성상 직원에게 맡기고 여자 꼬시러 다니고 노름장 다니고 하다보니 첫 사업은 쫄딱 망했다 한다. 


그래도 부잣집 막내아들이여서 집에서 사업자금을 또 타내 시작한 두 번째 사업은 술집 가라오케였는데 성격대로 이쁜 여자 손님만 보면 환장해서 공짜 술을 팍팍 퍼주며 작업질하다 또 쫄딱 망했다한다. 황성배씨가 미국에 왔을 때 필립형은 직업 없이 놀고 있었다. 두 번의 사업실패로 어처구니없게도 너무도 큰돈을 날린 관계로 식구 누구도 필립형을 신뢰하지 않아 마누라가 한국식당 웨이츄레스로 나가 벌어오는 돈에 의지하여 생활하면서도 조금만 돈이 생기면 카지노로 달려가는 생활 중 사촌동생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영접(?)하러 LA공항에 나선 것이다. 머리 좋고 눈치 빠른 필립은 사촌 동생이 자신의 돈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대대적인 환영식을(?) 한인타운 조그만 소주집에서 단 둘이 참석한 가운데 베풀었다. 


 ‘미국에 이민 오면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이 새로운 사람의 직업이 된다’는 만고불변의 원리처럼 황성배씨도 필립형이 하자는 대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넣어 자바에 있는 여자 옷가게를 인수하여 팔자에 없는 의류업자가 되었다. 물론 필립과 동업이었다. 사업 투자비는 물론 황성배씨가 다 대고 필립형은 주둥이만 투자했다. 자기가 영어가 좀 되니 장사는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황성배씨 한테는 ‘굿만 보고 떡만 먹어라!’고했다. 실제로 미국에 몇 년 빨리 왔다는 유세로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도 안되는 동업조건으로 후려내는 일이 종종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면서 ‘개버릇 남 못준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노름장행을 편하고 합리적으로 만들기 위해 사촌동생인 황성배씨를 적극적으로 꼬셔 카지노에 데리고 다니며 매우 친절하게도 게임하는 방법과 심오한(?) 기술까지 전수해 주었다. 


 ‘이래서는 안된다. 이래서는 안된다’ 하면서도 황성배씨 역시 필립형처럼 서서히 도박 중독자가 되기 시작했고 두 사촌형제는 모습도 다정하게 나란히 도박장에 앉아 있곤 했다. 장사는 멕시칸 종업원 아이에게 맡겨두다 시피 했고, 가끔 틈틈이(?) 들려 돈 통에서 돈을 열심히 빼갔다. 돈을 빼간 것은 필립형이나 황성배씨 뿐만이 아니었다. 멕시칸 여종업원도 이 둘에 뒤질세라 돈 통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고 나중에는 창고에 있는 물건까지 욕심내었는데 자기 애인보고 트럭을 가져오라 해선 왕창 물건을 빼돌린 뒤 성질내면서 가게를 그만두었다. ‘똥 뀐 놈이 성낸다’고 ‘착실한 자기를 사장님 둘이 의심한다’는 이유였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 한다. 


눈 시퍼렇게 뜨고 당하는 수밖에... 어차피 그 원인도 지들이 만들어 주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적지 않은 돈을 다 날리고 가게는 망하고 말았다. 필립형은 내 돈 한 푼 안들이고 자기가 그토록 사랑하는 노름을 1년간 실컷 즐겼으니 원도 한도 없었을 것이라고 하며 황성배씨는 필자 앞에서 분통을 터트렸었다. 결국 황성배씨는 장돌뱅이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장사하다 남은 것은 재고 물건 밖에 없으니 이것을 갖다 버릴 수도 없고, 집 가라지에 언제고 쌓아둘 수도 없어 이곳저곳 아웃도어 스왓밋 시장을 찾아다니며 팔수밖에 없었다 한다. LA근교에 있는 아웃도어 스왓밋은 물론 LA에서 7-8시간 걸리는 먼 곳까지 벤 차를 운전해가며 시장을 돌았다. 


 집에 당장에 끼니가 없으니 이렇게 해서라도 새끼들 입을 먹여야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언젠가 필립형을 만나 원망했더니 이놈 눈 똑바로 뜨고는 “너도 재미있어서 나하고 함께 노름했잖아! 왜 나를 원망하냐?” 고 하며 뻔뻔한 낮짝을 붉히더란다. 이후 필립이라는 놈은 여기에 재미가 들어 ‘이민 초년생 킬러’가 됐다고 한다. 처음 이민 오는 이가 있다고 하면 ‘사돈의 팔촌 아저씨의 손주며느리의 이복동생 친구’라 해도 눈이 벌게 공항에 쫓아 나간단다. ‘내가 다 알아서 도와줄께요!’ 라고 하며... 미국에 처음 이민왔는데 주변을 알짱거리며 이런저런 문제를 자기가 다 알아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이들은 일단 경계해야한다. 그이가 연고가 있는 이던 없는 이던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이곳 미국 생활이라는 것이 얼마나 빡빡한가? 성실하게 정상적인 이민생활을 하는 이라면 자기생활이 바빠 마음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시간을 내기 어려운게 이민 생활인데 이민 초년생주변을 알짱거리며 도와주겠다고 선심 쓰는 인간은 윗글에 나온 필립 같은 놈들이기 때문이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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