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악 대회 경연의 날--
영서는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효식을 기다린다.
효식아 --
효식: 미연이는 ?
영서: 미연이는 아직 안 온 것 같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
효식: 너 혼자 왔어? 너의 큰 아버지 어머니는 ?
영서: 먼저 홀 안에 들어가셔서 계실거야. 오빠랑 같이.
효식: 내가 좀 더 일찍 도착했으면 좋았겠다. 네 사촌 오빠 얼굴도 보고 말이야.
영서: 나도 못봤어. 오늘 아침에 따로 들어가신다고 집으로 전화하셔서 알았지. (팜플렛을 펼치며) 거의 끝 순서네.
효식: 팔도에서 다 왔지. 아니다. 북쪽은 아니니까... 총 12명이네.
게스트 2명과 합해서 14명이야.
영서: 오늘 우리 귀 호강 하겠다. 아- 기대된다. 너무 설렌다.
효식: 니가 왜 설레이는데? 그렇게도 좋으니?
영서: 응.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을까? 정말 부러워서 그렇지.
몇 명의 독창의 순서가 지나고 특별출현하는 혜선의 순서이다.
맑고 아름다운 노래가 흐른다.
*** 별 ***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영서: 효식아 나 반했어.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해. 목소리가 꾀꼬리보다 더 곱고 쾌청하다.
효식: 좀 그렇지~ 나도 인정. 특히 이런 무대에서 들을. 땐 나도 우쭐하지. 쟤가 내 사촌이라는 것.
영서: 우리 학교로 전학오면 좋겠다.
효식: 우리학교는 성악부가 없잖아. 합창부는 있어도. 그리고 우리학교는 음악에는 많은 투자를 안 하잖아. 문과 이과에만 열을 올려서 감성이 목말라 있어.
영서: 그래서 내가 더 이렇게 아쉬워 하는 것 같아.
효식: 쉿 네 사촌 오빠 순서인 것 같다. 나는 처음 듣는다. 네 사촌오빠에 대해서.
영서: 쉿. 이따가 얘기하자.
경석의 노래가 우렁차게 퍼져 나온다. 목소리는 좋았는데 왠지 모르게 힘들어 보인다.
큰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서: 다음이 마지막 순서다. 이 친구는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다. 힘 빠진 건 아니겠지.
효식: 모든 순서의 마지막이 제일 잘하는, 아니 중요하다고 그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혹시.
마지막 독창자가 나온다.
******* 거룩한 성 (The Holy City) *******
영서와 효식이 경연이 끝난 극장 밖에서
효식: 미연이는 오늘 못 왔나봐. 보이질 않네.
영서: 응. 저기 경석이 나온다. 경석아 여기야.
효식: 오늘 정말 잘하더라. 흐훗.
영서: 경석아 여긴 내 친구 효식이야. 너 1등 축하한대. 그런데 너 좀 쉬어야 겠다. 너무 과하게 목에 무리가 되게 하면 안되잖아. 지금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경석: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엄마가 가만히 두질 않으셔서.
효식: 너 오빠라고 하면서 반말로 계속 말하고 있네.
경석: 몇 달 빠른 오빠라서 그래요. 친지들 있을때는 꼭 오라버니라고 존칭을 붙이지요.
영서: 참 혜선이라고 나 정말 반했어. 아까도 말했지만 어쩜 그렇게 목소리가 예쁘고 좋으니? 그런데 지금 안 나오나?
효식: 워낙 바쁜 애라서 .
영서: 어 저기 오늘 마지막 순서로 노래한 친구인 것 같다. 옆에 어머니이신가 ?
효식: 왜? 너 ~ 아서라. 오늘은 그냥 지나가자.
영서: 솔직히 말해서 난 저 친구가 1등 할거라 생각했거든. 남자 목소리가 참 청아하고 떨림도 없이 아~ 내 스타일 이었어.
효식: 너 스타일이라고 다 1등이니?
영서: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
경석: 나도 저 친구 목소리가 좋더라. 당연히 나도 저 친구가 1등이라 생각했는데.
영서: 잠깐만. 나 좀 (그 남학생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옆에 있는 경석이를 밀친다.)
효식: 영서야 그냥 있으래도 참.
영서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그 친구 있는곳으로 가서 인사를 한다.
영서: 저어 ^^^ 아까 정말 좋은 노래였어요. 남자인데 어쩜 그렇게~ 목소리가 ~
정말 맑고 멋있었어요. 나는 그냥 못 넘어가는 스타일이라서.
그런데, 요청을 하고 싶은데, ---그 노래 아니 그 목소리를 한번 더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떠할지...
어머니: 아가씨 누구죠? 고맙네. 우리 아들 축하해 주어서.
영서: 아 네. 안녕하세요. 저어~ 우리 학교 에 초--
어머니: 저 학생 잠시만.. 강산아 아버지 오셨단다. 나 먼저 가 있을게. 곧 오거라.
강산: 네. 어머니. 저어 대단히 고맙지만 내가 가야 돼서.
영서: 아 그렇죠. 저어 (두리번 하면서) 잠깐만요. (팜플렛을 찾는다.) 저기 효식아~ (손을 들어 큰소리로 효식을 부른다.)
강산: 흐뭇 웃으며) 다음에 봅시다. (급히 차 있는 곳으로 간다.)
영서는 할 말을 다 못한 표정으로 손을 살짝 흔들며(작은 소리로-안~녕) 뛰어 가는 강산을 지켜본다. (혼자말로) -그래요.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네.
효식과 경석이 영서 있는 곳으로 오며
효식: 뭐 연락처라도 받아놨니? (영서의 멍한 표정을 보며)
경석: 엄마가 레스토랑으로 오라고 하는데 우리 같이 가자.
영서: 아니. 너 혼자 가. 우리는 다음에 만나자. 큰 엄마 눈치보기가 웬지^^
밥이 소화가 안될 것 같아.
효식: 왜~ ? 그 정도로 무서운 분이야?
영서: 아니 무섭다는 것이 아니라 좀 불편하다는 것? ~
효식아 가자. 나도 배가 고픈데. 우리끼리 편하게 먹자.
효식: 다시 한번 축하한다. 목 관리 잘하고. 다음에 만나자.
영서: 효식아 너 순서지 아직도 갖고 있지. 나 좀 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