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 으 응. 알았어. 다름 아니라 우리 학교에서 다음달에 문학의 날 사생대회가 있는데 우리 학교에 게스트로 출현해 주었으면 해서.
경석: 왠일로?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잖아?
영서: 내가 애좀 썼지. 그럴 이유가 있었어.
경석: 남자는 나 혼자?
영서: 혼자는 왜 쑥스러워?
경석: 그럼. 내가 남성 4중창도 알아볼까?
영서: 좋지. 아주 좋은 생각이야.
경석: 언제인데?
영서: 확실한 날짜는 추후 전화로 알려 줄게. 하여간 다음주부터 연습해야 되니까 준비하고 있어. 우리 학교에서 연습하면서 우리 학교 올 일 있으면 미리 전화해야 할 거야.
경석: 나도 친구들 알아보고 모아야 하니까 시간이 좀 필요해. 그리고 또 연락하지 뭐.
영서: 알았어. 다음 만날날 시간 정하게 되면 전화해.
경석: 그래 그렇게 하자. 너 저녁 먹어야지. 내가 밥 사줄게.
영서: 아냐. 나 집에서 저녁 먹을거야. 엄마 밥이 맛있어.
경석: 다음에 같이 하자.
영서: 내가 사야지. 당연히.
------ 김 강산의 집 -----
엄마: 너 요즘 안색이 안좋다. 어디 아픈건 아니지?
강산: 어 어제 학교에서 교련훈련 받다가 삐꺽했는데 허리가 조금 아프네요. 별일 아니에요.
엄마: 얘는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떻하니? 허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강산: 많이 아픈게 아니여서 이러다 낳을거에요.
엄마: 내일 병원에 가보자. 얼른 치료를 받아야 해.
강산: 아버지는 또 출장 가셨어요?
엄마: 응. 이번 주말에 오신단다.
강산: 아버지 건강은 괜찮으셔요? 출장이 잦은신데. 집에서 휴식을 취하실 연세이신데.
엄마: 니 아버지는 그 누구도 못 말려. 기운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물건을 잡아야 한다고 하시잖니?
강산: 이번 주말에 오시면 몸 보신 좀 해 드려야 겠네요.
집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따르릉’
엄마: (전화 있는 거실로 빠른 걸음으로 가면서) 얘 강산아 거기있는 수정과 좀 먹으렴.
강산: (수정과를 먹으며) 아 시원하다. 엄마가 만든 수정과 정말 맛있어요.
엄마: 얘 강산아 네 전화구나.
강산: 네. 엄마. 여보세요?
전화: ( 경석) 아 안녕하세요. 나는 홍경석이라고 하는데요 지난번에 경연대회에 함께 출전한.
강산: 아~ 네에.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전화를 다 했지요?
경석: 여기 저기 수소문을 좀 했습니다. 그날 너무 노래하는 목소리가 좋아서 내심 궁금했었는데 마침 연락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강산: 어떤 일인지요?
경석: 다름아니라 내 사촌여동생 학교에서 그러니까 문학행사가 있는데 그래서..
강산: 그런데요?
경석: 거두절미하고 우리랑 함께 남성 4중창 하지 않을래요?
강산: 나는 좋아하는데 혹시 여학교 입니까? 사촌 여동생이라고 하니.
경석: 그렇긴 한데 뭐 그리 생소한 일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강산: 생각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경석: 너무 빼지 말고 내 성의를 봐서라도 허락해 주심이 어떨련지.
강산: 연락처를 주면 내가 연락하지요.
경석: 이 번호로 꼭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번호는 000-0000 이고요, 아무리 늦어도 이번주말까지는 꼭 연락주세요. 하겠다는 응답으로요.
강산: 고맙군요.
엄마: 얘 너 요즘 공부 하는데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니?
강산: 나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봐요. 학원 강의요.
엄마: 너는 꼭 공과대학을 가야해. 아버지의 뒤를 이어야 하니까.
니 형도 고집 부려서 결국은 그 시골학교 교장으로 갔고, 이제 아빠는 너만 믿고 있단다. 너에게 큰 기대를 갖고 계시는 것 너도 알고 있지 않니?
성악대학은 안된다.
강산: 그래서 성악쪽에는 과외도 학원도 모두 못하고 있잖아요.
엄마: 미안하다. 네가 좋아하는 것 알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스리면 안되잖니.
강산: 알아요 엄마.
강산은 경석의 전화에 생각을 깊이하면서 성악을 같이 하고는 싶지만, 어머니 아버지의 전공을 따르라는 뜻에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한다.
----- 문학의 날 연습 모임의 날이다
영서는 한창 게스트 맞을 준비를 한다.
미연이는 혜선이 부를 노래 악보를 정리하면서 피아노 음률을 맞춘다.
효식이는 시화전에 쓸 판넬을 만들며 낙엽을 모아 놓는다.
효식: 영서야 이 낙엽 참 예쁘지? 이 주위는 물감을 여기 망사에 비비면 예쁜 빛깔로 낙엽의 바탕을 묘사할 거야.
영서: 그런데 괜찮을까 오늘? 우리 학교에 처음으로 남자팀이 오는데.
미연: 뭐 그리 걱정이야. 교장 선생님도 다 허락하신 일인데. 사상 초유의 우리 학교 개방한 날이잖아.
효식: 몇 명이라고 했지? 열 명 정도 되려나!
영서: 글세. 경석오빠가 다 준비를 해서.
미연: 영서 말로는 혜선이가 자기를 정신 바짝 차리게 노래 잘하는 자기 영혼의 대변자라고 해서 나도 정말 오늘 혜선이가 참 궁금하다. 과연 어떤지.
효식: 오늘 노래 연습하면서 확인해 봐. 너 혜선이랑 피아노 잘 맞출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서: 당연히 잘 맞출 수 있을거야. 우리 미연이 피아노 솜씨가 어떤데. 우리학교 합창부 반주자인데.
^^^^^ 갑자기 환호성이 들려온다.
영서: 남자 중창팀이 왔나 봐.
미연: 내가 나가서 확인하고 올게. 기대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