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kunkang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242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문화/창작

사랑합니다 1

2021.03.20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 나는 친구들처럼 자주 군것질을 하지 못했다겨유 한달치 버스 승차권을 끊고 흐뭇해 하곤 했다나는 중학교 1학년 때그때 친구들은 집이 여유있는소위 용돈이라는 것을 넉넉히 받는 집안의 딸들이었다내가 그들을 따라 다니기 보다 그들이 나를 친구하기를 좋아했다방과 후 그들은 학교앞 먹자판 포차에서 군것질 하는 것을 좋아했다그애들은 매일 먹는 것을 바꿔 먹다시피 했다

떡복이튀김핫도그오뎅... 

김밥은 그때 아주 비싼 음식이었다소풍때만 특별히 먹을 수 있는 고급 소풍 도시락!!!


나는 그들과 함께 먹는 것이 즐겁지만은 안았다내가 아쉬웠던 것은 먹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애들과 같이 다니지 못한다는 것그애들과 수다도 떨며 많은 생각들을 나누고 싶었었는데.


중학교 2학년 때는 참 재미있고 조금은 생각을 나누며 같이 걷고 집에도 함께 가서 숙제도 하고 그런 1학년때와는 조금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왜 갑자기 지금 몇 십년이 흐른 이때에그때는 그리 비싸지 않았는데도 먹지 못했었는데 여기서는 고급 군것질 이미지로 다시 떠올랐다나의 아이들은 새로운 맛을 만끽하고 나는 추억의 맛을 되새기며 그 때의 그 아쉬움을 떠올리며 그 맛을 음미하고 싶다.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지금 나는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그 추억의 군것질하던 때가 그립고 갑자기 불현 듯이 먹고 싶은 것이 많다그 친구들도 그립고 나를 좋아해 준 그 친구들의 소식도 그립다그리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의 감성으로 돌아가 그 무엇인가를 글로 옮겨볼까 하는데... 


어릴적 추억을 갖고 왔다세월을 지나

지금은 조금 더 성숙한 때의 여고 시절을 그리며 시작하려 한다.


우리는 양갈래로 머리를 땋아 묶고 여름엔 하얀 교복겨울엔 검은 교복을 나름대로 꾸며 입고 다소곳하게 가방을 앞으로 두손으로 잡고 걷곤 하였다이럴때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였을 때이고만원 버스에서는 엄청 무거운 짐 같기도 하고 가방 따로 몸 따로 일 때가 많다.

 영서는 새벽이긴 하지만 오늘도 바삐 집을 나왔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가을의 생기를 불어 넣는다

 아침 안개가 하얗고 고요히 주위를 감싸고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영서는 양갈래로 땋은 머리와 다소곳이 양손으로 책가방을 앞으로 하고 서 있다.

 조금이라도 만원버스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1초라도 빨리 나와 차를 놓치지 않고 타야 하기 때문에 이 새벽에 집에서 나왔다그러기를 잘했다 생각하며 몇일 전 있었던 헤프닝을 떠올린다.

지난번에는 매달리다 시피 하며 간신히 버스를 탔지만 결국은 차에서 튕겨져 나왔었다너무도 창피하고 아팠다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으며 뒤로 물러서려 했는데 차장 언니가 웃었다그러고는 얼른 내려서 영서를 밀어 넣는다어찌나 힘이 센지 괜신히 버스 안으로 몸을 실고 차장 언니의 양팔 벌려 감싸인채고 숨도 쉴수 없도록 갑갑하게 서 있다.

학교 앞에서 다다르자 뛰어내리다시피 하며 껑충 뛰어 내렸다그리고 

한번 앞 뒤를 살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다혹시나!!! 이런 헝클어진 나의 모습을 그 누가 보았으면 어떡하나 조심스레 땋은 머리를 뒤로 재키며 옷매무시를 바르게 하고 학교 언덕길에 오른다그때는 그랬었다. )

 오늘 새벽 이때도 아침 안개로 멀찌감치 서 있던 그 누군가가 보이지 않았었다그때도 너무 당황스러워 보이는 게 없었는데.

 버스가 도착하자 영서는 천천히 걸으며 버스에 오른다.

누군가가 뒤에서 뒤따라 버스에 오른다모자를 꾹 눌러 쓴채

 

오늘은 그다지 버스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조금은 여유가 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오늘 하루를 준비하고 싶었다참으로 상쾌하다신선한 아침 공기가 콧등을 스치며 지나간다.

조금은 쌀쌀하였지만 학교를 오르는 계단 옆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는 단풍나무의 향기가 아름답다스르륵 교실 문을 열었다당연히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하고 아 내가 제일 먼저 왔구나 조용한 이 교실에서 나의 꿈을 시작해야지.’- 양 팔을 올렸다소리치려 했다그런데 누가 있었다교실 문 여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 보며 환호한다.

효식어서와 영서야 나도 조금전에 왔어오늘 너하고 마음이 통했나봐어쩐지 일찍 오고 싶더라고.

영서그러게웬일로 이렇게 일찍 왔어난 내가 제일 일찍 온 줄 알았지.

효식그럼 내가 밖에서 기다릴걸 그랬나봐

영서오늘 너 뭔가가 달라 보이는데더 예뻐보여오늘 무슨 날이니?

효식오늘 아빠가 오신데몇 년만에 뵙잖아그래서 어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오늘 일찌감치 학교에 오고 싶었어

영서학교 끝나고 바로 가니아빠 마중하러.

효식엄마가 학교로 오신대엄마랑 같이 갈거야.

영서좋겠다그렇게 아빠 기다렸는데

효식너는 어쩐일로 오늘 이렇게 일찍 등교 하셨나?

영서하두 버스탈때마다 사람에게 시달려서 오늘은 좀 단정한 모습으로 학교 오고 싶어서

 참 이번주말에 청소년 성악 선발대회에 너도 가니

효식우리식구 모두 가기로 했어혜선이가 그때 특별출현 하잖아게스트로알지우리이모 딸강 건너 저쪽 동네에서 사는.

영서그래나는 우리 사촌오빠가 그 대회에 참가해우리 집안에서는 유일하게 성악에 재능이 있는 보배라고 할까우리 큰어머니가 너무도 열성으로 그 오빠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지

효식그럼 우리 같이 만나서 가자

영서그래 그렇게 하자.

친구들의 반가운 말소리가 들린다

영서오늘도 시작이다수업 준비해야지.

효식미연아 안녕오늘 얼굴이 활짝 피었네.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