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식: 여기 있어. 왜 뭐 확인할 것이라도 있니?
영서: 어머 효식아 그 친구 이 학교 학생이구나. 우리 학교에서 멀지 않잖니?
효식: 그럼 뭐하니. 남녀 칠세 부동석. 우리 학교는 금남의 학교이잖아. 이런 대회에나 나오면 모를까. 기회가 많지 않지.
영서: 오늘 하두 긴장해서 그런지 상큼하고 쫄깃한 쫄면이 먹고 싶다.
효식: 나도. 우리 쫄면 먹자. 긴장감 해소엔 쫄면이 최고지. 입가심으로는 부드러운 아이스 크림으로 하고.
영서: 그래 이렇게 부담 없이 먹어야 맛이지.
효식: 너는 매운 것 못 먹는다며 이 쫄면은 남김없이 다 잘 먹어.
영서: 그러게. 별로 맵다는 생각이 안들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영서: 버스왔다. 안녕. 잘가. 저녁에 잠 잘 자고.
효식: 응. 학교에서 또 보자.
----- 양선 여자 하이스쿨 ---
영서: 미연아 너 지난 주말에 왜 안왔어? 정말 좋은 음악경연이었는데.
미연: 으 응. 갑자기 열이 나서. 감기가 오려나봐/
효식: 어디 (미연의 이마를 짚어본다.) 그래 이마가 뜨거워.
미연: 집에 있으면서 계속 약을 먹었는데 아직 열이 있어.
영서: 그럼 오늘 일찍 집에 가는 게 좋겠다. 내가 선생님께 조퇴해 달라고 말할게.
미연: 아니야. 괜찮아. 오늘은 그다지 몸이 아프지 않아.
효식: 그래. 계속 열이 있으면 잠시 양호실에서 좀 쉬도록 하자.
미연: 고마워. 그런데 네 사촌 오빠 1등했다며? 정말 노래 잘 하나봐.
영서: 안그러면 큰 엄마가 난리 났을거야. 그래서 오빠가 죽어라 몸 사리지 않고 그렇게 1등을 놓치지 않으려 하지.
미연: 그 심정 이해해. 우리 아빠가 얼마나 나에게 기대를 하시는지. 그래서 더 내가 그날 거길 가지 못했어. 나오는 그 찰라에 아빠가 오셔서. 늦게라도 가려고 했는데.
---딩동댕 수업 시작 종이 울린다---
영어 선생님: Good Morning Everybody! 오늘 가을 향취를 받으며 재미있게 수업합시다.
학생들: 아~ 잉. 오늘은 재미있는 이야기 해 주세요.
영어: 오늘은 가을과 관련된 시를 한번 읽어 보자구. 내가 칠판에 적을 테니 다 같이 읽어요.
칠판에 옮긴다.
효식: 영어 선생님은 참 센치하셔. 레미 구르몽 시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
영서: 가을 이잖아. 우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감성을 유발하는.
영어: 자 다 같이 이 시를 읽어 봅시다.
~ ~ ~ ~ ~
반장: 선생님 오늘은 26 페이지 공부할 차례입니다.
영어: 그래. 그럼 이제 험난한 학습으로 들어가자. 다들 페이지 26를 펴도록.
학생들: 아 ~ 아. 어려워.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
미연: 오늘 무사히 학교 수업을 마쳤다. 고마워 얘들아. 너희들 덕분에 오늘 수업 다 했어.
효식: 너 오늘 일찍 집에 가야겠다. 내가 같이 동행해 주도록 하지.
영서: 나도 같이 가자. 오랜만에 네 집 가서 같이 공부도 할까?
효식: 얘 영서야. 너 오늘 다른 약속있다고 하지 않았니? 네 사촌 오빠 만난다고 했잖아.
영서: 아 참 그렇지. 오늘은 경석이 만난다고 했지. 미연이 집에는 다음에 가야겠다.
영서는 학교 길을 벗어나 단풍나무가 한껏 어우러져 있는 공원안으로 들어간다. 그 공원이 지름길이다. 조그마한 단풍나무의 잎들이 빨갛게 물들어 가며 길가에서 뒹굴고 있다.
영서는 바람에 사르르 뒹구는 나뭇잎을 하나 짚는다.
“ 어쩜 이렇게 칼라가 선명하고 맑지? 하나님의 솜씨는 정말 그 누구도 못 따라 하지. 정말 예쁘다. 내 마음처럼. ” 그 단풍잎을 손에 잡고 돌려보며 호 입으로 불어본다.
벤치에 앉아 가방을 열며 영어 책을 펼쳐 그 속에 끼워둔다. “ 예쁘게 잘 자라거라. ”
영서는 시계를 보고 벌떡 일어난다. “어머 내가 지금 시간을 이렇게 잡고 있으면 안돼.”
^^^ 한걸음 내 딛는다. 서너 걸음을 걷고 있는데 저 앞에서 교련복에 모자를 반듯하게 쓰고 뚜벅뿌벅 곧은 자세로 천천히 걸어오는 남학생이 보인다. 누군지 모르는데 알 것 같은 왠지 조심스레 영서는 발을 멈추고 그 학생이 가까이 오는데도 그냥 그렇게 서 있다.
한 발자국 차이로 가까이 온 그 학생은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강산: 저어 자리 좀 비껴 줄래요?
영서: 떠듬으며- 저쪽으로 돌아가면 될텐데요?
강산: 저기 강아지가 볼일을 보는 것 같은데. 혹시 댁의 강아지가 아닌지.
영서: 아닌데요. 그럼 이쪽으로 가면 (옆으로 손짓한다._)
강산: 그곳은 나무가 있어서.
영서: 그럼 나 보고 어떡하라고요?
강산: 그러게요. (흐뭇 웃는다.)--
(영서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오더니 멈추며) 나 모르겠어요?
영서: 그래서요.~ 나도~어디선가~~~ 맞죠? 지난주에 그 맑고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
강산: 네. 이렇게 여기서 마주치다니. 그날 나 정말 기억에 남았거든요. 갑자기 나한테 축하한다고 해서. 그것도 처음보는 여학생이.
영서: 참 우연이 이런 우연이 생기다니.
강산: 우연은 아닌데. 생각해 보니 이런 우연이 여러번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학교오가는 버스안에서 몇 번 마주쳤었다.) 나는 몇 번 그쪽을 봤던 것 같아서.
영서: 이 쪽 길은 나 처음이에요. 그러니 우연이죠.
강산: 그럼 다음에 또 보게 되면 보고.
영서: 나도 바쁘거든요. (휑하니 토라지며 강산옆으로 지나간다.)
강산: 뒤로 돌아선채 손을 들어 흔든다. 잘 가시길.
영서: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은근 사람 약 올리네. 내가 그때 그 노래만 안 들었어도... 괜히 마음 설레였어.
잠깐 내가 여기서. 경석이 기다리겠다. 그나저나 어쩌지! 거긴 남자학교인데.
-------- 남일 하이스쿨 앞 ---------
경석: 영서야 여기야. 너 왜 이리 늦었어? 너 1분만 늦었어도 집에 가려고 했다.
영서: 미안. 미안. 오다가 누구랑 부딪혀서.
경석: 나 시간 없으니까 어서 본론부터 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