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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경제

한국 이민자들의 노후 문제

2018.02.16

세계에서 최고 부자라는 미국에 사는 국민들은 의외로 가난하다. 멕시코나 캐나다 등 주변 국가가 아니라면 주위에서 해외여행을 해보지 못()한 중산층의 미국인들을 만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물론, 미국이 워낙 넓고 볼 곳도 많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해외여행을 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 CNBC (Jan. 7, 2015) 보도에 의하면 미국인 62%가 응급 상황이 발생해서 $500 이상의 돈이 갑자기 필요해지면 그걸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미국인 평균 노동자가 은퇴자금으로 $500,000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직장인의 57% $25,000의 은퇴 자금만을 모았다고 한다. (CNN Money - Apr. 21, 2015) 

 

사정이 이러니, 대부분의 은퇴자가 소셜시큐리티에 의지하지만, 그건 은퇴 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65세 이상 노인의 10%가 극빈자 (below the poverty line) , 음식 무료 배급소 등에 의지하지 않으면 끼니를 해결하기가 곤란하다고 한다 (FeedingAmerica.org).  

슬프게도, 한국 이민자들이라고 하여 미국의 평균 노인들과 사정이 많이 다르진 않아 보인다. 한인 1세 중 많은 사람이 평생 변변한 휴가도 없이 노동 시간이 긴 자영업에 종사 하는 사실을 고려할 때, 노후 준비가 평균 미국인들보다 낫지 않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슬픈 일이다. 본인 또한 이민 1세로서, 그리고 재무설계사로서 한국 이민자들의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이유를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재무 지식이 부족하다.

모든 전문 영역이 그렇 듯, 영어를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일부러 공부를 하지 않는 한은 재무관련 지식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각종 자료를 보면 평균 미국인의 재무지식은 정말 심각하게 낮다. 개인 재무 (personal finance)과목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영어가 불편한 많은 이민자들의 경우, 영어를 잘하는 자식에게 모든 재무관련 일들을 의존하는 걸 보는데, 이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면, 우리가 한국말을 잘 한다고 해도 한국의 투자 관련 법규나 세금혜택에 대하여 잘 알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영어를 잘 하는 아이들 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재무지식은 재산형성에 실로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야 한다. 미국의 노후 문제가 워낙 심각하므로 정부에서 노후 자금의 소득세 공제 및 투자이익에 대한 세금 유예등 엄청난 혜택을 주는데, 그걸 모르고서는 효과적으로 자산을 늘리는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본인이 모르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무엇이 왜 필요한지 조차 모르는 사람은 전문가를 찾을 이유도 없다.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대부분의 한국 이민자들이 여기에 속하는것으로 보인다.

 

둘째, 자식 교육에 모든 걸 건다.

한국에는 자식들이 그야말로 노후 준비였던 시대가 있었다. 늙은 부모는 당연히 자식과 함께 사는 법으로 알았으니 자식만 키우면 노후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자기의 노후를 책임져 줄 것 같은 (큰아들) 자식을 위해서라면 많은 사람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땅도 팔고 심지어는 나머지 자식들의 교육까지도 포기하였다. 그 뜨거운 교육열은 이역만리 미국까지 이민자들을 그대로 쫓아 온 것 같다. 이민자들의 노후를 위한 저축은 아이들의 사교육이나 아이들이 미국 아이들 속에서 기죽지 않게챙겨 주는 각종 비용 앞에 아직도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자식들은 더이상 늙은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자라난 이민 2세들에게 나중에 노후를 의지하려 하면 부모, 자식간에 사이만 나빠진다. 설사 착한 자녀가 부모를 도와 드리고 싶어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다 보면 생각만큼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부모를 한 집에 모시거나, 아니면 따로 살며 꼬박꼬박 생활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정신적/경제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 인지는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 만약 당신이 겪어 봤다면 어찌 자식에게 그런 힘든 부담을 지우려 하며, 만약 겪지 않았다면, 당신도 하지 않은(못한) 힘든 일을 어찌 자식에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시대와 문화가 다르게 자란 2세 아이들에게

우리는 노후 준비를 스스로 해야만 한다.  이건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오늘 먹어야만 하는 것처럼, 이런저런 핑계로 늦춰서도, 또는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서도 안 되는 일이다.

 

셋째, 증권 투자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많은 사람이 투자는 위험하다 생각하고 안전한은행에 돈을 넣어 두는 경우를 자주 본다. 투자는 보장 이란 것이 없기 때문에 원금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운전은 사실 위험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갈 수 없는 등, 다른 형태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듯, 투자가 위험하다고 아예 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다른 문제가 동반된다. 모순적이게도, ‘안전하게현찰로 가지고 있는 거야말로 돈의 가치를 잃게 되는 확실한 방법이다. 왜냐면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현찰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균 가정당 인컴이 7천불 정도 하던 60년대 말에 당신의 부모가 힘들게 모은 $7,000안전하게현찰로 은행계좌에 50여 년 가까이 두었다고 치자. 한때 평균 1년 인컴에 준하던 그 돈이 평균 가정당 인컴이 약 $50,000인 지금 시대에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투자를 할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외에도 은퇴 자금을 모으지 않는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중요한 건, 은퇴 자금을 모으지 않았을 때 본인의 노후가 어찌 될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분이 은퇴 후면 생활비가 지금 보다 훨씬 적게 들 거라 판단하고 노후에 받을 소셜 시큐리티면 대충 살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정말 잘못 알고 계신 거다. 지금 당장 은퇴와 상관없이 꼭 필요한 생활비가 얼마인지 적어 보시라. 대부분 지금의 생활비에서 많이 줄어들지 않음을 쉽게 알게 될 것이다. 반면에 소셜 시큐리티에서 받는 금액은, 은퇴 전 인컴에 따라 다르지만, 일 할 때 벌던 것의 약 1/3 정도에 불과하다. (http://www.ssa.gov/news/press/basicfact.html) 앞으로 10, 20, 또는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료 음식 배급소에 의지해야만 세 끼가 가능한 많은 미국의 노인들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이 글은 유미숙의 사견이 포함 되어 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자세한 것은 재무설계사와 상담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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