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나의 건강, 나의 돈, 그리고 정치

2018.11.01

내가 재무설계사로 일하며 가장 안타까울 때는 소위 ‘잘나가던’  자영업자가 절세 혜택은 물론, 파산 시에도 일반 채권자들로부터 자산을 보호받을 수 있는 은퇴플랜들을 활용하지 못하여 사업이 기울며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볼 때이다. 최근에 어떤 분이 사업이 힘들어져 많은 빚을 지고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며 돈 잘 벌 때 구입했던 상업건물을 잃을 것은 알겠는데 집까지 잃겠냐고 힘들게 물으시는데 나는 그 앞에서 울뻔했다. 수년 전, 같은 파산신청을 하면서도 미국의 이런 은퇴 자산 법을 제대로 활용하여 비지니스와 집까지 다 잃었지만 밀리언달러 이상의 은퇴자산은 보호받은 어떤 미국인 사업가와 크게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나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투표를 아예 하지 않거나 투표는 하지만 자신의 건강이나 돈에는 오히려 해로운 정책/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을 볼 때이다. 수년 전, 많은 치료 비용이 드는 지병이 있고 ACA (Affordable Care ACT- 흔히 오바마케어라고 불림)를 통해 의료보험비의 대부분을 지원받는 어떤 사람이 ‘오바마케어’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며 성토하는 것을 보고는 할 말을 잃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은퇴 준비를 위해 모아놓은 돈이 없어 소셜시큐리티연금에 의지하여 사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 때문에 사람들이 게을러진다며 모두 없애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도 보았다. 자신이야말로 납부한 소셜시큐리티 세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부프로그램’의 큰 수혜자라는 것을 알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나는 재무설계사로 일하며 정치인과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들이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눈으로 직접 보며 아주 ‘정치적’이 되었다. 나의 건강(보험), 돈(세금, 은퇴),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 과정과 비용은 물론 내가 마시는 물, 공기 등 모든 것이 정치와 정책에 의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를 보면서도 ‘정치적’이 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당신 집에 와서 가족의 건강과 재정에 관한 모든 결정을 일방적으로 한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투표하지 않는 것은 나의 자율권을 포기하고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다른 사람의 손에 결정되도록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너무도 많은 한국 이민자들은 오래전에 떠난, 일찌기 투표권도 포기한 고국(한국)의 정치에는 지금까지도 큰 관심을 보이지만 막상 자기가 살고 있는 미국의 정치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옆집 가정사에만 신경 쓰느라 막상 자기 가정의 일에는 무관심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만약 당신이 건강보험이 있음에도 코페이, 코인슈런스 등 여러 이름의 환자 부담액이 무서워서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렵다면,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조만간 크게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부자 부모를 둔 아이들은 필요 없는, ‘보통사람들’ 의 자녀가 빌리는 정부의 학생 융자 이자율이 모기지나 자동차 이자율보다 높아서 정부가 오히려 돈을 벌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깨끗한 물과 공기가 아주 중요하다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와 정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남들로부터 무시당하듯, 어느 사회이든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 정책적으로 무시될 수밖에 없다. ‘바빠서’ 또는‘영어가 불편해서’ 등 어떤 핑계도 자신과 가족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무관심한 것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한인회와 신문 등 기타 의식 있는 단체라면 미국에서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주류사회에 한류와 한식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인들의 투표 참여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책과 정치인을 지지하는지는 당신의 자유이다. 그러나 당신이 지지하는 정책과 정치인이 당신의 건강과 주머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당신의 은행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알듯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위에서 예로 든 사람들같이 자신에게 불리한 줄도 모르고 남의 장단에 춤추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11월 6일(화)은 미국의 중간선거일이다. 당신과 가족의 건강과 재정 문제가 걸린 중차대한 일이요, 미국에 살고 있는 당신이 미국 사회에 ‘나도 중요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투표권이 있는 당신이라면 반드시 행사하기 바란다. VOTE411.org 에서 당신의 주소를 입력하면 투표 장소와 투표에 부쳐질 정책과 사람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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