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휴스튼에 있는 스시 프렌차이즈 회사 SNOWFOX라는 곳에 재정 강의를 다녀왔다. 이 회사의 대표가 이메일로 요청했는데, 글에서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이 느껴져 흔쾌히 가겠다고 하였다. 나는 가족과 자동차 여행을 해도 주로 내가 운전을 직접 하지 않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멀미를 쉽게 하는 편이라 택시나 작은 국내선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하루에 다녀오는 강행군이라 걱정은 되었지만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법이 복잡한 미국에서는 같은 돈을 벌어서 저축하여도 어디에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엄청난 세금 혜택을 받거나 파산 신청을 해도 보호가 되는 등 자산 형성에 아주 큰 차이를 가져오므로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버는 돈 못지않게 중요한데, 이것을 이해하고 직원들에게 교육해 달라고 요청하는 비지니스 오너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직접 만나보고도 싶었다. 

십몇 년 전에 5개의 지점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2천개 이상의 프랜차이즈사로 급성장했다는 이 회사의 대표는 몸집이 왜소하고 상냥한 40대 여성, Stacy Kwon이었다. 강의 전, 그가 나를 초대한 이유를 직원들에게 잠깐 설명할 때 나는 그가 16살에 미국에 왔고 이민 초기에는 가난한 흑인 지역에서 식품점을 하는 가족과 함께 가게에 달린 창고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건물 안에 세면장이 없어서 샤워는 밤에 건물 뒤에 박스를 쌓아 남들이 보지 못하도록 만든 곳에서 가든 호스로 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 이민 생활을 통해 경제적 안정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에 자신의 직원들은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초대하였다고 설명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회사의 대표이든, 종교단체의 지도자이든, 또는 집안의 가장이든 리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지만, 자기가 리드하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그들이 겪는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사장이 똑똑하고 아이디어가 좋아도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는 없다. 동시에, 같은 돈을 받아도 회사의 대표가 모든 직원의 인격을 존중하고 경제적 안녕까지 염려하는 것을 직원이 알면 애사도가 높아져 이직률이 낮고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많은 자료가 보고한다. 널리 알려진 소위 ‘좋은 회사’들이 401(k) 매치를 주고 직원들 복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런 혜택들이 회사의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는 win-win 의 인과관계를 리더가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내가 강의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어서 원하는 직원들과 짧게나마 개별 상담을 하였는데 직원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자신의 재정 건강까지 챙겨주는 회사 대표에 깊이 감동받은 것은 물론이다. SNOWFOX사가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이유와 이것의 밝은 미래를 엿보는 듯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미국의 국민 4명 중 3명은 약 $1,000의 비상자금도 없이 한 달 벌어 겨우 한 달 먹고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비싼 의료보험료를 내고도 본인 부담분인 수 천 불의 디덕터블이 무서워서 아파도 선뜻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지병이 있는 사람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악화되어 응급실에 갔다가 엄청난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의료보험이 있는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캐나다나 멕시코로 가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며,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렌트비와 난방비 중 어느 것을 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청년들은 비싼 학비 때문에 대학 교육을 포기하거나 졸업 후 학생 융자 때문에 결혼을 미룬다. 은퇴 노인 10명 중 1명은 돈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를 굶는다. 

경제 대국에서 갈수록 빈부 차이가 심해지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렇게 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들 잘 사는 것 같다.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알아도 그것을 편하게 표현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이리라. 당신이 부족한 은퇴 준비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당신의 친구, 동료들도 비슷한 상황에 있을 확률이 높다. 만약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이 경제적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 노후에 덮쳐올 경제적 쓰나미를 보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만약 감사하게도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다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당신과 같이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큰돈을 벌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이 미국에서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의 재정 칼럼을 관심 있게 읽는 당신은 국민 대다수가 겪는 경제적 고통의 현실과 금융 시스템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 당신이 리더가 되어 주변인들과 대화를 시작하시라. 회사의 대표나 단체장이 아니어도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조금이라도 당신이 아는 것을 주변인들과 나누고,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 같이 고민(공부)하는 거다. 그것이야말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상생하는 길이요, 풍요해 보이지만 가난해서 아픔이 더 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리더십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