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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시낭송(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2020.06.04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시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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