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시르미오네(이탈리아)

2018.09.14








Italia



시르미오네



Sirmione




2,000년 전 고대 로마의 서정 시인, 가이우스 발레리우스 카툴루스(Gaius Valerius Catullus)는

사랑하는 여인(레스비아)을 향해 이렇게 시를 읊었다.

나의 레스비아여, 우리 이렇게 사랑해요!
시기심 많은 늙은이들의 잔소리는 무시해 버려요.
한 푼 값어치도 없는 정말 하찮은 소리지요.
날마다 해는 뜨고 지지만, 우리는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어요.
그러니 내게 키스해 줘요 천 번을,
이어 백 번을.. 또 다른 천 번을, 이어 또 다시 백 번을..
아니, 아니 멈추지 말아 주세요.
굳이 세어 보려고도 하지 마세요.
누군가 우리를 훔쳐 보고 있거든 우리의 입맞춤을 세어보라고 하죠, 뭐!
세다가 세다가 도저히 셀 수 없는 우리의 뜨거운 입맞춤 때문에..
질투해야 하는 것 조차 깜박 잊어버리게 만들죠, 뭐!




*이탈리아 북부에는 가르다 호수, 마조레 호수, 그리고 코모 호수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호수는 가르다 호수.
가르다 호수는 베로나에서 26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있는 20여 개의 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단연 시르미오네라는 마을이다.
호수 남쪽에 물방울 튀기듯 솟아 올라 있다.





시르미오네는 석기시대때 부터 사람들이 살던 작은 어촌이었다.
외부에서 사람들이 모여 들기 시작한 것은 13세기 중기.
프랑스에 살던 카타리파 사람들이 십자군의 박해를 피해 가르다 호수로 이주해 온 것이다.




당시 카타리(Cathars)파는 기독교의 영적인 힘이었다.
카타리파 사람들은 성결한 삶을 위해 금욕의 생활 방식을 강조하고 신약성서를 고집했다.
고기도 먹지 않았다.




*그들은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소망했지만 카톨릭은 카톨릭을 제외한 모든 이교도들을 경멸했다.
13세기 말에는 200명의 카타리파 남녀를 체포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십자군에 의해 그들이 끌려 간 곳은 베로나의 아레나 원형경기장.
그 곳에서 카타리파 남녀는 거대한 인간 모닥불이 되어 모두 화형에 처해졌다.
1278년 2월 13일에 일어난 카톨릭에 의한 카타리파 학살 사건이다.
모닥불은 노란색 십자가로 보여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카타리파의 상징이었다.




시르미오네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부터였다.
베로나의 귀족, 스칼라 가문에서 스칼리제르 성(Scaliger Castle)을 이곳에 지은 것이다.




큰 호수에 웅장한 성, 반도의 아름다움은 시르미오네를 유럽 최고의 호수 휴양지로 자리잡게 해주었다.




이곳에 매료된 유명인들은 시인 카툴루스를 비롯해 스탕달, 괴테, 바이런, 릴케,
알프레드 테니슨,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 가브리엘 다눈치오, 마리아 칼라스 등이 있다.




*특히 칼라스는 지비오(Zevio)에 살 때 매 년 여름 이곳으로 와 별장에 머물렀다.
칼라스는 1952년부터 시르미오네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곳에는 지금도 그녀가 머물던 별장과 그녀의 이름을 딴 공원, 레스토랑이 존재하고 있다.




시르미오네의 주민은 모두 7,757명.




거의 호텔, 레스토랑, 기념품점, 젤라또, 온천욕, 보트 대여 등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옛부터 이곳은 온천으로도 유명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도 온천수가 흐르는 ‘올리비 내츄럴 스파 호텔’이었다.




시르미오네는 넘치는 관광객으로 인해 여름에는 자동차 파킹은 물론 걸어 다니기 조차 힘든 곳이다.




그러나 비수기에 여행하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좋다.




스칼리제르 성은 사면이 가르다 호수에 둘러싸인 독특한 건축양식의 성이다.
이곳은 입장료(4유로)를 지불해야만 들어 갈 수 있다.




그런데 만약에 성을 들어 가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할 만큼 멋진 풍경을 성에서는 보여 준다.
시르미오네 여행의 하일라이트로 보면 된다.




아쉬운 것은 아침 일찍 또는 노을지는 저녁에는 성을 들어 갈 수 없는 것이다.
가장 높은 탑에 오르려면 150 계단을 걸어서 올라 가야 한다.




탑에서는 마을의 아기자기한 전경과 가르다 호수, 알프스 산맥의 풍경까지 모두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가르다 호수를 채운 물은 모두 알프스 빙하에서 흘러 나온 청정한 물이다.




반도 중앙에 성벽을 쌓았으니 적들이 쳐들어 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성을 나오면 바로 왼쪽으로 마비노의 성 베드로 성당(The church San Pietro in Mavino)이 보인다.




그 외에도 성 안에는 '산타 마리아 델라 네베 성당' 등 2개의 교회가 더 있다.




시르미오네는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유명한 레스토랑도 많다.




대개는 물가에 자리 잡고 있는데 2인 식사에 150-400달러 정도는 써야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부자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여서 비싼 레스토랑도 손님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르미오네를 유명하게 한 것은 스칼리제르 성과 함께 카툴루스의 동굴(Grottoes of Catullus)이 있다.




*카툴루스 동굴은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로마 빌라 유적 중에는 가장 규모가 큰 로마의 유적이다.




이곳은 카툴루스가 살던 집은 아니지만 그의 친척이 살던 저택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툴루스는 54 BC 에 사망했고 카툴루스 동굴은 서기 150 년에 건축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동굴로 불리는 것은 15세기 발견시 부분적으로 동굴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도 카타리파에 대한 박해와 학살이 있었던 것으로 역사는 증언한다.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지만, 시르미오네는 오늘도 수많은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카툴루스의 시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시르미오네에 천 번의 입맞춤을 보낸다.




나도 백 번의 입맞춤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냈다.




그녀도 내게 천 번의 키스로 보답한다.




시르미오네의 멋진 밤.


글, 사진: 곽노은


 




 Sirmione, Italia 



*표시의 이미지(3장)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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