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2017.12.18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면서 눈보라 치는 하얀 눈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슈베르트의 연작 가곡 ‘겨울나그네’다.
겨울에 듣는 음악으로는 더 없이 훌륭하고 순수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슈베르트는 이 작품을 30세에 작곡했는데 당시 그는 극심한 가난과 병든 육신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매독으로 인한 수은치료는 그에게 공포심을 안겨 주었고 흡연과 음주는 그의 몸을 더욱 쇠약하게 만들었다.
겨울나그네는 좌절을 겪고 있던 슈베르트가 자신의 고뇌를 표현한 작품이다.
제1곡 ‘잘 자요!’가 시작되면 우리는 눈길 위에 서게 됨을 느낀다.
제5곡 ‘보리수’는 아름다운 꿈을 회상시킨다.
하지만 제6곡 ‘홍수’를 들어보라!
슈베르트가 흘리는 눈물이 하얀 눈송이 위로 뚝 뚝 떨어짐을 느낀다.
제15곡에서는 까마귀가 머리 위를 맴돌고,
제20곡 ‘이정표’는 아직 아무도 돌아온 적이 없는 길을 가야하므로,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슈베르트는 31년의 짧은 생애 동안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무려 600곡이 넘는 가곡 외에도 교향곡, 관현악곡, 실내악곡, 현악 4중주곡,
피아노 소나타, 종교곡과 오페라까지 작곡했다.
가곡 창작은 14세 때 만든 ‘하갈의 탄식’이 처음인데
1815년에는 150곡이나 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의 나이 불과 19세 때 일이다. 
그는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해 보통 2시까지는 피아노에 앉아 작곡에 전념했다.
그러다 1827년, ‘우라니아’연감(1823년 발행)에 실린 시 겨울나그네 12편을 읽게 됐다.
그 책은 ‘빌헬름 뮐러’의 연작시였는데
사랑을 잃은 젊은이가 방랑과 죽음 가운데서 방황한다는 내용이다.
고통 가운데 있던 그는 매우 큰 감동을 받은 듯 하다.
슈베르트는 원래 뮐러의 시를 좋아해 그의 첫 연작 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집의 아가씨’에도 4년 전에 곡을 붙인 바 있다.
뮐러는 당시 1821년 발표된 ‘그리스인의 노래’라는 책으로 하루 아침에 유명해진 작가였다.
슈베르트보다 3살 많았는데 겨울나그네 전곡이 완성되기 바로 한달 전,
뇌졸중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
1827년 2월, 겨울나그네의 시 12편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는 훗날 ‘어느 방랑하는 연주자의 유고에서
발췌한 시들(1824년 발행)’이라는 책에 겨울나그네 시 24편이 발표된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슈베르트는 겨울나그네의 나머지 시 12편에도 곡을 붙였고 그 과정에서 작품 배열을 일부 바꿨다.

겨울나그네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고뇌를 온 몸으로 짜내어 표현해야 하므로
쉽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성악가들이 노래했다.
그러나 겨울나그네 하면 역시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다.
그는 이 곡을 여러 번 녹음했지만 1955년(30세)과 1963년(38세) 녹음한 음반이 가장 유명하다.
그가 겨울나그네를 노래하는 것을 영상으로 보면 진지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디스카우와 함께 필자가 가장 자주 듣는 또 한명의 뛰어난 성악가가 있다.
바로 ‘게르하르트 휘슈’다.
그는 비애감 있는 목소리로 고뇌하는 젊은이의 슬픔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휘슈는 슈베르트의 두 연작 가곡 ‘겨울나그네’와 ‘아름다운 물방앗간집의 아가씨’,
또 첫 연작 가곡인 베토벤의 ‘멀리있는 연인에게’를 최초로 취입한 성악가였다.
피아노 반주는 모두 ‘한스 우도 뮐러’가 맡았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휘슈의 겨울나그네 음반은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었는데 2장의 CD에
슈베르트의 두 연작 가곡과 베토벤의 ‘멀리있는 연인’의 곡들이 빽빽히(50곡) 들어 차 있다.

슈베르트는 겨울나그네 제1부 작곡을 끝내고 존경하던 베토벤을 찾았다.
베토벤이 죽기 불과 바로 6일 전이다.
베토벤의 장례식에서 횃불을 든 사람은 36명이었는데 슈베르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슈베르트가 1828년 11월 19일 장티프스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가 세상에 남긴 것은 양말, 이불, 옷가지 몇개와 해묵은 악보들 뿐이었다.
장례식 비용은 형 페르디난트가 지불했으며,
횃불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글: 곽노은


 Franz Schubert
31 January 1797 – 19 November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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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hard Hüsch  - Die Winterreise (Schubert)
https://www.youtube.com/watch?v=hr9d7F0Ot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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