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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에 말이요!

2023.03.27

이게 사투리인지 모르겠다.

집에서 항상 듣던 말이었다.

나는 마누라한테 반말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부모님은 항상 존댓말을 쓰셨다.

여보 당신도 하고.

난 결혼을 한지가 손가락 발가락을 다 동원해 두 번을 세야 하는데도

아직 여보, 당신을 해본 적이 없다.

자랑은 안되지만 못 하겠다.

예전에 막내 고모는 결혼식 저녁에 친구들이 있는데서 여보 당신 하니까

친구들이 흉보던데.

엄마는 자주 썼다.

에 말이요?

그럼 아버지가 바로 쳐다봤다.

부를 때 주로 썼던 것 같은데 아주 급할 때도 썼다.

한 번은 생선 파는 시장을 가락시장? 갔는데

장을 다 보고, 그때 명동에서 일식집을 하셨다.

아버지가 정말 애지중지하고 매일 세차하고 저녁이면 포장을 씌우는  포니를 타고

두 분이 장을 보러 갔는데 트렁크에 짐을 다 싣고

옆에 마누라를 태우고 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그만 잊어버리고 출발을 해 버렸다.

세상에 마누라를 길에 두고 가버렸으니.

엄마가 그 신작로에서 목이 터져라

에 말이요!

에 말이요! 하고 손을 흔들고 쫓아 갔는데

불러도 속절없는 아버지는 그대로 가버렸다.

세상에 얼마나 기가 막혔겠나!

나도 장보고 차에 실을 때 가끔 물건을 빠트리고 안 싣고 온 적은 있어도

옆 자리 주인은 잊어버린 적이 없었는데.

버스를 타고 또 타고 돌아와서 어째 그러냐고 악 썼을 엄마 얼굴이 선하다.

에 말이요! 어째 그러요! 하고 닦아 세웠을 모습.

항상 말이 없던 아버지는 눈만 깜박이고 있었을 거다.

에 말이요! 에 말이요!

저 세상에서 만나셨는지.

만났으면 이젠 절대 잊고 가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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