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jeww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15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일상

진상들....

2022.03.23


예전 연남동 살 때였다.
내가 27살인가 했을 건데 그 나이엔 세상이 참 재미있었던 시절이었다.
동교동 로터리에서 내려 집까지 걸으면 10여분 정도였는데
한 정류장 더 가서 청기와주유소에서  내려도 되는데 굳이 동교동 로터리에서 내렸다.
거기가 사람이 많았고 더 가서 내리는 것보다 미리 내리는 게 더 좋았었던 것 같다.
하루는 퇴근하고 들어 오는데 시내버스를 탔다, 95번이었나!
그 때는 하던 일이 잘되고 일도 많아 택시가 싸고 잘 잡혀 웬만하면 택시를 탔는데
그날은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은 꽉 찼고 움직이기도 힘들었는데
어디서 탔는지 40대 정도 남자가 술에 취해 버스 차장에게 욕을 하고 있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쌍욕을 퍼붓는데 운전기사는 사람에 가려 소리만 듣고 그만하세요 밖에 못하고
20살도 안돼 보이는 아가씨는 거의 울상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게 그렇게 욕하고 손찌검까지 하면 옆에서 한마디 할 건데 아무도 안 했다.
보다 못해 내가 옆으로 가서 그만하시죠? 했다. 왜  아가씨에게 쌍욕을 하냐고 했더니
네가 먼데 참견이냐면서 덤비길래 그 아가씨한테 했던 욕 그대로 그 나쁜 넘에게 다 해주고
마침 동교동 로터리에 서길래 너 내려하고 밖으로 밀어 버렸다.
어차피 나는 여기서 내려야 했고 내가 내리면 또 아가씨에게 욕할 것 같아 아예 데리고 내렸다.
내릴 때 아가씨가 아저씨 고마워요 울먹이면서 쳐다보는
그 모습이 한참 기억이 났었는데 세월이 다 지우고 말았다.
내렸는데 내 멱살을 잡고 나주질 않아 같이 내렸던 사람들이 옆에서 나를 거들다가
내가 그 사람 엄지를 꺾어버렸다. 뚝 하고 소리가 나니까 아이고 내 손가락 하면서 뱅뱅 돈다.
옆에서 나를 도 외주던 사람들이 나더러 빨리 가라고 그 사람을 가로막았다.
순간 나도 겁도 나고 옆에서 다들 가라고 하니 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 소리 뚝.... 소리.
그 사람 손가락 때문에 나를 욕했겠지만 아마 다시는 차장에게 욕하는짓은 안 했을 거다.
한참 동안 그 정류장을 가질 않아 나를 찾았는지 모르겠다.
술 깨고 내 얼굴이라도 기억할는지.
내가 나서서 싸우니까 옆에서 나서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서기가 힘들겠지만 보고만 있다는 건 아무리 세상이 그렇다 해도 난 아니다.
불의는 싸워야 고쳐지는데
지하철에서 침뱃는다고 시비 거는 영감도 문제지만
젊은 여자가 두들겨 패는데 보고만 있는 주위 사람들은 도대체 먼가?
사진 찍으면 도와주는 건가?
그 여자는 다시는 사회에 못 나오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맞은 사람도 웬만하면 침을 뱄던 마스크를 벗던 못 본 척하는 것도 한순간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그 손목을 분질러 버렸을 거다.
너무 이기적으로 살지 말자.
자손들을 위해서라도.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