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무게】
로마 공화국과 카르타고 제국 사이에 벌어진 ‘포에니 전쟁’ 때 있었던 일화입니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카르타고 진영에서 로마의 레규러스 장군을 포로로 잡았습니다. 카르타고 진영에서 처음에는 그를 죽이려 했지만 전세가 점점 불리해지자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장군, 우리는 로마와 휴전하기를 원합니다. 장군을 석방할 테니 로마로 가서 휴전을 주선해 주시오. 그러나 로마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장군은 다시 이 감옥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해야 합니다.”
당시 레규러스 장군은 살기 위해서 로마로 돌아갈 것인지 명예로운 죽음을 택할지 심각한 갈등에 빠졌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죽기 전에 조국을 위해서 할 일을 깨닫고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얼마 후 레규러스 장군은 카르타고의 실정과 군사 정보를 상세히 알려 준 뒤 그들과의 약속대로 카르타고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단호히 말했습니다. “만일 내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로마인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비웃을 것입니다. 이것은 나 개인이 아닌 로마 제국의 명예와 신의에 관계되는 일입니다. 비록 적과의 약속이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매 순간 자신과 약속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더 많으며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무엇보다도 자신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약속을 할 때는 신중하게 하고 한번 약속을 했다면 무겁게 지켜야 합니다. 자신과의 약속부터 지킬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 나아가 국가와 사회와의 약속도 소중히 지켜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세상을 이루었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의 사상가 Ralph Emerson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든지 약속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러한 약속을 이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