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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동의보감’에 담긴 정신】

2019.07.26

【‘동의보감’에 담긴 정신】

 

조선 시대에 쓰여진 의학 서적 하나는 모두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 내부와 정신질환을 다룬 내경편 (內景篇), 인체 외부와 외과적 질환을 다룬 외형편 (外形編), 구급, 부인과, 소아과 등을 다룬 잡병편 (雜病篇), 침 뜸의 이론과 치료법을 다룬 침구편 (鍼灸篇), 그리고 1291종의 약재를 다룬 탕액편 (湯液篇)이 바로 그것이다. 그 누가 보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는 인체의학에 관한 세밀한 정보를 총 망라한 서적이었던 것이다. 


이 의학서는 다름 아니라 구암 허준 선생이 집필한 ‘동의보감’이라는 책으로서 지금도 의학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서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에는 특별한 세 가지 원칙이 담겨져 있는데 이러한 원칙은 본 의학서가 가진 최고의 가치가 되기도 한다. 첫째 약물을 통한 치료보다는 마음의 다스림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둘째 꼭 필요한 이론과 처방만 가려서 모을 것을 주문하고, 셋째 많은 백성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국산 약명을 기록하는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637종의 약재를 한자와 한글로 함께 이름을 기록함으로서 누구나 쉽게 사용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한의학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그 안에 담긴 지식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집필되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동의보감에는 단순한 지식보다 더 훌륭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데 이는 바로 체질에 맞지 않는 중국의 치료법이나 한자로 쓰여진 약재의 이름을 이해하지 못해서 힘겨워하는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다.


동의보감은 ‘의술 (醫術)은 인술 (仁術)’이라는 숭고한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유산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글귀가 기록되어 있다. “지금의 의사는 오직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마음은 고칠 줄 모르니 이는 근본을 버리고 말단만 쫓는 격이며 그 근원은 캐지 않고 말류만 손질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정신을 인정받아서 2009년 7월 동의보감이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되기에 이르렀고 2015년 5월에는 대한민국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될 수 있었다.


오늘날 자신의 유익만을 찾는 가운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점점 실종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동의보감에 나타난 정신을 본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허준이 보여주려 했던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시대정신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국가의 공복인 공무원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섬겨야할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깊이 간직해야 할 자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종사자들마다 동의보감의 정신을 깊이 새겨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날이 갈수록 의술 (醫術)이 인술 (仁術)이 아니라 상술 (商術)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현실 앞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동의보감을 통해서 병으로 힘들고 어려워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품고자 했던 허준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다. 의사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들은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데 있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돈보다는 이와 같은 이웃사랑의 정신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인심이 메마르고 각박해질수록 이웃에게 있는 고통과 아픔을 함께한다는 사명감으로 그들을 섬기는 투철한 박애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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