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 隨筆] 어느 여름방학 - 1 of 3

2021.07.05

[내 마음의 隨筆]


어느 여름방학


이제 무더운 여름도 시들어져가는 매미의 울음처럼 점점 지나가는 모양이다.  아직은 이르지만 새볔녘에는 선선함이 찾아온다.  가을이 여름을 이기고 서서히 찾아 오는 모양이다.


이따끔 이쯤이 되면 어버님께서 어린 날에 나에게 들려주신 ‘어느 여름방학 대한 기억이 떠오르곤하여 여기에 소개하기로한다.


아버님께서는 코흘리개 소학교 (初等學校시절을 고향 해남 (海南)에서 마치시고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아주 왕성하셨던 할아버지의 권유로 일본의 정치 일번지 야마구치(山口縣에 있는 高水中學校에 진학하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의 작은아버님도 곧이어 아버님을 따라 오오사까(大阪)市로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나셨다고 한다.  지금으로 이야기하면 형제 조기유학인 셈인데시골에서 힘겹게 조그만 농사를 지으시면서  어린 아들들을 외국에 유학시키셨던 할아버님은 지금 생각하더라도 정말 대단한 교육열을 가지고 계셨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본 유학중이던 어느 여름방학 아버님께서는 고향에 오셔서 부모님의 농사를 돕고 계셨다.  어느덧 여름이 뉘였뉘였 지나가고 개학이 성큼 다가왔다.  그간 들춰보지 않았던 여름방학 숙제가 갑자기 생각났다.  숙제는 군국주의 일본이 어린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지금 같으면 ‘군인의  같은 국가에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장문 (長文) 글로서 이를 3번씩 정확히 완전하게 필사해 오라는 것이었다.   양이 너무 방대하여 짧은 시간에 마치기는 쉽지 않아 아버님께서는 그냥 1번만 붓글씨로 필사하여 두루마리로 제출을 하셨다 한다.


가을학기가 시작되고 방학숙제에 대한 기억이 점점 가물가물해질 무렵학교에서는 우수한 방학숙제 제출자들에 대해 그들이 제출한 숙제들을 학교에서 특별히 전시하기로 결정하였는데아버님의 붓글씨 숙제가 선정되었다.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전시회에 참관하여 아버님의 글솜씨에 대한 칭찬이 아주 자자하였다.  그러나아뿔싸어떤 교사가 아버님의 두루말이에 쓰여진 글을 따라서 쭈욱 읽어보다가 ‘군인의  단지 1번만 필사된 것을 발견하고 이를 교장에게 즉시 보고하였다.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아버님은 교무실로 불려가서 호된 꾸지람을 듣게 되셨고 급기야는 사상의 불건전성 (不健全性) 대해서도 논의가  정도로 사건이 매우 심각하게 전개되었다.  


요지는  1번만 쓰고 제출하였냐?” 것이었다.  아버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사실 매우 쓰기 싫기도하고 시간도 촉박하여 한번  쓰신 후에 그냥 숙제를 제출하였다.” 말씀하셨다.    아버님은 앞으로는 다시는 이러한 일을 하지 않기로 강압적으로 각서를 쓰시고 앞으로는 절대 이러한 일을 하지 않기로 하셨으나 때부터 아버님은 학교를 졸업하실 때까지 매우 위험한 요주의 인물 낙인이 찍혀 주변에는 항상 형사들이 빙빙 맴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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