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펜은 주로 실용과 효율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독립선언문과 헌법 같은 역사적 문서 역시 펜으로 기록되었지만, 그것은 한국처럼 유교적 전통이나 인격 수양의 상징이라기보다는 ‘계약과 합의의 도구’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미국 사회는 개인의 권리와 합리적 계약을 중시하기 때문에, 펜은 사인을 남기고 법적 책임을 증명하는 실질적 장치로 기능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붓이 정신과 수양을 담는 ‘심미적 상징’이라면, 미국에서는 신뢰와 법적 구속력을 담는 ‘실용적 도구’로 쓰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육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뚜렷합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펜과 공책, 칠판이 교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입시 위주의 사회에서 펜은 사고력과 표현력을 훈련하는 무기와도 같으며, 정자체 쓰기나 서예 교육은 집중력과 인내심을 길러주는 인격 도야의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미국 교육은 상대적으로 타이핑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며, 글쓰기보다는 발표와 토론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필기와 사인이 중요하지만, 인터넷 시대에서 이제는 학생들이 펜을 잡는 시간보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학생이 펜을 통해 자기 성찰과 성품을 단련한다면, 미국 학생은 키보드와 함께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표현을 갈고닦는 셈입니다. 물론 한국도 요즘은 미국과 교육면에서도 비슷해 지는 경향이 많이 있지만 말입니다.
사회적 기능에서도 두 나라의 대비가 흥미롭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공문서와 은행 업무, 법적 절차에서 자필 서명이나 아직도 도장을 중요시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도 중요한 순간은 반드시 펜으로 서명하며 마무리된다고 봅니다. 혹, 필자가 현재의 한국 상황을 제대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책임과 신뢰를 직접 손으로 남기는 문화적 습관 때문이라고 보는데, 반면 미국은 일찍부터 전자 서명과 디지털 계약을 보편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신용카드 결제조차 전자 서명으로 대체된 지 꽤 오래되었으나 역설적으로 미국인들은 아직도 여전히 중요한 계약서나 혼인 서약서, 그리고 정치적 서명(예: 법안 서명)에서는 ‘펜의 권위’를 매우 중시합니다.
예술과 정신의 차원에서는 더욱 극명합니다. 한국은 서예를 예술의 한 갈래로 존중하며, 글씨체 자체를 여전히 심미적 가치의 대상으로 간주합니다. 글씨가 곧 사람의 정신과 인격을 드러낸다는 믿음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깊이 자리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글씨체보다는 글의 내용과 창의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수필, 소설, 시는 활자로 출판될 때 가치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필체 자체를 예술로 여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매우 드뭅니다. 한국이 ‘붓과 펜의 나라’라면, 미국은 ‘프린트와 타이핑의 나라’라고 감히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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