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隨筆]
<봄은 어김없이 온다>
개나리 가지 아래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고개를 내미는 크로커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자연이 얼마나 성실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싹을 틔우는 그 작은 꽃. 얼어붙은 땅을 비집고 나오는 그 연약한 몸짓 속에는 놀라운 용기와 질서가 숨어 있다. 겨울 내내 침묵하던 대지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약속을 지켜낸다.
차가운 겨울은 우리의 어깨를 움츠리게 했지만, 봄은 다시금 등을 펴게 한다. 따뜻한 햇살이 얼굴을 스치고, 봄바람이 머리칼을 살짝 흔들어 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계절이 바뀌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 바람은 단순한 공기의 흐름이 아니라, 긴 침묵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부드러운 선언과도 같다. 얼음장 같던 공기 속에서 움츠러들었던 마음도 조금씩 풀어지며, 다시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갈 용기를 얻는다.
하늘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자유롭게 날며 노래하고, 꽃밭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작은 싹 하나, 여린 잎사귀 하나가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듯, 생명은 서로를 깨우며 확장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있는 듯, 자연은 질서 있게, 그러나 자유롭게 화음을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그리고 우리 역시 이 거대한 순환의 흐름 안에 서 있음을 깨닫는다.
봄은 단지 기온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희망의 언어이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끝이 있으며, 차가움이 아무리 깊어도 따뜻함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계절이다. 그러기에 봄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지금은 비록 움츠러들어 있을지라도, 너의 때는 반드시 온다”고. 크로커스가 땅을 밀어 올리듯, 우리의 꿈과 다짐 또한 조용히 준비되고 있다.
나는 개나리 아래에서 다시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본다. 투명하게 맑아진 공기, 가볍게 흘러가는 구름, 그리고 따뜻하게 내려앉는 햇살. 자연은 아무 말 없이도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봄은 그렇게 말없이 다가와 우리의 마음에 빛을 켜준다. 그래서 계절은 역시, 봄은 역시 희망의 계절인가 보다. ***
2026. 2. 21.
崇善齋에서
{솔티}
English Transl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