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 隨筆] <봄의 문장들 아래에서>

2026.02.21

[내 마음의 隨筆]


<봄의 문장들 아래에서>


개나리 아래에서 햇볕을 받으며 고개를 내미는 크로커스를 바라보던 순간, 나는 문득 한 줄의 문장을 떠올렸다. 봄은 단지 계절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인류의 마음을 흔들어 온 하나의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꽃 하나가 피어나는 장면 속에 세계의 시인들과 사상가들이 남긴 봄의 문장들이 조용히 겹쳐졌다.


Rainer Maria Rilke는 말했다. “Spring has returned. The Earth is like a child that knows poems.”
 봄이 돌아온 대지를 그는 ‘시를 알고 있는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그 문장을 곱씹으며 크로커스를 다시 바라보니, 정말로 대지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시 한 편을 내게 들려주는 듯했다. 겨울이라는 긴 침묵 끝에 마침내 낭송되는 자연의 시. 봄은 그렇게 소리 없이 암송된다.


William Wordsworth는 “Come forth into the light of things, Let Nature be your teacher.”라고 권했다. 사물의 빛 속으로 나아오라고, 자연을 스승으로 삼으라고.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작은 싹은 교과서보다 더 분명한 가르침을 준다. 인내, 질서, 그리고 때를 아는 지혜. 자연은 한 번도 조급해한 적이 없었다. 봄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도착한다.


Emily Dickinson은 “A light exists in spring…”이라며 봄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빛을 이야기했다. 그 빛은 단지 시각적인 밝음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투명한 울림이다. 겨울을 통과해 본 사람만이 알아보는 빛. 나는 봄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그 빛이 내 안에도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희망의 기척이다.


Leo Tolstoy는 봄을 “the time of plans and projects”라고 불렀다. 계획과 기획의 시간. 봄은 단순히 감상하는 계절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계절이라는 뜻일 것이다. 꽃이 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라는 조용한 촉구. 크로커스의 여린 줄기에는 이미 다음 계절을 향한 의지가 숨어 있다.


그리고 Albert Camus는 한겨울의 깊은 곳에서 ‘꺾을 수 없는 여름’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그 문장은 언제 읽어도 마음을 울린다. 봄은 밖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견디는 동안 우리 안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도 보이지 않게 준비되던 따뜻한 계절.


나는 다시 개나리 아래에 선다. 새들은 노래하고, 꽃밭에는 새로운 싹들이 고개를 든다. 자연은 여전히 말없이 자신의 약속을 지킨다. 그리고 세계의 문학가들이 남긴 봄의 문장들은 그 장면 위에 투명한 빛처럼 내려앉는다.


결국 봄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이다. 계절은 돌고, 꽃은 피고, 사람은 다시 희망을 배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봄은 매년 찾아오는 기후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한 편의 살아 있는 시라는 것을. ***


2026. 2. 21. 


崇善齋에서

{솔티}


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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