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수까지는 사랑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웃을 배려하고 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개념은 아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주의 사회인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이웃이란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운전을 하면서 도로에 나가 보면 지나가는 수천 수만 대의 차량이 모두 이웃이 된다. 이렇게 많은 이웃이 있을 수 있을까?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즐겁고 안전한 운전이 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이웃사랑이 아닐까?
‘당신은 운전대만 잡으면 입이 거칠어 지더라’ 라고 아내가 뭐라고 그러는데, 항상 마음을 유하게 가져야지 생각하면서도 도로상에서 규칙과 예절을 지키지 않는 차들을 보면 입이 안 거칠어 질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좌우회전 시에 깜빡이를 켜 주는 것이다. 오늘도 동네에서 좌회전하는 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회전하는 것을 직진하는 것으로 오해한 차가 옆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물론 받은 차에 잘못이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깜빡이를 켜지 않은 차에게도 절반의 책임을 묻고 싶다.
요즈음 보면 좌회전 전용 차선에 들어서 있는 차들 중에 깜빡이를 켜지 않는 차가 절반은 되는 것 같다. 전용차선인데 왜 깜빡이를 굳이 켜야 하느냐는 생각인 것 같은데,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아닌데 왜 그리 깜빡이 켜는데 인색한지 .
깜빡이를 켜는 것은 전후좌우 100 야드 정도에 위치하는 모든 차량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내가 상대방 차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되는 일이다. 꼭 필요할 경우에만 깜빡이를 켤 것이 아니라 회전을 준비할 때에는 미리미리 무조건 켜는 습관을 들이기 바란다. 그리고 이것이 규칙이다.
둘째,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가는 것이 사고 방지의 지름길이다. 비가 오거나 어두워서 앞이 잘 식별이 안되거나 초행이라 지리에 익숙지 않거나 등등 모든 미심쩍은 상황에서는 무조건 천천히 가라고 권하고 싶다. 뒤에 아무리 차가 밀린다고 해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사고가 나면 뒤에 따라오던 차에는 아무 책임이 없다. 당사자인 나에게 책임이 떨어진다.
그리고 처음 가는 행선지에는 출발 전에 공부를 하고 어떤 차선을 택할 것인지를 미리 연구하기 바란다. 아무 대책없이 나섰다가 마지막 순간에 차선을 바꾸려고 무리하게 끼어 들다가 사고가 난다. 사고는 안나더라도 주변의 운전자들에게 욕을 먹게 된다.
운전 중에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진다. 다른 차가 앞으로 끼어들면 공연히 손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파란 불이 켜지는데도 앞차가 안 가고 꾸물거리면 신경질이 나고,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선을 헤집으면서 달리는 차를 보면 무시 당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어쩌랴? 모두 몇 초 후에는 헤어지는 인생들이다. 마음을 유하게 가지고 늘 양보하고 손해보는 자세로 운전한다면 사고도 예방하고 내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이웃사랑? 대단하게 생각하지 말자. 운전만 제대로 해도 좋은 이웃사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