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땡큐 써 - 미국 사람들도 예의 바르기가 한국 못지 않다.

2020.06.20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기로 치자면 예나 지금이나 한국이 으뜸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예의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하지만 한국은 동방 예의지국 임에 틀림없다. 다만 세대차이에서 오는 젊은이들의 논리적인 면을 나이든 분들이 자기 잣대에 맞추다 보니 버르장머리 운운하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세상은 젊은 이들이 이끌어 간다. 정신이 올바른 젊은 이들이 살고 있는 나라는 흥한 나라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흥함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나이든 이의 조언 또한 필요하다.
아주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볼 때 미국이라는 나라는 예의도 없고 남녀 관계가 문란하며 세계에서 이혼이 제일 많은 나라로 들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꼭 그렇지 만은 않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미국에 올 때는 머리카락이 새까만 총각이었다. 그때 김포공항에서 친구 놈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미국 가서 영어로 말 싸움만 제대로 할 줄 알면 영어를 다 배운 것이라던 얘기였다. 사실 외국에 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은 그 나라의 욕지거리 종류다. 온갖 사람들과 부딪기며 살다 보면 설음도 많이 당하게 되고 때로는 자존심이 상해서 F 자 써가면서 말 싸움도 많이 하게 된다. 말싸움이라는 것도 별것 아니다. 목소리 크게 내고 상대방 눈을 쳐다보며 같은 욕만 반복 하면 된다. 우리는 유별나게 목소리가 큰 배달의 민족이 아니든가.
조립공, 식당 청소, 노점상 등 밑바닥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사치 없이 살아가고 있는 미천한 인생을 향해서 어느날 부터인가 [써]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껏 주로 내가 [써] 했지 그런 말을 들은 적은 거의 없었다. 하는 일이 한국으로 치자면 길바닥에 좌판 깔아놓고 장사하는 노점상인데 나를 보고 Sir 라니 처음엔 누굴 놀리나 해서 그러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건값 깍자고 매달리던 사람들도, 동양인이라고 업신여기던 하얀이들도, 툭하면 싸움을 걸려던 젊은이들도 언제부터인가 나를 보고 [땡큐 써] 한다. 한편으론 동정심이려니 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내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있는 것을 그들이 먼저 알아본 것이다. 요즈음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거의 80%가 나를 보고 [땡큐 써] 하며 자리를 뜬다. 그들은 노란 얼굴 색갈에다 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든 사람의 하얀 머리 색갈에다 대고 [땡큐 써]를 한다는 것을 은연중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미국 사람들도 예의 바르기가 한국 못지 않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의 온갖 인종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잘 돌아가는 이유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무언의 분위기가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완고한 보수 백인층의 가정 교육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고 철저하다. 그런 점이 거대한 미국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내가 이제껏 겪은 미국이라는 나라는 고약하고 예의 없는 사람만이 사는 나라가 아니라 나이든 사람에게 깍듯이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사는 나라이다.
초라한 노점상에게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대접을 할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모르긴 해도 업신여기는 주위 환경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하리라 짐작이 된다.
나는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다.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타민족 분들을 절대 무시 하지 말고 잘 대해주라고 당부를 한다. 그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이 꺼리는 일들을 도맡아 하면서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 쉽게 감동을 하며 평생 당신을 잊지 못하며 살아가게 된다. 미국땅에 살고 있는 나처럼 말이다. 남의 나라에서 대접 받을 생각을 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며 고생하는 외국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대접을 해주자. 그럼 분명 남의 나라에 가서도 대접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분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 [땡큐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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