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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프로의식

2020.02.14

 


                             프로의식 



 필자의 칼럼을 매주 관심을 갖고 읽어주시는 고객 분들이 필자를 찾아와서는 “그 칼럼 선생님이 직접 쓰시는 것 맞나요?” 또는 “그 칼럼에 나오는 이야기가 다 사실이예요?” 라고 묻는 분들이 많았다. 이에 대한 답은 “물론 모두 사실이고 실제상담한 내용입니다.” 이다. 필자의 세커터리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이곳에 근무하다보면 별별 인생드라마를 다 보는 것 같아요!” 이다. 사람 하나하나마다 그분만의 인생드라마가 있다. 연세 드신 분들 중에는 “아휴! 내가 살아온 날들을 다 이야기하자면 삼국지 한권은 족히 나올거예요!” 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 사연 없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남들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사정이나 사연을 안고 많은 분들이 필자를 찾는다. 그분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하는 것이 필자와 같은 상담자들의 역할이다. 


 필자는 하루에도 수십 명 이상의 분들을 만나고 있기에 하루에도 수십 번이 넘는 판단을 하여 그 길을 제시해야한다. 피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다. 자칫 실수하여 엉뚱한 답을 제시하였을 경우 그 결과는 참혹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한사람의 운명 또는 한 가정을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의 오랜 친구 중 필자와 절친한 허씨성을 가진 친구가 있다. 의사이다. 이 친구는 큰 수술이 있고나면 꼭 술을 곤드레만드레가 되게 퍼마신다. 그리고 횡설수설한다. 주사가 있는 것이다. ‘술 취한 개’라고 이때는 개만도 못한 것 같다. 예전에 필자 앞에서 이런 어지러운 모습을 보여서 필자가 몇 대 때려주고 택시 태워 집에 보냈는데 그 다음날 와서는 하나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필자 왈 “야! 이놈아! 너는 술을 똥구멍으로 처먹냐? 매너가 왜 그 모양이냐? 개 같은 놈아!” 라고 하니 왜 그런가? 하고 멍한 표정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큰 수술을 할 때 너무도 긴장되고 피가 말라 그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더군다나 수술이 실패하여 환자가 잘못되었을 경우 그 죄책감과 실패한 자신에 대한 증오 때문에 미칠것 같다고 한다. 이놈 의사 되지 말았어야 할 놈인데 직업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 서울대 의대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자신의 분야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인사가 되었는데 마음이 너무 여리고 착한 게 탈이다. 필자가 보았을 때 이놈 계속 의사질 하다가는 지가먼저 죽게 생겼다. 이제는 이친구가 깊이 이해가 된다. 필자역시 이친구와 다르지 않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필자는 사람의 운명을 놓고 상담을 한다. 한 가정의 운명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여 잘못된 길을 제시했을 경우 자칫하면 한 가족 모두의 운명을 망칠 수도 있다. 수술하는 의사는 한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지만 필자와 같은 역술인은 한 가정의 성패를,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내 친구 허가놈은 어쩌다 한번 큰 수술이 있지만 필자는 매일매일 대수술이 있는 셈이다. 


 무속인들이야 모시고 있는 귀신을 불러서 귀신이 이보(귀에 대고 일러줌)하는 대로 고객에게 이야기해주면 되지만 필자와 같은 역학인은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공식에 대입하여 고등수학 풀듯이 풀어야 답이 나오기에 그 과정이 훨씬 난해하고 복잡하다. 역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3년 정도 공부하다보면 用神論(용신론)에 막혀 큰 혼란이 생기고 그래서 읽고 있던 책을 수십 번이나 던졌다 다시 잡았다하는 과정을 거쳐야 중급과정에 입문할 수 있는 것도 이 학문이 그만큼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의사의 경우 큰 수술이 있을 때 ‘혹시나 수술이 실패하여 환자가 잘못되어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수술동의서를 환자보호자에게 받지만 역술인은 이런 양해를 구할 수 없다. 


 ‘틀려도 상관없음’이라는 동의를 구한다면 어떤 미친 사람이 인생 상담을 돈까지 주면서 하겠는가?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 이라면 아마 지나가는 개도 돗자리 펴고 앉아서 운명상담 한다고 짖을 것이다. 필자와 같은 유명(?) 역술인은 ‘평판’이 생명이다. ‘정확한 운명상담을 해주시는 역학인이시다’라는 평판은 필자를 역학자로서 이른바 ‘선생님’대우를 받게 해주지만, 만약 필자의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 버린다면 ‘그놈은 사이비 사기꾼 돌팔이 점쟁이다’라는 치명적 평판을 불러들일 수 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훌륭한 학자이자 선생님’대우를 받느냐 ‘엉터리 점쟁이’취급을 받느냐 하는 것은 필자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매일매일 고객을 마주할 그 순간순간마다 긴장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것이다. 어떤 평판을 받느냐 하는 것이 필자와 같은 직업을 가진 역술인들의 생명이다. 따라서 고객들이 차고 넘치는 것이 흐뭇하고 어쩌다 조금이라도 한가해지면 바짝 긴장하게 된다. 돈 때문이 아니다. 평판에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은 지난 십팔 년 세월동안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변함없이 찾아주시어 벌만큼은 벌었다. 필자는 프로다. 프로야구선수가 자신의 타율에 신경 쓰듯이 필자역시 매일매일 매달매달 매년매년 필자의 타율(성적)을 기록하고 비교하며 자신을 다스린다. 이것은 꼭 필요하다. 만약 스스로 정한 어떤 성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스스로 그만두어야 옛날에 쌓은 명성을 무너뜨리지 않음은 프로 스포츠 선수나 필자와 같은 프로 역술인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게 프로의식이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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