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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文昌星(문창성) -늦게 핀 문학의 꿈-

2020.02.15



           文昌星(문창성)  -늦게 핀 문학의 꿈-  



 샌디에고에 거주하시는 선여사님은 어린 시절 시를 좋아한 문학소녀였고, 시인이 되고픈 꿈을 지녔으나 아쉬웁게도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로 일생을 살아오셨다. 모든이들이 다 그렇게 느끼듯 젊은 시절은 바쁜 생활 속에서 후다닥 지나가버리고 이제 늘어나는 흰머리를 걱정해야 하는 初老(초로)의 부인이 되어버렸다. 젊은 시절은 외교관인 남편덕분에 전세계를 떠돌아 다녔다.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을 거쳐 직급이 올라가자 유럽과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까지 오게 되었고 이곳에서 남편은 은퇴하였고 미국에 뿌리를 두고 살게 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1남3녀의 자식들 뒷바라지에 정신이 없었고, 아이들이 성장하자 이들의 혼사로 또한 정신이 없었고, 늘어나는 손주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는 늙어버린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스쳐 지나가듯 바람처럼 청춘은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주변에서 선여사님은 복 많은 귀부인으로 부러움을 받는 처지였다. 자상하고 지적인 남편의 사랑이 평생 변함없고 의사,변호사, 교수 등으로 성장한 자식들 또한 효자, 효녀들이어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고 병아리 새끼들마냥‘삐약삐약’재롱을 떠는 손자손녀들이 있으니 선여사님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임이 틀림없었다. 허나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만 다가오면 원인모를 고독감과 회한에 휩쓸리곤 했다. 


 처음 필자를 찾으셨을 때 선여사님의 첫마디는 “인생이 너무 허무하고 슬픈것 같습니다. 주변에선 다들 제게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들 하는데 저 자신은 왠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고 자꾸 슬픈 생각만 들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걱정을 하면서 하두 성화여서 우울증 아닌가? 싶어 정신과 병원에 다녀보기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신문칼럼에서 여러 번 뵌 선생님을 한번 찾아뵙자고 생각한 뒤 여러 번 망설이던 끝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꼭 사주팔자를 보고 싶다기보다는 선생님 글속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지라 이런저런 충고를 듣고 싶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라고 했으며 정중히 상담을 부탁하는 모습이 참으로 교양있는 귀부인 품위가 느껴졌다. 이렇듯 필자와 같은 역학자는 꼭 사주팔자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종종 인생전반에 대한 정신적인 상의 대상자로서의 역할도 해야한다. 


 선여사님의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기둥을 세운 뒤 살펴보니 辛金일주가 지지에 子水를 갖추고 있어 문창성이 들었으며 월령이 酉金에 사주구성상 매우 감성적이며 나이가 들어도 어린소녀와 같은 깨끗함을 지니고 문예적인 재질이 뛰어난 이른바 ‘맑은 사주’ 모습이여서 전형적인 문학가 사주에 해당되는바 아쉽게도 선여사님은 이런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평생을 사신 것이다. 사주 속에 이렇듯 문창성이 있으면 ‘사주속의 흉성(凶星)을 길(吉)하게 만들며 또 지혜가 있고 총명하며 문채(文采)가 있으며 풍류를 즐긴다’고했다. 비록 성공적인 인생을 사셨지만 자기 본연의 재질을 발휘 못하고 산 이들의 경우, 인생말년에 원인모를 허탈감에 시달리는 경우를 많이 보아온지라 필자 왈 “혹시 여사님 어릴적 꿈이 문학가 아니셨습니까? 사주 속에 문창성이 있고 사주구성상 문예적 재질이 뛰어나고 감성이 매우 발달한 분으로 보여드리는 말씀입니다.” 라고 하니 이분 소녀같이 반짝이는 맑은 눈으로 “어머? 어떻게 그런게 사주팔자 속에 나오죠? 신기하네요. 


 제가 학창시절에 문예반에서 꽤나 활발하게 활동을 했고 교내 문예잡지에도 단골로 제 글이 실렸어요. 부모님 반대로 계속 글쓰는 일을 할 수 없었지만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요. 그런데 제가 요즈음 우울한 것과 그게 관련이 있나요?” 라고 하며 어린소녀처럼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묻는다. 비록 몸은 노인이지만 이런 모습은 꼭 귀여운 소녀같이 귀여우셨다. 필자가 “아무래도 제가 보기에는 여사님께서 지금 심한 무력감에 시달리시게 되는 시기인데 꼭 반드시 그게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삶의 자극이 필요한 때인것만은 틀림 없는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한 번 못다한 꿈에 도전해 보시는게 어떨까요?” 라고 하니 “어머! 제 나이가 몇인데 이제와서 새로운 도전을 한단 말입니까? 그게 가능하겠어요?” 라고 하시며 손을 내저으신다. 


 이에 대해 필자 왈 “남부군 빨치산 사령관이었던 이현상씨와 함께 일제시대 때 노동운동을 했던 이효정 여사님은 나이 76세가 넘어 <회상>이라는 첫시집으로 시인으로 데뷔하셨는데 여사님은 그분보다 훨씬 어리시잖아요? 늦은게 어디 있습니까? 시작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죠?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도 있질 않습니까?” 라고 하며 용기를 드리니 손을 저으며 부러 부정적인 모습이면서도 눈빛은 은근한 기대를 나타내신다. 이후 바쁜 일과 속 이분과의 상담을 잊어버리던 중 우연히 신문에서 선여사님의 사진을 보게 된다. 늦은 나이에 시집을 내고 시인으로 등단하셨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책에 대한 평가도 대단히 좋아 화제의 중심이 되셨다는 기사였다. 신문사진 속 활짝 웃는 선여사님의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결국 선여사님은 소녀적 꿈을 70이 다 되신 나이에 이루신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아쉽게도 평생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가는이들이 대다수인바 이렇듯 늦게나마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여 성취시킨분들은 진정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섬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 후 나이가 들면서 ‘역사학자나 고고학자’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허나 어려운 집안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현실적 부담과 욕망으로 이 길과는 먼 길을 걷게 되었다. 허나 지금도 그 꿈에 대한 아쉬움과 갈망은 여전하다. 이루지 못한 꿈은 목숨이 다해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갈증으로 남는다. 나이가 60이면 어떻고, 70이면 어떻고, 심지어 80이면 어떤가? 남은 생이 단 1년이라도 그 꿈을 위해 다시한번 도전해본다면 이 꿈이 이루어지느냐 여부를 떠나 가치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꿈꾸는 자는 행복하기 때문이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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