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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홀아비는 이가 서말, 과부는 쌀이 서말

2020.02.26



            홀아비는 이가 서말, 과부는 쌀이 서말


  필자의 고객이신 오선생님은 6년 전 갑자기 혼자가 되신 분이다. 부인이 식당 웨이츄레스로 일하던 중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며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여 동료들이 집에 데려다 뉘여 주었는데, 집에와서 증세가 더 심해져 911에 연락했는데 병원에 가던 중 사망하고 말았다. 어떤 영문인지 몰라도 급성 장파열에 의한 쇼크死였다. 이렇듯 어느 날 한순간에 부인을 허무하게 사별하고 나자 오선생님은 그때부터 삶의 의욕을 잃은듯했다. 에어컨과 히타전문 기술자여서 수입도 안정적이었고 알뜰한 부인덕에 저축도 꽤나 해 두었는데 이때부터 생활이 문란하고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부인이 살아있을 때는 부인과 가끔 싸움도 하고 부인에 대한 불평도 많았던 오선생님이셨다. 


필자와 가끔 상담시에도 필자에게 부인에 대한 불평을 하곤 하셨다. 필자에게 부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고 살짝살짝 만나던 내연녀와의 관계에 대해서 묻기도 했었는데, 부인이 그렇듯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버리자 그동안 부인에게 못해주었던 일들이 후회가 되는듯했다. “예전에 정(情)도 그리 깊지 않은 마누라였는데 죽고나니까 왜이리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살아있을 때 제가 못되게 굴었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 그렇게 뚜렷하게 떠오르는지 밤에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깡소주를 1-2병 벌컥벌컥 들이켜야 술취한 기운으로 겨우 잠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컨디션도 영~ 안좋아 요즈음을 여기저기 아파서 일도 하기 싫습니다. 마누라 살아 있을 적에 사귀던 유부녀는 이제마누라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더 이상 만날 수가 없어 얼마 전 헤어졌습니다. 


그 여자도 내 심정을 이해하겠던지 지 신랑에게 이제부터라도 잘해줘야겠다고 하며 헤어지자는 말에 반대하지 않고 순순히 응해 주더군요.” 라고 하며 필자 앞에서 장탄식을 했었다. 때늦은 후회였다. 오선생님의 부인은 필자가 보기에 흠잡을 곳 없는 매우 성실한 분이셨다. 너무 말수가 없고 성격이 너무 대범해서 작은 것에 신경 안쓰는 대범함이 오선생님에 대한 무관심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었으나 필자가보기엔 그렇지 않았다. 오선생님의 불만은 “여자가 너무 애교도 없고 과묵합니다. 꼭 곰 같아요. 생전가야 나긋하게 말붙이는 법이 없어요. 집에 서 너 시간 같이 앉아있어도 제가 말을 붙이지 않으면 단한마디 말이 없습니다. 정말 답답한 여자지요. 제가 사람들 만나 술 먹고 늦게 들어가도 왜 늦었는지 평생 한 번도 물어 본적이 없어요. 지 남편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무관심한지 모르겠어요. 


그 곰탱이는 제가 바람을 피워도 전혀 눈치도 못챈다니까요!” 라고 하며 거꾸로 불평이었다. 필자가 보기에도 오여사께서 너무 과묵하시긴 한 것 같았다. 이래서 ‘여우같은 마누라하고는 살아도 곰 같은 마누라하고는 못산다’는 말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후에 필자가 부인과 상담시 들은 이야기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부인 왈 “부부가 서로 믿고 살아야지 믿음이 없으면 어떻게 살겠어요? 우리남편은 세상에 어떤 여자가 유혹해도 넘어갈 리가 없어요. 그 점에 대해서는 믿어요. 다만, 몸 생각않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술 마시고 나면 괜히 저에게 트집 잡으려고 하면서 시비거는게 문제이긴해요.” 라고 했었던 적이 있다. 오선생님의 불만대로 무관심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고가 있던 그해가 오선생님 부부에게는 아홉수와 나가는 삼재가 겹치는 해여서 많이 불길했었는데 결국 일이 그리되고 만것이다. 


예전에 필자도 가끔 아침시간에 혼자 식당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곤했는데 ‘코끼리분식’이라는 식당에서 혼자 아침 식사를 하는 오선생을 우연히 만난일이 있었고, 그 인근에 있는 ‘북창동 순두부’ 집에서도 아침에 몇 번 만나기도 했었다. 필자가 워낙 사람 낯을 가리고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그때마다 합석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침 이른 시간에 혼자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계신 오선생님을 보니 왠지 모르게 슬프게 보이고 좀 구질구질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짠해졌었다. 필자의 단골고객 중에는 혼자사시는 싱글분들이 많이 계신바, 대체적으로 혼자사시는 여자분들은 그리 슬프거나 외로와 보이지 않는 반면, 남자분들은 여자분들에 비해 유독 꾀죄죄해 보이고 구질구질하고 외롭고 슬퍼보였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나 편견인가 싶었는데, 필자의 고객분들 중 혼자계시는 이른바 홀애비나 과부를 많이 접하거나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그랬다. 여자분들의 경우 주변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분들과 이야기도 쉽게 붙이고 쉽게 친해지는 경향이 있어 외롭게 지내는 분들이 거의 없는데, 남자분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말수도 적고 무뚝뚝하니 주위의 같은 처지의 분들과 쉽게 말도 붙이지 못하고 쉽게 친해지지도 못하고 홀로 외롭게 지내는 분들이 많았다. 양로원에 가서 보아도 이런 성향은 명확히 구별된다고 한다. 이래서 남자는 늙으면 부인이 꼭 필요하다. 남자는 늙고 힘빠지면 주변에 친구가 모두 없어지고 부인만 남는다. 그래서 늙을수록 부인 치마꼬리를 붙들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여자분들의 경우 늙을수록 남편이 거추장스럽다.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아지고 이제 거칠것이 없으니 이 삶이 즐겁다. 옆에 달라붙어 따라 다니려고 칭얼대고, 참견하고, 밥차려 달라고 징징대는 영감만 없으면 좋겠다고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늙어서 부인에게 구박 안받으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인에게 잘해야 한다. 옛말에 ‘홀아비는 이가 서말, 과부는 쌀이 서말’이라는 말이 있다. 여자는 혼자서도 깔끔하고 알뜰하게 즐거운 인생을 잘 꾸려나갈 수 있지만 남자는 혼자있게 되면 몸에 이만 키우는 이목장이 되고 만다는 뜻이다. 남자가 젊어서 세상이 좁다고 뛰며 휘저어도 늙어지면 어쩔 수 없이 마누라 손바닥위에서 노는 손오공 신세인 것이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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