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한 광식이 엄마
필자가 광식이 엄마를 처음 대면한 것은 10여년전 어느날 이다. 己亥年 (기해년)生이니 당시 막 50에 접어드는 나이였는데 모습을 보니 환갑이 넘겨 보일 정도로 늙어 보였다. 생년월일 시를 물어 사주팔자 를 뽑아 보니 역시나 이런저런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온 분 임을 알수 있었다. 동짓달 乙未日柱 이니 눈덥힌 들판에서 꽁꽁 얼어붙은 나무 형상 이다. 사주팔자에 꼭 필요한 열기 즉 불(火)가 없으니 얼어있는 나무의 형상인데 운로(운의흐름)을 보아도 火 의 기운이 전혀 도래하지 않으니 한평생 모진 풍파에 시달리 다가 갈 운명 이여서 안타까웠다.
이후 가끔필자를찿을 때마다 한결같이 안타까운 사연만을 들을수 있었다. 이분은 충남 서산의한 시골마을 에서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엄마가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신 이후 주렁주렁 딸린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중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홀아비가 된 아버지는 신세 한탄만 하며 매일 술타령 이였다. 그나마 있는 논 세마지기 가 이집 식구들의 유일한 생명줄 이였다. 15세가 되었을때 서울로 홀로 상경하여 공장에 다니며 쥐꼬리 만한 월급이나마 집에다 송금하고 자신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궁핍한 생활을 했다.
이러던중 옛날에 미국으로 이민간 이모하고 연락이 닿아 이십대 중반무렵 미국에 건너 오게 되었다. 봉제공장을 하던 이모네 집에서 식모아닌 식모살이를 했다. 물론 월급은 없었고 가끔 용돈이나 쥐어주는 수준 이였지만 이마저 모아서 한국에 있는 동생들 에게 보냈다. 서른살이 막 되었을때 같은교회 다니는 아주머니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인 광식이 아빠를 만나 결혼 한다. 광식이 아빠는 이십대 초반 부터 일식집 에서 쭉 ~ 일해 온지라결혼할 무렵 에는 모 일식당 헤드 스시맨 이여서 수입이 좋았다. 성격도 모나지 않고 매우 성실한 남편은 그동안 저축도 열심히 해두어서 결혼 이듬해 에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작은 일식당을 open 할수 있었고 이해에 광식이까지 태어나 겹 경사를 맞이하게 된다. 이때 생전 처음으로 광식이 엄마는 행복 했다.
하지만 사주팔자 모양대로 운명은 이를 긴시간 허용하지 않았다. 아기인 광식이가 좀 이상했다한다.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자라면서 말과 행동도 제대로 발달 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았는데,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발달장애’ 즉 자페증이 있다는 거였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장사는 점점 더 안돼서 결국 빚까지 엄청지고 문을 닫고 말았다. 성실했던 남편은 이때 부터 사람이 엇나가기 시작 했다. 매일 같이 신세 한탄하며 술타령 이였고 카지노 출입도 시작 되었다. 남편의 심정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였다. 자식 새끼도 그 모양이지 , 오랫동안 꿈꿔 왔던 사업은 망했지, 더군다나 빚까지 잔뜩 지었으니 좌절 할만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을 마지못해다니기는 했으니 당장 홈니스가 되는것은 면했던 것이다.
광식이 엄마도 이런저런 일 가리지 않고 몸이 부서져라 일을했다. 식당 주방일도 해보았고 마켙케쉬어, 노인 간병일, 가사 도우미수도 없이 이곳저곳 전전하며 일한 덕에 겨우 입에 풀칠을 할순 있었다. 이렇게 고달프게 사는 와중에도 한국에 있는 웬수같은 동생들은 툭하면 언니, 누나인 광식이 엄마에게 도와 달라고 아우성 이였다. 미국 이라는 선진국 에서 호위호식 하며 사는줄 아는지 이런이유 저런이유로 한결같이 징~ 징~ 대며 돈을 보내달라 아우성 이였다. 차마 모른체 할수없어 빚까지 내가며 조금씩 도와주자 이제는 고마운 지도 모르고 당연히 도와 주어야 하는것 마냥 당당하게 도와 줄것을 요구하곤 했다. 인복이 없어도 정말 너무할 정도로 인복이 없는 광식이 엄마 였다.
그런데 정말 큰 문제는 몇년전 닥쳤다. 남편이 시름시름 앓더니 덜컥 몸져누운 것이였다. 이곳저곳 병원에 다니며 진찰을 해 보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알수 없었다. 너무 답답해 찾아간 무속인은 무병인듯 하니 굿을 해야 한다며감당할수 없는 정도의 큰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다. 언젠가 필자를 찾아와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 하며 눈물을 보였다. “선생님! 그냥 콱 죽고만 싶어요! 저는 왜 이지경 으로 복이란 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까요? 죽고 싶어도우리 광식이 때문에 죽을 수도 없어요 저까지 없으면 몸도 성치않은 우리 아들이 어떻게 되겠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였다. “선생님 저는 평생 이모양 이꼴로 살다 죽어야 하는 건가요? 언제 좋은날 이 있기는 있을까요?” 라는 광식이 엄마 질문에 뭐라 답을 해 주어야 할지 답답 했다.
필자 왈 “지금은 운이 최악으로 흐르니 답답하고 힘드시 겠지만 그래도 노년에는 점차 좋아질 겁니다.” 라는필자의 선의의 거짓말에 광식이 엄마 필자의 속을 다 안다는듯 쓸쓸하게 피식 웃더니 “늙어서 월페어 타는게 점점 나아진 다는 말씀 인가요?” 라고 묻는다. 할말이 없어 필자는 그져 눈만 껌뻑이며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팔자는 못 속인다더니 복이 없어도 정말 복없는분의 사연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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