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한 김여사
몇 일전 김 여사님이 필자를 오랜만에 찾았다. 김 여사는 결혼에 한 번 실패한 뒤 홀로 지내는 독신여성이다. LA에 있는 아주 큰 병원에서 오랫동안 간호사로 일해 왔고 처방전까지 쓰는 간호사인지라 수입도 꽤나 높았다. 3년 전쯤 필자를 찾았을 때 투자와 관련하여 필자와 의논을 했고 이때 필자가 짚은 김 여사의 운은 환지관의 쾌(卦)였다. ‘천문광개 외진북주’의 운이니 이를 해석하면 ‘하잘 것 없는 문서를 잡아 귀한 문서로 변한다.’ 이여서 횡재의운으로 해석 할 수 있었다. 투자를 적극 권하였고 필자의 권고대로 이때 그동안 모아둔 큰돈을 투자했었던 모양 이였다. 이번에 찾았을 때 물으니 비트코인에 투자를 하여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다한다. 비트코인은 한 마디로 가상화폐로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전자화폐라 한다. 세계 최초로 발행주체나 관리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분권화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하는데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으로 보관, 송금, 입금이 모두 가능하며 은행계좌번호와 비슷한 고유 주소를 가지고 있다한다.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으며 발행량의 한계가 있으나 소수점 8번째 자리까지 이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 되었다 하는데 숫자 개념이 전혀 없는 필자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창시자가 나카모도 사코시라하고 컴퓨터로 복잡한 계산과정을 거쳐 암호를 풀어내면 그 대가로 형성되어서 땅속에서 한정된 양의 금을 캐는 과정과 비슷하다하여 비트코인 채굴, Mining이라 표현한다고 한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비트코인 가격이 몇 년 사이에 무척이나 폭등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김 여사님은 거의 전 재산을 속된말로 ‘몰빵’하여 어마어마한 이익을 보았다고 하는데 약간은 음흉스러운 김 여사님이 정확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 그 규모를 알 수는 없었으나 입술을 비틀어 가며 음험하게 웃는 모습으로 보아 꽤나 엄청난 이익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는 있었다. (큰돈을 벌었다고 해도 좀 나눠 쓰자고 치사하게 말 할 필자도 아니고 요구한다 해도 단돈 1불짜리 한 장 줄 김 여사도 아니지만 좀 치사한 생각이 들었다.)
김 여사님 왈 “그때 선생님 말씀 듣고 모험을 해서 거의 전 재산을 쏟아 붓다시피 해서 성과는 좀(?) 보았지만 계속 갖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모두 팔아서 현금으로 바꿔 놓아야 할지 몰라서 그것을 물어보려고 오늘 왔습니다!”라고 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무척이나 많이 올랐지만 시세가 ‘미친년 널뛰듯’ 그 등락 폭이 너무 커서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김 여사님의 작금의 운을 조심스레 짚어보니 ‘익지관’의 쾌(卦)가 나왔다. 익지관의 쾌는 ‘삼십육계 주위상책’의 쾌로서 속전속결하여야 손해를 방지 할 수 있는 쾌였고 이제는 후퇴를 하여야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쾌였다. 필자 왈 “더 이상 욕심 내지 말고 지금 바로 처분하고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 정도에서 욕심을 줄여야 할 때라고 봅니다.”라고 하니 한참이나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래도 아직 더 오를 소지가 많은데...”라고 하며 망설이는 눈치다.
그래서 ‘계영배’ 이야기를 꺼냈다. 도공 우영옥은 임금님께 물건을 올리는 곳에서 스승에게 좋은 기술을 익힌 뒤 스승을 뛰어넘어 스승도 깨우치지 못한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여 설백자기라는 뛰어난 도자기를 만들어 유명해 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만해져서 방탕한 생활로 모았던 수많은 재물을 술과 계집질, 노름 등으로 모두 탕진하게 된다. 우영옥은 그때서야 스스로를 반성하고 스승에게 돌아와 새로운 마음으로 작품개발에 열중한다. 피나는 노력 끝에 ‘계영배’가 탄생한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의미의 계영배는 분명히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술이 새지 않는다. 허나 잔의 70% 이상을 채우는 순간 술은 모두 새어나가 버린다. 잔에 술을 70%이하로 따랐을 때는 술이 조금도 새어나가지 않지만 술을 70%이상 따르는 순간 술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새어나가 버려 빈 술잔이 되어버린다. 항상 자신의 욕심을 절제하고 일정 수준에서 멈추는 지혜가 필요한데 사람들은 100% 꽉 꽉 채우려고 과욕을 부리다가 있는 것 마저 모두 놓쳐 버리고 만다는 이야기였다.
이 글을 쓰다 보니 10여 년 전 있었던 일화가 생각난다. 당시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매일 뛰어 올랐고 금융기관들도 앞 다투어 자격이 되 든 안 되든 마구 대출을 쉽게 해주던 때였다. 집을 살 때 다운페이를 전혀 하지 않아도 융자를 해주는 일도 있었다. 이른바 0% 다운이다. 그때 여러 사람들이 집 투기에 나섰는데 오 여사님도 그중에 한 분이였다. LA부터 시작해서 동부 마이애미까지 원정을 가서 집을 사들였는데 집을 사면 집값이 금방 올라 여기서 생기는 에퀴티로 융자를 받아 집을 사서 늘리는 방식 이였다. 결국 오 여사님은 미 전국에 30여 채가 넘는 집을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써프라임 사태가 벌어지기 1년 전쯤 필자는 오 여사님에게 더 이상 일을 확장하지 말고 집을 빨리 처분해 나가기를 권유했었다. 당시 오 여사님의 운세에서도 ‘익지관’의 쾌가 잡혔었기 때문이다. 당시 오 여사님의 가정도 편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이런 부인의 형태에 당시 엔지니어로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남편이 번번이 제지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너무 소심하고 째째한 게 문제예요!”라고 하며 필자에게 종종 남편의 흉을 보기도 했었는데 남편은 부인인 오 여사님의 이런 행태가 너무 위험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여 반대하다 보니 종종 부부싸움이 되었었다. 결국 경제가 곤두 박칠 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모든 게 날아갔으며 두 분은 이혼을 했다. 가정과 경제가 모두 풍지박살 나버리고 만 것 이였다. 이때 오 여사님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십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아무쪼록 김 여사님도 필자의 충고를 듣고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으나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니 필자도 더 이상 해줄 일이 없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또한 김 여사님의 팔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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