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이동
이조 광해군 때의 일이다. 이의신 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역술과 풍수에 능해 장안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의신은 임진왜란과 역적의 반란이 연이어 일어나고 조정이 사색당파로 갈려 시끄러운 것을 보고 이참에 출세를 해보려고 광해에게 상소를 올렸다. “전하! 한양의 지기가 쇠하여 마땅히 천도를 해야 국운이 상승하고 전쟁이 사라질 것입니다. 후보 도읍지로는 교하 땅이 길지 이나이다. 광해는 이의신의 상소에 혹하여 해당 관청에 이문제를 의논하여 아뢰라는 명을 내렸다. 이에 이조판서 이정귀가 펄쩍뛰며 반대를 했다.
“한양은 뒤에 북악이 웅거하고 앞에는 한강이 있어 토지가 평탄하고 도로가 균정 하나이다. 중국 사신들도 오는 이마다 칭찬을 하는곳 이나이다. 국도를 옮기는 일은 더할수없이 중대차한 일 이온데 어찌 천한 점쟁이의 허망한 말을 듣고 200년동안 공고한 터전과 안정되게 사는 백성들을 하루 아침에 불안하게 하옵나이까? 고려 말에도 천한 미친 요승 묘청이 송도의 기가 쇠하였으니 왕기가 왕성한 서경(평양)으로 도읍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여 궁궐을 임원역에 지었고 이후 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 미친 요승놈이 지가 왕이 되려고 반란까지 일으켰나이다. 지난일을 참고 하시어 경계 하시어야 하나이다!” 광해는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어느날 선조가 신임하던 내관 이봉정을 불러서 은밀히 물었다. “과인은 천도를 찬성한다. 헌데 2품 이상 대신 놈들이 모두 쌍심지를 켜고 반대를 한다. 네 의견은 어떤지 알고 싶구나!” 이에 이봉정이 답한다. “전하 임금이 하는 일이면 무슨일 인들 못하겠나이까?” 이 말에 광해는 뛸듯이 기뻐하며 “그렇지! 내가 임금인데 무슨일 인들 못하겠느냐!” 라고 했다. 이봉정은 토를 단다. “하오나 신은 백성의 실정에 어긋나고도 일이 이루어 지는것을 보지 못했나이다.” 광해는 이 말에 실망하여 아무말도 없다가 슬쩍 말을 바꾼다.
“대내가 연기때문에 항상 괴롭구나. 선왕때에도 그랬느냐?” 어떡하든 꼬투리를 잡아 천도를 하려는 뜻임을 알고 이봉정 왈 “선대에는 정전 외에는 모두 마루를 놓았나이다. 연기가 많을리가 없나이다.” 이 말에 광해는 잠시 있다가 또다른 불평을 한다. “대내가 몹시 시끄럽다. 선대에도 그랬느냐?” “선대에는 상궁 이하는 모두 버선발로 전내의 뜰을 다니고 감히 신을 신지 못했나이다. 지금은 전하가 너그러우시어 아랫 사람에게도 신을 허락하시니 선대 보다는 시끄러우나 이는 전하의 명으로 간단히 처결 하실 수 있는 일이나이다.” 광해는 이번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선대때에는 비쩍 말라있더니 지금은 살찌고 건강해 보이는구나.” 이에 이봉정은 이렇게 풍자한다. “오로지 전하의 은혜이십니다. 선대에는 정사를 하시는데 부지런하여 밤이 깊어서야 취침하시고 닭이 울면 기침하시어 정사를 돌보시기에 늙은 종무리들은 옷을 입은채 그대로 자고 방울을 흔들면 곧장 일어나야 했으니 어찌 살이 찔 수 있겠나이까. 지금은 낮에 때맞춰 밥먹고 밤에 편안히 잠을 자니 어찌 살이 찌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정사를 제대로 보지않는 광해에 대한 풍자였다. 이봉정의 풍자에 광해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광해는 그래도 천도쪽에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조정 신하들은 광해의 이런 마음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이의신이 더 미웠다. 결국 승정원에서 이의신을 처벌하라고 주청했다.
“전하. 이의신의 상소를 물리치고 민심을 안정시키옵소서. 수도를 옮기니 마느니하는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퍼져 민심이 안정되지 않고 흉흉했던 것이다. 양사에서도 합계를 올려 이의신을 처벌하라고 상소를 올렸다. 광해는 이의신을 두둔했다. “주나라때 낙양은 만세가 우러러보는 도읍지인데 그때도 호경과 낙양 두군데였다. 또한 명나라도 남경과 북경 두 서울을 두고 있지 않느냐. 의신은 국가를 위해 큰 계책을 진술하여 이궁을 세우고자 한것에 불과하다. 과인이 한번 의논해보라 명을 내렸거늘 대신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불같이 화를 내니 이로써 인심이 불길한 것을 알겠다. 게다가 의신을 벌주라고 청하니 그렇다면 나라를 위해 충언을 하는 자는 모두 베어야 한단 말이냐?” 결국 이의신은 광해의 비호 아래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했다. 결국 교하천도는 대신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나 한동안 이지만 백성들은 혼란스러웠다. 이와 관련하여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박사장님 내외분은 필자의 오랜 고객이셨다. 두분이 어느날 필자를 찾아와 판결(?)을 내려달라 하신다. 이사문제 때문이었다. 남편분은 ‘20년이상 무탈하게 잘 살아온 집에서 왜 이사를 하자는거야?’ 라고 하며 머물기를 고집하셨고 사모님은 ‘이제 아이들도 다 커서 떠났으니 이 큰집에 늙은이 둘이 머무는게 허전하고 집이 너무 커서 집관리도 힘들고 하니 이참에 짐정리도 대폭하고 간단하게 시큐리티 잘 된 콘도로 갑시다.’ 라고 하며 이사를 강력히 희망하셨다. 이문제로 두분이 몇날 며칠을 다투다가 급기야 박사장님이 “갈려면 당신 혼자 나가! 나는 이집에서 살다 늙어 죽을테니!” 라는 다소 격한 막말(?)을 하셨고 사모님은 이말에 분격하여 “그럽시다! 아주 잘됐네. 늙은 영감 뒤치닥거리 하는 일도 귀찮았는데 이참에 아주 깨끗하게 헤어집시다!” 라고 하셔서 이혼 직전까지 갔다 한다. 그래도 다행히 이 소식을 들은 아들들이 나서서 두분을 겨우 진정 시켰고 두분은 의논 끝에 합의를 보았다. 구도원 법사에게 가서 이집에 머무는게 좋은지 이사하는게 좋은지 물어봐서 그답이 나오는대로 깨끗이 승복하기로!
필자가 두분의 그해 운을 짚어보니 이동수가 나왔고 이동하는게 좋을 것이라는 괘(卦)가 짚혔다. 그 터는 두분에게 지금까지는 좋은 터였지만 이제는 지기가 쇠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사하시는게 좋다고 봅니다.” 이말에 사모님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고 박사장님은 ‘똥씹은 얼굴’이 되셨다. 그 후에 사모님께 들으니 한인타운 고급 콘도로 이사했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고 하시며 고맙다는 말을 열번도 더 하셨다. 필자에게 고마울게 뭐 있는가? 나오는대로 이야기 해 드린것 뿐인데! 박사장님은 이후로 단단히 삐져서 몇년째 필자를 찾지 않으셨다. 박사장님! 이제 그만 화 푸시고 연락 한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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