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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머슴을 사위로 맞은 이 대감

2020.08.28



           머슴을 사위로 맞은 이 대감  


 풍수의 대가인 두 기인이 있었다. 하나는 체구가 작고 머리는 중대가리였다. 또 하나는 체구가 산 같이 크고 봉두난발 이였다. 중대가리는 거추장스러운 털은 나는 족족 밀어버려야 한다는 주장 이였고 봉두난발은 자연적으로 나는 것이니 절대 가위를 대지 않는다는 주장 이였다. 두 기인은 한 스승 밑에서 풍수공부를 했고 짝을 이뤄 팔도를 유람하고 다녔다. 그들의 낙은 오직 명당자리를 찾아다니며 그 발복이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시험하는 게 유일한 낙 이였다. 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였고 서로 늘 자기의 주장이 맞다고 티격태격했지만 둘도 없이 가까운 친구사이였다. 이 두 사람이 파주 땅을 지나다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천하의 명당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땅을 보고 중대가리가 “이 자리의 임자는 분명 천한 사람이겠군!”이라 했고 봉두난발도 이에 동의하여 “그렇군. 임자가 쌍것이구만.”이라 했다. “지금이 이월이니 지금쯤 이 자리에 묘를 쓰면 팔월 보름날 발복하겠군.” 중대가리가 말하자. 봉두난발이 “무슨 소린가? 이 자리는 구월 보름에 발복하는 자리야”라고 하며 중대가리를 비웃었다. 


두 사람은 서로 자기의 주장이 맞다고 하며 다투기 시작했다. 격론이 벌어지고 서로가 언성을 높이고 있는데 때마침 이 산에 나무를 하러 온 떠꺼머리 총각 하나가 숨어서 그들의 언쟁을 모두 들었다. 총각은 지게를 걸머진 채 두 사람 앞에 다가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넙죽 엎드렸다. 종은 아니더라도 산 밑의 세도가인 이 대감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총각 이였다. 총각은 “소인 놈 한번 발복하게 도와 주십시요! 어르신들!”라고 하며 두 사람에게 간절하게 빌었다. 두 기인은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그 자리를 자세히 총각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 대감 집으로 총각을 찾아가겠노라고 약속하고 길을 떠났다. 누구 주장이 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총각은 그날로 언 땅을 파서 아버지의 묘를 그 자리에 이장했다. 총각은 과연 팔월 보름이나 구월보름에 어떤 발복이 될지 기대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팔월보름날 한 낮이 되자 이 대감은 식구들을 모두 대동한 채 마을 뒷산에 있는 선영 묘에 성묘를 올리러 갔다. 


묘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보니 중요한 적이 한 접시 빠졌다. 대감 부인은 지게에 제물을 지고 따라왔던 머슴총각에게 “니가 얼른 가서 광안에 큰 독 속에 있는 적을 꺼내 오거라! 서둘러라.” 총각은 단숨에 뛰어서 산을 내려왔다. 광을 열고 적을 꺼내려했으나 독이 너무 커서 손이 닿질 않았다. 누가 손을 잡아 준다면 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정갈한 음식을 담아놓은 독안에 발을 딛고 들어가서 꺼낼 수도 없어 고민 이였다. 사람을 찾았으나 마침 집에 아무도 없었다. 총각은 후원 별당까지 가서 사람을 찾았다. 대감의 딸인 이 낭자가 마침 방에서 나왔다. 먼발치에서만 보았지 이렇게 가까이 보기는 처음 이였다. 그런데 무지 예뻤다.


머슴이 별당까지 와서 사람을 찾으니 이상스러워 “어인 일이냐?”하고 까닭을 물었다. 상세히 사정을 이야기하니 “나 말고 집에 아무도 없는데 누가 도와줄꼬?”라고 하며 망설이다가 차례가 중요하니 자신이라도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게 되었다. 연약한 여자가 남자를 붙들어줄 수는 없으니 몸이 가벼운 낭자가 독에 엎드려서 꺼내고 총각이 손을 잡아주기로 했다. 겨우 적을 꺼냈는데 두 남녀 모두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어렵게 적을 꺼내다보니 손만 만지게 된 것이 아니고 젓 가슴까지 총각의 몸에 닿은 것이다. 두 청춘남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의 몸을 접촉하게 된 것이다. 원래 총각도 양반가문 자손이었으나 수 세대 째 계속 영락하여 영판 쌍놈이 다 되었던 것이다. 총각은 신분도 잊고서 이 낭자를 끌어안고 말았다. 신분이 달랐지만 불타는 청춘 앞에 앞뒤 가릴 여유가 없었다. 


처음에는 질색하고 거부하던 이 낭자도 나중에는 음양의 조화에 그만 총각을 끌어안고 호응하게 되었다. 둘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고 말았다. 이런 일이 두 사람사이 만의 비밀이었으나 이 낭자는 덜컥 임신을 하고 말았다. 이것도 모르고 이 대감 내외는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려 추진하고 있었다. 이 대감 집에 매파가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 낭자는 더 이상 팔월보름날 이었던 사건을 숨길 수가 없었다. 부모인 이 대감 내외에게 울면서 이 사실을 이실직고 하고 임신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감은 불같이 노했다. “이 년 놈들을 당장 때려죽이고 말겠다!”며 펄펄 뛰는 것을 부인이 울면서 애원하여 겨우 진정 시켰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였다. 꼬리에 불붙은 황소처럼 날뛰던 이 대감도 진정이 되자 이 일을 해결할 수습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토록 애지중지 키운 딸년을 죽일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뱃속에는 아기까지 들어 있으니 난감했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터지고 광에 갇혀있던 머슴총각 놈을 불러다 놓고 들여다보니 인물이 꽤나 준수하고 하는 말에 조리가 있었다. 대감이 물었다. “내가 네놈을 어찌하면 좋겠느냐?” 이에 총각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미천한 제가 고귀하신 아기씨마님을 손댔으니 지금 당장 때려죽이신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기씨는 죄가 없으니 저만 죽이시고 제발 아기씨는 살려 주십시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구차스럽지 않고 늠름하게 대답하는 태도가 의젓했다. 집안에 대해 자세히 물으니 예전에는 행세깨나 하던 양반가문이었으나 영락하여 머슴살이까지 하게 된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대감은 이것도 다 딸년의 팔자려니 싶어 도리 없이 딸을 머슴총각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 부끄러운 일이라 쉬쉬하며 서둘러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대감이 머슴을 사위로 맞았다는 소문이 퍼지자 근동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어 하객이 넘쳤다. 이 하객들 속에 중대가리와 봉두난발이 섞여있었다. 중대가리와 봉두난발이 머슴총각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중대가리가 큰 소리를 쳤다. “이것 봐라 이놈아! 내가 분명 팔월보름날이 발복하는 날이라고 했지?”라고 하며 의기양양해했다. 총각은 이 낭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고 슬하에 8남매를 두고 유복하게 살았다. 이 낭자의 헌신적인 내조로 총각은 뒤늦게나마 공부를 시작하여 무과에 급제하였고 나중에 벼슬이 높은 곳까지 이르러 가문을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웠다한다. 이후 이 집안에는 높은 계급의 벼슬아치가 줄줄이 줄을 이었고 자손도 엄청나게 번성했다고 하니 명당의 힘이 이렇듯 강했던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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