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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呼風喚雨(호풍환우)

2020.08.26


 

              呼風喚雨(호풍환우) 


  삼국지에 보면 제갈공명이 조조의 대군을 맞아 이를 격퇴하기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 남동풍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제갈공명이 도의 깊이가 거의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라는 주장을 하고 어떤 이는 ‘사람이 어찌 天氣(천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제갈공명이 평소 천문공부를 많이 했으므로 그때쯤 남동풍이 불 것을 예상하고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본다. 필자의 증사부 뻘이신 주역의 대가 也山(야산) 이달 선생님에게도 이와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는 야산선생님의 제자이신 이달원 선생이 직접 목격한 바를 전하는 이야기다. 


 그가 선생님을 뵈려고 선생님이 계신 대둔산 석천암으로 향하던 중 억수같이 쏟아지는 큰비를 만나게 된다. 흠뻑 비를 맞으며 석천암을 향해 오르는데 웬 노인한분이 앞서 걷는게 보였다한다. 헌데 웬일인지 노인은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걷고 있었고 흙탕물 투성이의 길가에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있었다. 경악한 채 노인을 따라 걸었는데 노인도 석천암을 향했다. 석천암에 다다르자 해가 서산에 걸리고 이미 비도 갠 뒤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야산 선생님이 계신 안방을 힐끔보더니 아무말없이 옆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노인이 벗어놓은 흰 고무신을 보니 흙 한 방울 없이 깨끗하더란다. 밤이 되자 이 노인이 방에서 나와 야산 선생과 통성명을 한 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노인이 갑자기 방문을 열고 밖에 나갔다 오더니 방문을 열어보라고 했다한다. 


 방문을 열어보니 안개가 자욱하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 잠시 후 노인이 밖에 다시나가 뭐라 뭐라 주문을 외운 뒤 들어와 다시 방문을 열어보라했는데 문을 열어보니 자욱했던 안개가 말끔히 사라져있더란다. 놀라서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야산선생님의 제자들을 향해 이 노인 왈 “나는 풍운조화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사라네! 자네들이 공부하는 주역은 평생을 공부해도 모자라는 어려운 학문인데 언제 배워 써 먹을 수 있겠나? 주역공부는 그만두고 나를 따라와 배우는 것이 어떻겠는가!” 라고 했다한다. 이런 도발에도 야산선생님은 웃으며 아무 말이 없었는데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한다. 노인이 야산선생을 향해 “그대는 이 비를 멈출 수 있겠소?” 라고 하자 야산선생님 왈 “세상에 비가 필요하여 때에따라 자연히 오는 비인데 어찌 멈출 수 있고 또 그럴 필요가 뭬 있겠소?” 라고 하니 노인 왈 “나는 할 수 있소” 라고 하며 자신만만해 하였다. 


 그러자 야산선생님은 제자 이달원에게 “얘야 그릇에 淸水(청수)를 떠서 삼신각에 올려놓고 오너라” 하시고는 팔베게를 하고 벌렁 누워 노인을 지켜보았다. 비는 줄기차게 쏟아지는데 노인은 정좌하고 앉아 뭐라 뭐라 계속 주문을 외우는데도 시간이 한참 지나도 비는 멈출지 몰랐다. 노인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고개를 꺄웃거리며, 땀을 뻘뻘 흘리며 주문을 외웠으나 비가 계속되자 침통한 표정을 짓더니 야산선생님께 항복을 하고 대신 비를 그쳐주기를 청했다. 그제야 야산선생님은 천천히 일어나 앉아 제자 이달원에게 “아까 삼신각에 떠다놓은 청수를 쏟아버리고 오너라!” 라고 명하셨다. 삼신각위의 청수를 쏟아버리자마자 신기하게도 비는 갑자기 멈췄다 한다. 그제야 야산 선생님은 정색을 하고 노인에게 호령하기를 “소소한 재주 몇 가지를 가지고 어찌 천리를 거스리려 하는가? 이따위 소소한 잔재주를 믿고 한 번 더 하늘을 우롱한다면 하늘이 자네를 용서치 않을 것이야! 썩 꺼지거라!” 


 야산선생의 호통에 이 노인 몸을 벌벌 떨며 제발 용서해 달라는 말만 수 십 번을 되뇌이다가 부리나케 석천암을 달려 내려갔다고 한다. 이런 재주를 지닌 노인도 대단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이런 놀라운 재주를 이른바 ‘이따위 소소한 잔재주’라고 칭한 선생의 능력은 더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듯 보통 사람들이 듣기에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 나타나는 것이 道(도)의 세계이다. 예전에 필자가 만난 한 수련단체 회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늘에 그림을 그렸다. 즉 구름을 큰 손짓 한번으로 두 동강으로 갈라놓기도 했고, 구름을 사라지게 하기도 했는바 이들에게는 이런 재주가 일상인 듯했고, 日本의 수련단체에게 시범을 보이러 간다고 자랑까지 했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필자의 스승님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콧방구를 뀌셨었다. 


 스승님 왈 “하늘에 얌전히 떠있는 구름은 왜 가른데? 구름을 갈라서 무슨 소용이 있는데? 별 미친놈들을 다 보겠구나. 할 일 없으면 발 닦고 잠이나 자빠져 자라고 하려무나!” 한 번은 제자들이 스승님께 질문을 드렸다. “가뭄이 한참일 때 왜 도사님들이 나서서 힘을 합쳐 비를 내리게 하지 않죠?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농민들 마음도 시원하게 해주고 나라에 충성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이 질문에 아무 답이 없으셨는데 시간이 지난 후 어느 날엔가 말씀하시기를 “가뭄도 다 하늘의 뜻이 있어 가물게 하는 것이고, 전쟁이나 기아도 다 어떤 원인이 있어 일어나며, 그 속에도 다 뜻이 있느니라! 하늘의 뜻은 숭고한 것이다. 당장 문 앞에 나타나는 현상만을 보고 일희일비 할 일이 아닌 것이다!” 당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말씀이었지만 필자가 이 나이에 이르러 보니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씀이셨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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